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이재명계 '이해찬 心' 두고 신경전

정세균 "李, 누구를 꼭 편드는 건 아니라고 한다"

이재명측 "지원 조직, 李 연구재단 '광장'이 모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020년 9월 22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턴조선호텔에서 열린 전기 '나의 인생 국민에게' 발간 축하연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차기 대권 주자 중 누구를 지원 사격하는 것일까. 여당 내에서 이른바 '찬심'을 두고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 전 대표가 친노(친노무현)와 친문(친문재인)계의 좌장이라는 점에서, 그의 지원을 받는다면 '세 확장'의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 전 대표의 이재명 경기지사 지원설은 이 지사의 지원조직 '민주평화광장'의 모태가 이 전 대표의 연구재단인 '광장'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제기됐다.

이에 대해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연일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 전 총리는 25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 전 대표가 누구를 꼭 편드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며 "좀 더 지켜보면 알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총리는 '이 전 대표의 행보가 섭섭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전직 당대표 정도면 당이나 국가를 위해 판단하는 것"이라며 "섭섭하다는 건 너무 작은 사람이 하는 생각"이라고 했다.

정 전 총리는 전날 MBN '판도라'에 출연해 "와전된 것이라고 들었다. 모르지만 좀 더 지켜보면 알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반면 이 지사 측은 이 전 대표가 이 지사를 측면 지원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민주평화광장'의 공동대표는 '이해찬계' 핵심으로 불리는 조정식 민주당 의원이 맡았고, 발기인으로 김성환·이해식·이형석 의원 등 과거 이 전 대표 지도부 시절의 주요 당직자들이 참여했다.

조 의원은 25일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서 "이 전 대표가 정치 활동을 하실 때 기반이 됐던 광장 그룹이 있었다"며 "이번에 (이 지사의) 민주평화광장의 출범에 (광장이) 기초가 되고 나름대로 모태가 됐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에 참여한 현직 의원들도 보면 저는 이 대표 시절에 정책위의장을 맡았고, 당시 당직을 맡았던 의원들이 많이 민주평화광장에 참여한다"며 "저희가 이 지사를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 지사가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될 수 있도록 역할과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 의원은 "이 전 대표는 이번 대선에서 민주평화 진영이 반드시 승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늘 강조하고 있다"며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인물을 앞으로 내세워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실제 이 전 대표는 지난 21일 경기도 주도로 열린 '2021년 비무장지대(DMZ) 포럼'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이 지사와 공식석상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정가에서는 이를 두고 이 전 대표가 공개적으로 이 지사에게 힘을 실어주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