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구독자 유치와 유지가 콘텐츠의 역할"
넷플릭스 "콘텐츠에 집중", 흥행 기준은 함구
지난해 극장을 찾은 전체 관객 수가 코로나19 여파로 5952만명에 그쳤다. 전년보다 73.7% 감소한 수치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2억명대를 유지해왔지만, 뚝 떨어진 관객수로 영화 생태계에 위기를 마주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신작들은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OTT로 향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마냥 개봉 일정을 연기할 수도 없는 상황에 영화 제작사 입장에서는 OTT가 숨구멍이나 다름 없었다. '사냥의 시간'을 시작으로 '콜', '승리호', '낙원의 밤' 등이 넷플릭스에서 단독 공개됐고 영화 '서복'은 티빙과 극장에 동시 공개됐다.
넷플릭스가 올해 '모럴센스', '카터' 등의 오리지널 영화 제작에 나서고 티빙 역시 '미드 나이트', '샤크:더 비기닝'을 공개를 앞두며 이제 OTT는 임시 방편이 아닌 또 하나의 선택지다. 영화 산업에서 떼놓고 이야기하기 어려워졌다.
영화 공개 방법이 추가되며 흥행을 가르는 기준도 변화하고 있다. 보통 영화의 수익구조는 극장 상영이 70%를 차지하고, 이후 부가 판권(VOD 서비스 등)으로 얻는 수익이 30%를 차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극장 상영의 경우 손익분기점으로 흥행의 성패를 갈랐다. 하지만 OTT는 개별 콘텐츠에 대한 정확한 수치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개봉 영화와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서복' 같은 경우, 160억이 투입된 대작으로 온전한 극장 상영을 진행했을 경우, 300만명이 동원되어야 제작비를 보존할 수 있다. 하지만 '서복'은 36만 7563명의 관객수에 그쳤다. 그렇다면 '서복'은 실패라고 바라봐야 할까. '서복'은 OTT와 동시 상영을 선택했기에 지금까지의 관객수만으로 실패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 길어야 두 달 정도 상영하는 극장과 달리 OTT에서는 영구적 공개가 가능하기 때문에 단 기간 안에 성과를 판단하기도 어렵다.
티빙 커뮤니케이션팀 박종환 부장은 "OTT는 영화 뿐만 아니라 개별 콘텐츠 별로 데이터 기준를 측정하기 어렵다"면서 "콘텐츠가 새롭게 가입시킨 구독자를 유치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가입된 구독자를 계속 머물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콘텐츠가 두 가지 역할을 충분히 하면 좋겠다는 측면에서 영화의 의미를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티빙이 많은 영화를 만들지 않았지만 OTT 내에서 취할 수 있는 주효한 가치들을 찾으려 한다. 아직 내부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새로운 방법을 시도한지 얼마 되지 않아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어 "OTT 내 특정 콘텐츠가 어떤 매출을 올렸는지 단기간에 측정하는게 애매하다. 하지만 시청률에 의한 내부순위표가 있다. 이 순위표에 상위권에 오르면 내부 자체에서 의미가 있다고 판단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영화가 공개된 후 넷플릭스는 몇 명이 시청했는지 수치를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괄목 할 만한 성과를 거뒀던 '승리호'는 예외였다. 지난달 넷플릭스는 보도자료를 통해 '승리호'가 공개 첫 28일 동안 전 세계 2600만명 이상 명이 시청했다고 밝혔다. '승리호' 같은 경우에는 반응이 좋아 시청자 수를 공개했지만, 나머지 영화들에 대해서는 흥행 기준에 대해 밝히지 않아 외부에서는 넷플릭스에서 홍보하기 좋게 작성한 보도자료 외에는 가늠할 방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기본적으로 순위를 매기거나 스코어 뷰수를 이용해 작품을 줄세우진 않는다. 눈에 띄게 잘 된 작품이 아닌 이상, 흥행을 나누지 않는다"고 전했다.
현재 넷플릭스의 경우 영화의 제작비 총 제작비에 5~10%의 더한 금액을 제작사에 건네 판권을 가져오고 있다. 코로나19로 흥행참패가 이어지고 있는 극장에 걸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지금, 제작사들에게는 구미가 당기는 활로다. 하지만 천만영화 타이틀이나 관객수, 흥행에 따른 부가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 제작비를 보존받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
한 영화 관계자는 "이런 구조가 자리잡고 있어 제작사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이익을 더 크게 남기기 위해 제작비가 큰 작품만 하려고 하는 경향이 생길 것 같다. 현재도 한편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시리즈물로 고민하는 영화들의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