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소시, 하나은행 예탁원 투자자 피해 금액 공동 부담해야
패소시,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책임론·명예실추 우려 커져
소송 장기화, 금융회사엔 부담 커...중간 합의 등 가능성도
옵티머스 펀드 사태에 대한 책임 소재를 놓고 NH투자증권이 본격적인 소송전에 돌입하면서 향후 결과에 대한 시나리오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25일 이사회를 개최한 후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원금 전액 반환에 나서면서도 수탁은행인 하나은행과 사무관리회사인 한국예탁결제원에 공동 책임이 있다면서 본격적인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이 본격적인 법적 대응을 시작했지만 향후 결과에 대해선 예측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사소송으로 진행되는 만큼 소송 기간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NH투자증권 승소시 하나은행·예탁원 공동 부담
우선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NH투자증권의 승소 가능성이다.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 펀드 사태가 자산운용사의 사기행각으로 이뤄진만큼 수탁은행과 사무관리회사의 역할이 분명하게 나뉘어 있다는 점에서 현재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이 홀로 독박을 쓰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이같은 논리가 법원에서도 승소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런 점에서 NH투자증권은 하나은행이 펀드에 대한 방조, 자금세탁방지의무 위반, 고유자금으로 펀드 상환 불능상태를 만든 점, 예탁결제원의 경우 허위 자산명세서를 작성한 점을 소송 근거로 제시했다. 또한 NH투자증권이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 권고안으로 제시된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에 대해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한 것도 향후 재판에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도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적용하면 수익증권 자체가 무효가 되는 효과가 발생하는데 이런 경우 관련 기관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근거마저 사라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만약 NH투자증권의 주장이 법원에서 용인된다면 일반투자자 배상금만 3000억원대 소송금액 중에 각각 일부에 대해 하나은행과 예탁원도 부담해야한다. 앞서 NH투자증권은 펀드판매사 홀로 책임을 떠안는 '계약 취소'는 수용하기 어렵다며 수탁사인 하나은행, 사무관리회사인 한국예탁결제원과 함께 연대 책임을 물리는 '다자배상' 권고를 주장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NH투자증권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대신 수익증권 인수를 결정한 것은 구상권 청구와 손해배상 소송을 위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운용사가 만든 상품에 대한 피해 보상을 판매사가 홀로 독박을 쓴다는 점은 분명 문제가 있고 법원도 이 같은 점을 감안할 것"이라고 부연설명했다.
대형 로펌에 소속돼있는 한 변호사는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금융상품에 적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하나은행·예탁원 신탁업자 의무 범위서 판가름...중도 합의 가능성
또 다른 경우의 수는 NH투자증권의 패소 가능성이다. 소송 규모가 크고 장기화 가능성이 있지만 만약 패소하게 되면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단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할 뿐 아니라 그동안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소송전의 핵심 포인트는 수탁회사의 의무 범위가 판가름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NH투자증권은 하나은행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신탁업자 의무를 제대로하지 않았다며 고발을 한 상태다.
하나은행 측은 입장문에서 "운용사가 사모사채를 인수토록 지시했기에 이를 이행했고 옵티머스운용사는 수탁사인 하나은행 인감을 위조해 허위 계약서를 날인하는 등 철저하게 은폐해 사전에 인지하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이번 사태가 하나은행의 과실이 아니라는 점을 주장한 것이다. 그러면서 하나은행 측은 판매사의 책임을 회피하고 문제의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런 점에서 양쪽의 첨예한 법정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NH투자증권은 수탁사인 하나은행이 문제를 알면서도 묵인 방조했다는 지적이지만 하나은행 측은 처음부터 이를 알지 못했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대립각을 이어가고 있다. 예탁원 측도 옵티머스 자산운용의 요청에 따라 종목명을 변경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산운용사가 최초에 지정한 종목명을 입력했고 기존에 있던 종목을 변경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예탁원도 NH투자증권의 소송이 들어오면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하나은행과 예탁원이 각각 NH투자증권의 주장과는 상반된 입장을 내놓으면서 승소 판단에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수탁사와 사무관리사의 역할에 대한 범위가 하나은행과 예탁원의 주장대로 용인된다면 소송 결과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외에 다른 하나는 소송 중간에 합의할 가능성이다. 금융회사들 간의 소송이 장기화될수록 비용이나 신뢰 부분에 대한 부담도 커질 수 있다. 때문에 소송 중간에 금융사들간의 극적 합의가 나타날 수 있다. 일각에서는 NH투자증권은 이번 소송 목적이 단순히 배상 차원이 아닌 명예회복과 펀드 생태계 회복 차원이라면서 장기화 가능성을 예고했지만 금융사들 입장에서는 부담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NH투자증권이 제안한 안건에 대해 하나은행과 예탁원이 수락하거나 각 기관이 한발씩 물러나서 극적 합의를 이룰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