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현대차·기아, 중견 3사 밀어낸 '그들만의 리그'


입력 2021.06.06 06:00 수정 2021.06.06 07:14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중견 3사 세단 모델 잇달아 단종…현대차·기아 집안싸움

RV도 소형 SUV 제외하면 현대·기아 점유율 압도

현대차와 기아의 세단 차종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그랜저, 아반떼, K5. ⓒ현대차·기아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완성차 중견 3사가 판매 부진에 빠지면서 세단을 중심으로 주요 차급 시장이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독무대가 됐다.


과거에는 4~5개 제품이 치열하게 경쟁하던 차급이 이제는 현대차와 기아에서 내놓은 단 두 종, 그것도 디자인을 제외하고는 상품성이 거의 동일한 제품만을 놓고 고려해야 할 만큼 선택지가 좁아진 것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준중형을 비롯 중형, 준대형 등 세단 차급은 현대차와 기아의 독식 체제가 이뤄지고 있다. RV(레저용차량) 중에서도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두 회사의 점유율이 절대적이다.

완성차 3사, 준중형·준대형 세단 전멸…중형 세단도 겨우 명맥만

한때 4개 차종이 치열하게 경쟁하던 준중형 세단 시장은 한국GM과 르노삼성이 크루즈와 SM3를 단종시키며 현대차 아반떼와 기아 K3의 양자 대결구도로 좁혀졌다. 그 중에서도 비교적 최근 풀체인지(완전변경)를 거친 아반떼가 독주하는 모습이다.


아반떼는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무려 3만4249대의 판매실적을 올리며 이 시장의 ‘지존’임을 증명했다. 같은 기간 K3는 1만185대의 판매실적으로 아반떼의 3분의 1에도 못 미쳤다.


지난 4월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를 거친 K3는 4~5월 판매량이 기존보다 늘긴 했지만 풀체인지 기준으로는 모델 노후화가 심한 상태라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과 상품성으로 탈바꿈한 아반떼를 상대로 힘을 쓰지 못하는 모습이다.


바로 위 차급인 중형 세단 역시 기아 K5와 현대차 쏘나타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디자인 선호도가 높은 K5의 경우 올해 첫 5개월간 3만510대의 판매실적을 올렸고, 쏘나타가 2만6230대로 뒤를 이었다.


이 시장에는 여전히 한국GM 말리부와 르노삼성 SM6가 남아 있지만 판매량이 K5·쏘나타 형제에 비할 바가 아니다. 말리부는 1375대, SM6는 1196대로 한 달도 아닌 5개월간 판매량으로 세 자릿수를 가까스로 넘었다.


말리부와 SM6는 2016년 풀체인지 모델 출시 당시만 해도 대표 중형차였던 쏘나타에 풀체인지급 페이스리프트를 강요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으나 모델 노후화가 심해지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준대형 세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국내 전 차종을 통틀어 최다 판매실적을 올리고 있는 현대차 그랜저가 독주하고 있는 가운데 기아가 기존 K7을 업그레이드한 K8을 내놓으며 추격에 나선 상황이다.


그랜저는 풀체인지 기준으로는 4년 넘게 지났고, 페이스리프트 기준으로도 1년 넘게 지난 노후 모델임에도 불구, 올해 5개월간 6만1916대나 팔렸다. 그것도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부족으로 생산이 원활치 않은 상태에서 낸 실적이다.


기아는 이 기간 K7과 K8을 통틀어 1만6293대를 파는 데 그쳤다. 4월 K8 출시 이후 월 판매량이 5000대 이상으로 늘었지만 9000대 이상씩 팔리는 그랜저의 인기는 따르지 못하고 있다.


한때 이들과 경쟁했던 한국GM 임팔라와 르노삼성 SM7은 시장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미니밴도 현대차·기아 외 선택지 없어…준중형·중형·대형 SUV도 점유율 쏠림현상


RV 시장에도 현대차와 기아 외에는 선택지가 없는 차급이 많다. 미니밴의 경우 쌍용차 코란도 투리스모가 단종되며 기아 카니발의 독주 체제가 굳혀졌다. 여기에 현대차가 기존 ‘상용 승합차’ 개념의 스타렉스를 버리고 고급 이미지를 강조한 스타리아를 앞세워 도전장을 던졌다.


카니발은 올해 5월까지 3만9605대의 판매실적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5월 본격적인 인도가 시작된 스타리아는 3232가 팔리며 같은 달 카니발(7219대) 판매량에는 크게 못 미쳤다.


