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 전통 넘어 게임 의미 ‘재정의’
김대훤 넥슨 부사장, 9일 ‘2021 NDC’ 기조강연
“게임의 경쟁자는 더 이상 게임이 아니다. 이제 모든 여가의 놀이들과 경쟁해야 한다.”
김대훤 넥슨 신규개발 총괄 부사장은 9일 온라인으로 열린 ‘2021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NDC)’ 기조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플랫폼과 이용자 패턴이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는 전환기를 맞아 게임사들도 생존을 위해 새로운 형태의 게임을 개발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김 부사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 게임의 의미부터 다시 정의했다. 그는 “게임은 오락실 게임에서부터 게임기와 인터넷 PC로 즐기는 게임, E-스포츠,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형태로 변화해왔다”며 “우리는 게임의 형태가 변해도 이 모든 것을 게임으로 인식하며 지금도 게임의 변화는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변화의 시작은 스마트폰 시대와 함께 등장한 ‘방치형 게임’이다. 그는 “이용자가 직접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닌 켜놓고 보는 형태로, 이전 게임과는 매우 다르다”며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가끔 버튼 한 번씩만 눌러주면 되는 것이 게임이냐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운동 기기와 소프트웨어(SW)의 결합이 새로운 형태의 게임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이전에는 단순히 헬스 기기에 부착된 SW에 지나지 않았던 것들이 고도화되고 많은 비용이 투자되면서 사실상 게임의 형태를 갖추게 됐다.
그는 ‘즈위프트(Zwift)’를 예로 들었다. 김 부사장은 “게임을 위해 자전거를 만든 것이 아니라, 자전거로 운동을 하기 위해 게임을 만들어낸 것”이라며 “실제 게임처럼 싱글 스테이지도 있고 멀티를 위한 경쟁과 랭킹도 있다”고 소개했다.
놀이와 취미 경계 허물어져…게이머 향한 시각부터 바꿔야
화상회의 역시 게임 형태를 변화시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많은 것들이 온라인으로 넘어가면서 사람들과 만나서 하던 모든 상호작용과 커뮤니티도 온라인화됐다.
그는 “예전 ‘퀴즈퀴즈’ 게임에서 사람들과 아바타 채팅으로 얘기하며 놀던 그 시절 감성과 비슷하다”며 “예전 게임으로 부르던 아바타 채팅과 지금의 화상채팅을 모두 게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이용자의 행동을 점수로 매기고 ‘업적화’ 하는 것도 게임의 개념에 포함됐다. 내비게이션 서비스 ‘티맵’에서는 운전자의 운전기록을 점수화하고 누적된 액션을 업적화해서 표시한다. 그는 “게임에서 유저의 동기부여를 위해 사용되던 이런 방식들을 적용해 게임을 하는 것과 비슷한 동기로 행동을 유도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이렇듯 놀이와 취미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부사장은 “기존에는 게임들이 게이머들을 놓고 게임끼리 경쟁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대중을 놓고 모든 여가의 놀잇거리들과 경쟁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게임업계는 이런 상황에서 기존 게임과 게이머에 대해 갖고 있던 시각과 방식을 바꿔야 할 수도 있다”며 “기존 게임과 게이머에 대한 인식을 깨뜨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증강현실(AR)과 지식재산권(IP)을 조합해 기존에 게임을 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게임이라는 것을 하게끔 만들었던 ‘포켓몬고’와 메이저 개발사들이 바라보고 있지 않았던 타겟층에게 적합했던 장난감들을 적절히 디지털화해 새로운 시장으로 만든 ‘로블록스’를 예로 들었다.
‘상호작용성’ 끌어올려 게이머 만족…VR·AR 등 형태 고민
김 부사장은 “기존에 게임이라고 부르는 영역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동시에 우리에게 닥친 숙제는 기존 게임의 영역을 넘어 모든 사람이 즐기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게임의 강점인 ‘상호작용성’을 통해 사람이 가진 기본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넥슨은 신규개발본부를 통해 상호작용을 끌어올리고 게이머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가상현실(VR)·AR로 상호작용을 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클라우드·스트리밍 기술로 게임플레이 영상을 보던 중 플레이버튼을 누르면 설치과정 없이 보고 있던 시점부터 플레이가 가능한 방식의 게임도 고민 중이다.
인공지능(AI)이 마이크나 카메라로 플레이어를 관찰하면서 스토리 전개를 만들어내거나, 비전 인식 관련 기술을 활용해 이용자 표현을 감정표현이자 또 하나의 컨트롤러로 작동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는 “화상채팅과 단순한 감정표현 기능을 넘어 사람들끼리 어울려 노는 상호작용을 강화한 형태의 프로젝트인 ‘페이스 플레이(FACE PLAY)’, 창작자와 소비자의 영역을 허물어 누구나 상상을 현실화할 수 있는 방식의 놀이방법을 고민하는 ‘MOD’가 그 예시”라고 소개했다.
이어 “넥슨은 새로운 경쟁시대에서 기존에 우리가 잘하고 있던 영역의 좋은 게임을 내기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게임회사들이 가진 강점을 강화하는 여러 시도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