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폭행 영상 공개 하루 만에 사표 수리
'반나절이면 끝날 수사' 6개월 끌어 방치
권력 봐주기? "이성윤 해명해야" 비판도
주폭 알고도 차관 임명했나, 정치권에 불똥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사표를 수리했다. 이 전 차관이 사표를 제출한지 6일, 택시기사 폭행 영상이 공개된 지 하루 만의 일이다. 영상을 확인하면 범죄 혐의가 명확함에도 수사당국이 6개월 이상 처리에 시간을 끄는 등 '권력 봐주기'를 한 게 아니냐는 점에서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공개된 37초짜리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잠시 후 목적지 부근입니다"라는 네비게이션 음성이 나오고 택시기사는 "여기 내리시면 되느냐"고 묻는다. 그런데 뒷좌석에 앉아있던 이 전 차관(당시 변호사)은 "이 XX놈의 XX"라고 욕설을 했고, "왜 욕을 하시느냐"고 반발하자 갑자기 손을 뻗어 기사의 멱살을 잡고는 "너 이 XXX야, 너 뭐야"라고 소리친다. 이는 당사자 합의와 상관없이 처벌 대상인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운행 중 폭행'에 명백히 해당한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문제는 영상을 통해 즉각 판단할 수 있는 사안임에도 수사당국이 시간을 끌었다는 점이다. 이 전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의혹은 지난해 11월 처음 제기됐으며, 서울중앙지검이 블랙박스 영상의 존재를 확인하고, '증거은폐'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진 시점은 지난 1월이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반나절이면 수사가 끝날 정도로 명백한 사건을 6개월이나 뭉개면서 중대 범죄자로 하여금 법무부 차관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한 것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전부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서울중앙지검이 했다면 이성윤 지검장이 직접 해명하고 책임져야할 사안"이라고 했다.
경찰 보고 통해 靑 인지했을 가능성…주폭 알고도 임명?
이 전 차관의 해명도 또 다른 논란이 되고 있다. 처음부터 증거은폐 의도가 있었기에 거액의 합의금(1,000만원)을 건넨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자 이 전 차관이 "당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로 거론되던 시기였기 때문"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은 "신분 노출에 겁을 냈을 수 있고 또 특가법으로 걸려들 가능성이 많아 조금 더 거액을 줬다고 본다"며 "통상 보다 많은 합의금 액수 안에 여러 가지가 담겨 있다"고 했다. 특히 공수처장 임명을 감안했다면 "매관매직금"이라고도 했다.
경찰 출신인 서 의원은 나아가 "파출소 1차 보고서에서는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으로 적시돼 있는데, 2차 경찰서에서 다시 검토해 바꿔버렸다"며 "경찰의 직무수행상 형사과장이 알면 서장, 지방청장, 본청장에게 보고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청와대) 인사검증에서도 이 내용을 알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했다. 그러면서 "(사표로) 일단락되는 게 아니다"며 책임을 추궁했다.
與 지도부, 이용구 사태 침묵
더불어민주당은 이 전 차관 폭행 사건과 관련해 입을 닫았다. 당 차원의 공식 논평은 물론이고 지도부 인사의 공개 회의 발언에서도 언급되지 않았다. 대신 다른 사건을 거론하며 검찰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에 참석한 김용민 최고위원은 "동아일보 사주의 자녀가 하나고에 부정입학했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의 선택적 침묵이 7년째 이어지고 있다"며 "거대 언론사와 사학재단을 봐주기 위해 검찰이 여전히 선택적으로 수사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영배 최고위원은 "정찬민 국민의힘 의원이 용인시장 시절에 땅 투기를 했다는 의혹으로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한다. 충격적인 일"이라며 "공수처가 출범한 만큼, 이 사건은 공수처에서 수사를 엄정하게 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