현대차 스타리아(위)와 기아 카니발. ⓒ현대차·기아

준중형 SUV는 현대차 투싼이 독주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풀체인지된 투싼은 올해 5개월간 2만5053대의 판매량으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올해 풀체인지를 앞두고 모델 노후화가 심한 기하 스포티지는 같은 기간 5299대가 판매되는 데 그쳤다.


중견 3사 중에는 쌍용차 코란도가 이 시장에 참여하고 있으나 5개월간 판매량은 3452대에 그쳤다.


한국GM과 르노삼성은 전통적으로 이 차급에서 마땅한 대항마를 내놓지 못했었다. 굳이 꼽자면 과거 르노삼성 QM6의 전 모델인 QM5 정도가 있지만 이 차는 준중형과 중형의 중간 정도의 애매한 사이즈와 준중형 SUV로서는 비싼 가격으로 투싼과 스포티지의 경쟁 상대가 되진 못했다.


한국GM이 수입해 판매하고 있는 쉐보레 이쿼녹스도 과거 QM5와 비슷한 모습이다. 차체 크기는 중형에 미치지 못하면서 수입차의 한계상 가격은 중형에 필적하는 애매한 포지션으로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올해 5개월간 판매는 144에 그쳤고, 5월 판매실적은 단 1대였다.


중형과 대형 SUV의 경우 중견 3사도 경쟁에 참여하고 있지만 현대차와 기아의 점유율이 높은 편이다. 올해 5개월간 중형 SUV는 기아 쏘렌토(3만3893대)가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 싼타페(1만8943대), 르노삼성 QM6(1만3899대)가 뒤를 잇고 있다.


대형 SUV의 경우 현대차 팰리세이드(2만4577대)가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한 상황에서 기아 모하비(5636)와 쌍용차 G4렉스턴(2946), 한국GM 트래버스(1431대) 등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중견 3사가 그나마 현대차·기아와 동등하게 경쟁하는 시장은 소형 SUV가 유일하다. 한국GM 트레일블레이저(7962대) 및 트랙스(1721대), 르노삼성 XM3(6521대), 쌍용차 티볼리(6457대) 등이 모두 만만치 않은 판매실적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현대차·기아는 이 시장에 다수의 차종을 쏟아내면서 전체 물량으로는 중견 3사를 압도하는 모습이다.


기아는 소형 SUV 1위인 셀토스가 5개월간 1만7881대의 판매실적을 올린 것을 비롯, 니로(6376대), 스토닉(348대), 쏘울(165대) 등 이 시장에 4개 차종을 투입해 도합 2만4770대를 팔았다. 현대차 역시 같은 기간 코나(6929대)와 베뉴(5834대) 등 2개 차종으로 1만대 이상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현대차 제네시스에서 내놓는 럭셔리 모델들은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렉서스 등 해외 럭셔리 브랜드가 경쟁상대로, 애초에 중견 3사와는 관계가 없다.

현대차·기아 과점 당분간 계속될 듯…신차개발여력 차이, 세단시장 축소 등 원인

업계에서는 국내 시장에서의 현대차·기아 쏠림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새로운 디자인의 신차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특성상 평균 5년 마다 풀체인지 모델을 내놓고 그 중간 2년 사이에도 풀체인지에 준하는 디자인 변경을 가한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하는 현대차·기아가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기아는 국내 시장만 해도 일정 수준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해외 시장까지 감안하면 수시로 신차를 내놓아도 개발비용을 충분히 뽑아낼 수 있다”면서 “반면, 중견 3사는 규모나 자금력도 한계가 있고, 해외 모기업의 모델변경주기를 따라야 하는 만큼 현대차·기아의 모델변경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세단 시장은 앞으로도 현대차와 기아의 독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세계적인 SUV 열풍으로 세단 시장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중견 3사가 굳이 좁은 시장까지 대응하며 가뜩이나 부족한 신차개발 여력을 분산시킬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애초에 RV 전문 기업으로 포지셔닝 돼 있고, 한국GM은 모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가 세단 개발을 멈추고 RV와 친환경차 위주로 개발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놓은 터라 현재 판매 중인 말리부조차 풀체인지 없이 수명 주기가 다하면 단종될 가능성이 높다.


르노삼성 역시 모기업인 르노가 소형 SUV와 해치백에 강점을 보이는 특성상 미래가 불투명한 세단 시장에 힘을 쏟을 여지는 크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견 3사가 세단 시장에서 밀려났음에도 불구, 쏘나타와 아반떼, K5, K3의 판매량이 이전보다 월등히 높아지진 않았다”면서 “그만큼 시장 자체가 축소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