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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배출 ‘따가운 시선’ 옛말…철강업계 '탄소중립' 앞장


입력 2021.06.13 06:00 수정 2021.06.11 20:07        김민희 기자 (kmh@dailian.co.kr)

환경부, 지난해 철강산업 탄소 배출량 2.4% 감소 추정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제조기술 혁신으로 탄소 저감 노력"

포스코가 발간한 2020 기업시민 보고서. ⓒ포스코

탄소배출이 가장 많은 산업 중 하나로 꼽히는 철강업계가 탄소 저감에 앞장서며 체질 변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제조 프로세스를 보다 효율화하고 저탄소 철강기술에도 속도를 내야한다는 판단에서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환경부 산하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는 '2020년 국가 온실가스 잠정배출량' 자료를 통해 지난해 철강산업 부문 탄소 배출량이 전년 대비 2.4%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정부의 탈석탄 정책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로 인한 산업생산량 감소 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그간 철강산업은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산업 중 하나로 따가운 시선을 받아왔다.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2019년 기준 철강산업 온실가스 배출량은 1억1700만t으로 우리나라 전체 배출량의 17%를 차지했다. 이는 산업부문 전체 배출량의 30% 수준이다.


이에 국내 주요 철강업체인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이 '두 팔 걷고' 나섰다. 단기적으로는 에너지 효율을 개선해 탄소 배출을 줄이고, 중장기적으로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 등을 통해 탄소중립 제철소를 구현하겠다는 목표다.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 개발을 통해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철광석을 녹이는 과정 중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한 제조 기술 혁신에 나선 것이다.


쇳물 생산을 위해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시키는 환원제로 수소(H2)를 활용한 '수소 환원 제철' 기술(왼쪽), 석탄을 사용하는 기존 철강 생산 공정. 철을 만들기 위해선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환원)해야 하는데 현재 이 환원제 역할을 석탄 가스(일산화탄소)가 하고 있다. ⓒ포스코

수소환원제철은 일산화탄소 대신 수소가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시키는 환원제 역할을 하는 것을 말한다.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하면 이산화탄소 대신 물이 생성돼 오염물질 발생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다. 철을 만들기 위해서는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환원)해야하는 데 현재 환원제 역할을 하는 석탄 가스(일산화탄소)를 수소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포스코는 해당 기술을 기반으로 2030년 20%, 2040년 50%의 탄소 감축을 실현하고, 2050년까지 수소 500만t 생산 체제를 완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2023년까지 총 1조3000억원의 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다. 올해 1분기 기업설명회를 통해 포스코는 포항제철소에 7400억원, 광양제철소에 5900억원 등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제철은 고로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을 원천 차단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 실제 공정에 성공적으로 적용했다. 사진 속 노란 파이프가 대기오염물질을 줄이는 '1차 안전밸브'. ⓒ현대제철

현대제절도 자체 탄소배출 저감을 추진하고 녹색채권을 발행하며 '친환경 제철소 만들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까지 현대제철은 3700억원을 투입해 당진제철소 1, 2, 3 소결공장에 청정설비를 도입한 바 있다. 각 고로 소결공장에서 배출하는 가스를 줄이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2025년까지 코크스 건식소화설비(CDQ)를 설치, 코크스 냉각시 발생하는 폐열을 회수해 이를 증기 및 전력으로 재생산하는 방식으로 50만t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제철이 2016년부터 올해까지 환경 분야에 투자한 금액은 약 5100억원이다.


녹색채권 발행도 눈에 띈다. 녹색채권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사회적 책임투자를 목적으로 발행되는 ESG채권의 하나다. 탄소 감축·건물 에너지 효율화·신재생 에너지·전기 자동차 등 친환경 활동과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자금 지원 등 녹색산업과 관련된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 1월 총 2500억원 규모의 녹색 채권 발행에 대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을 진행했다. 그 결과 예정 금액을 8배나 초과한 총 2조700억원이 몰렸고, 현대제철은 회사채 발행 규모를 5000억원으로 늘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채권 목적에 맞춰 만기시까지 조달금액 전액을 환경 프로젝트에 투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국제강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운영하는 고효율 친환경 전기로 에코아크 전기로. ⓒ동국제강

동국제강 역시 제조 공정의 혁신을 지속해 탄소 중립을 선도한다는 전략이다.


동국제강의 저탄소배출과 에너지 절감 조업 기술은 전기로 사업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철스크랩을 순환 재생 원료로 활용하며, 생산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다. 실제로 동국제강은 연간 400만여t의 철스크랩을 재활용하고 있다. 동국제강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운영하는 고효율 친환경 전기로인 에코아크 전기로를 활용하면 원료의 예열, 연속 공급 등에서 기존의 전기로 제강 공법보다 에너지 효율을 30%나 높일 수 있다.


또한 철근, 형강 제조 과정에서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에너지 절감형 제조공법 핫차지(hot charge)를 실용화했다. 핫차지 공법은 뜨거운 상태의 철강 반제품을 식히지 않고 그대로 압연해 철근이나 형강 등 제품을 만드는 방식이다. 반제품을 식혔다가 재가열하는 과정을 생략할 수 있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철강업계가 탄소중립을 위해 적극적으로 뛰어든 만큼 탄소배출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철강업계는 지난 9일 '철의 날' 기념식에서 한 자리에 모여 탄소저감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피력했다.


이날 최정우 한국철강협회장(포스코 회장)은 “사회와 산업의 탈탄소 전환을 위해 제조 프로세스를 효율화하고 저탄소 철강기술을 혁신해야 한다”며 “철강업계는 자체 탄소배출 저감을 추진하고 재사용, 재제조, 재활용 활성화로 자원 효율성 제고와 순환경제 확산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도 철강산업이 그린산업으로 성공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혁신기술 중심 대형 국책 R&D 과제 추진과 그린에너지 공급 인프라 구축 등 적극적인 관심을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김민희 기자 (km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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