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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형, 대선블루칩 급부상…야권은 기대감


입력 2021.05.21 00:00 수정 2021.05.21 05:48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대선 출마 질문에 "얘기할 상황 아니다"

정치권 해석 분분…여지 자체는 남겨둬

강직함과 따뜻한 인품 재조명…야권 군침

윤석열·김동연 비해 명분 약하단 분석도

최재형 감사원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최재형 감사원장이 야권의 새로운 대선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최 원장 본인이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 즉답을 피하면서 더욱 증폭되는 분위기다. 현역 정치인이 아닌 인물 중에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에 이어 세 번째다. 국민의 이목을 사로잡을 수 있는 후보는 많을수록 좋기 때문에 야권 입장에서 나쁠 게 없다는 게 정치권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최 원장 등판설을 띄운 것은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이다. 지난 19일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주 의원은 "당 밖의 유력 대선주자들에게 문을 활짝 열겠다"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함께 최 원장을 거론한 바 있다. 특히 두 사람이 과거 군 복무 시절 법무관으로 교류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며, 발언에 무게감을 더했다.


대선 도전에 대해 최 원장은 말을 아끼고 있다. 2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제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이상한 상황이 되기 때문에 (제 입장을) 얘기할 상황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정치적 중립성을 강하게 요구 받는 위치에 있는 공직자로서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라는 해석과 함께, 분명하게 부인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 측 원로들이 최 원장과 직접 접촉해 대선 출마를 위한 물밑 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설도 있다. 주 의원이 최 원장과 사전 교감 없이 차기 대선주자로 언급했을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최 원장은 보유한 정치적 매력이 커 야권의 기대감을 한껏 높이고 있다. 국민의힘의 지역적 기반인 경남 출신이라는 점,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40년간 법관으로서 직무를 안정적으로 수행했다는 점, 아버지부터 가족 대부분이 군 간부로 복무하는 등 '병역 명문가' 집안 출신이라는 점 등이 꼽힌다.


또한 강직함과 인간적 따뜻함을 동시에 지녔다는 점도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주말마다 보육기관에서 봉사활동을 했던 최 원장 부부는 두 아이를 입양했는데, 인사청문회 당시 미담으로 소개된 바 있다. 사법연수원 시절에는 거동이 불편한 동료를 위해 2년 동안 업고 출퇴근한 일화도 있었다.


특히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의 근거가 된 경제성 평가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밝혀낸 것이 가장 주목받은 부분이다. "정치감사를 한다","주인행세를 하려 한다"는 등 정부여당 측 인사들의 노골적인 압박이 있었지만 최 원장은 굽히지 않았다. 청와대가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를 감사원 감사위원으로 밀어 넣으려 했던 것을 정치적 중립성 훼손을 이유로 막아낸 이도 최 원장이었다. 그의 강직함을 드러내는 척도로 여겨진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르면 8월 정도에는 최 원장의 출마 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공직선거법상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선거일 90일 전에만 감사원장에서 물러나면 되지만, 출마를 한다면 조직 정비와 정당 가입 등 준비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국민의힘 새 지도부가 선출되고 대선 경선 일정이 나오는 시점에는 결단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다만 현 정부와 각을 세우며 대선에 도전하기에는 명분이 다소 약하다는 게 약점으로 지적된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막기 위해 직을 내던졌던 윤 전 총장이나 '소득주도성장'에 맞서다가 사실상 해임된 김 전 부총리와 비교하면 어느 정도 강도 차이가 존재한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수완박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물러날 수 있었지만, 최 원장의 경우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며 "지난번 탈원전 감사가 오히려 정치적 해석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야권에서 플랜B로 생각할만한 요소는 충분하나, 당장 최 원장이 나설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전망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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