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남편 회유 정황까지
국방부 검찰단은 7일 성추행 피해 이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여부사관 사망 사건과 연관이 있는 공군 제20전투비행단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검찰단은 이날 오후 4시 10분께부터 충남 서산에 위치한 공군 20비행단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회유 및 은폐 의혹'으로 유족 측이 고소한 상관들(상사·준위)의 주거지도 포함됐다.
군 관계자는 가해자 장 모 중사가 지난 3월 피해자 이 모 중사를 차 안에서 강제추행할 당시 운전대를 잡았던 하사 A씨의 주거지도 압수수색 중이라고 전했다.
A 하사는 성추행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로 평가되지만, 초기 군사경찰 조사에서 성추행 발생 여부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피해자가 성추행을 뿌리치고 차량에서 내렸다고 진술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A 하사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중사가 직접 확보해 군사경찰에 제출한 해당 차량 블랙박스에도 이 중사가 '앞으로 저를 어떻게 보려고 이러시냐'고 언급하는 피해 정황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 해당 사건을 이관받은 검찰단은 지난 4일 공군본부 군사경찰과 제15특수임무비행단 군사경찰대대 압수수색을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성추행이 발생했던 20비행단 및 관련자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지지 않아 부실 수사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검찰단은 이날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 등을 분석해 준위·상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또 운전자인 A 하사 역시 거짓 진술이 확인될 경우 법적 책임을 묻는 과정도 밟아나갈 전망이다.
한편 유족 측 변호인 김정환 변호사는 이 중사가 "장 중사 사건까지 (포함해) 1년간 세 차례 추행당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이날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에 직무유기 등 혐의로 공군 소속 국선변호사 A씨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김 변호사는 "최초 강제추행은 1년 전쯤 있었다"며 "그 당시에도 파견 온 준위에 의해 강제추행 당했다. 그때도 사건 회유나 은폐 가담 인원에 의한 회유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두 번째 강제추행은 은폐에 직접 가담했던 인원 중 한 명이 추행까지 했다"며 "장 중사 사건까지 세 차례 1년간 추행당한 것은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김 변호사는 이날 오전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 회유에 가담한 인원들부터 시작해 약 1년여에 걸쳐 여러 번 강제추행이 있었다"며 "피해자가 그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는 걸 보고 답습해서 추행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진 사건이라고 생각된다"고 밝힌 바 있다.
김 변호사는 성추행 피해 신고 이후 군 관계자들이 현역 군인인 피해자 남편을 회유·압박한 정황도 추가 공개했다.
그는 "저희가 신고를 공식적으로 하고 2주 이상 지난 시점에 사건 피의자 중 한 명이 남편을 찾아가 가해자의 입장을 대변하며 고소를 취소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안 되겠느냐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가해자의 인생이 불쌍하지 않으냐'는 종류의 내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가족들이 이후 (관련 정황을) 알게 돼 남편에게 항의하도록 한 부분 등 객관적인 자료가 증거로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변호사는 "상상하기 어려운 정도의 2차 가해가 모두 이루어졌다"며 "사건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데에는 2차 가해가 큰 원인이 되었을 거라 생각된다. 아주 죄질이 안 좋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