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 각본상 수상
김민희, 2번째 에피소드에 엄마 친구로 등장·제작부 이름 올려
신석호·박미소 주연
홍상수 감독의 25번째 영화 '인트로덕션'은 장면과 장면, 사람 사이에 적당한 간극이 있다. 이 간극을 채워나가는 일이 즐거운 관객에게는 흥미로운 작품이 되겠지만, 홍상수 감독 스타일이 낯선 관객들은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인트로덕션'은 세 개의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진행된다. 첫 번째 이야기는 영호(신석호 분)가 아버지를 만나러 한의원을 찾으며 시작된다. 도착했을 때 아버지는 환자와 기다리는 손님 때문에 바쁘고 영호는 기다리는 도중 간호사(예지원 분)와 대화를 나눈다. 간호사는 영호와 원래 알던 사이다. 두 사람은 과거 이야기를 나누다 포옹으로 온기를 나눈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 영호의 여자친구 주원(박미소 분)은 독일로 유학을 왔다. 엄마(서영화 분)는 독일에 사는 친구(김민희 분)에게 딸을 부탁하기 위해 함께 왔다. 한국을 떠난 지 하루도 되지 않았지만 영호는 주원이 보고싶다며 독일로 찾아온다. 엄마는 그런 영호가 마땅치않다. 주원 역시 영호를 바라보는 표정이 편치 않다. 하지만 이내 서로를 안는다.
세 번째 이야기는 다시 영호의 시점이다. 영호는 엄마(조윤희 분)를 만나러 한 바닷가 횟집을 친구와 찾는다. 엄마와 함께 있는 남자는 배우이자 한의원에서 아버지가 기다리던 손님이다. 남자는 배우를 꿈꿨지만 이제 배우를 하지 않겠다는 영호에게 충고를 쏟아낸다.
영호는 친구와 함께 불편한 자리를 피해 바닷가로 향한다. 파도에 몸을 맡기던 영호는 친구와 함께 포옹을 하며 불안을 나눈다.
그리고 세 개의 이야기는 제목처럼 소개, 도입부의 역할을 한다. 이후 전개는 관객의 몫이다. 등장인물들이 주고 받는 대사는 젊은 세대가 전환점이란 문 앞에 서성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어른들의 충고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고, 불편해하지만 이내 곁에 있는 사람과 포옹하며 불안하고 흔들렸던 마음을 잡는다.
'인트로덕션'은 흑백필름으로 만들어졌으며 홍상수 감독의 특유의 리드미컬한 호흡과 단조로운 일상의 여백, 반복되는 카메라의 줌, 아웃은 여전하다. 건국대학교 영화학과 제작들인 신석호, 박미소가 주연을 맡아 영화가 한층 젊어졌다.
홍상수 감독이 다음에는 무슨 이야기를 할지 궁금해지게 하는 '인트로덕션'이다. 이 작품은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 각본상을 받았다. 27일 개봉. 러닝타임 66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