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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칼날' 향하자 또다시 발끈하는 與…'윤석열 사태' 시즌2 재연되나


입력 2021.05.21 05:00 수정 2021.05.21 10:06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조희연·이규원 수사에 집중포화…법조계 "입맛 따라 설계했어도 100% 복종 기대는 오판"

"공수처 '보여주기식 수사' 치중할 수 있다" 우려…"조희연만 소환하면 될 것을 압수수색 요란 떨어"

"이규원 사건은 차일피일 시간만 끌다 용두사미로 끝낼 가능성"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지난 1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이규원 검사를 대상으로 수사에 나서면서 여권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법조계는 정권이 "성역없는 수사를 펼치라"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칼자루를 줬다가 수사의 칼날이 자신들을 향하자 취지를 부정하는 구태(舊態)가 또다시 반복됐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공수처는 최근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 소속이던 이규원 검사의 '윤중천 면담보고서 허위 작성' 의혹과 관련해 직접 수사에 나서고, 조 교육감 특별채용 의혹 사건 수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수처의 '1호 사건' 및 '검사 대상 1호 사건'이 각각 여권 인사를 겨냥한 것이다.


이에 대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권 인사들은 각각 자신의 SNS를 통해 "기가 찬다", "국민의 기대에 어긋난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자다가 봉창 두드린다고 말할 법한 일"이라며 "엉뚱한 1호 사건 수사로 공수처의 존재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반응에 대해 법조계는 정권이 공수처에 성역 없는 수사와 정치적 중립을 주문해놓고, 정작 '우리 편'이 수사 대상에 오르자 반발하는 모순적인 태도를 또 드러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호선 국민대 법학과 교수는 "여당은 공수처 설립을 밀어붙이면서 정치적 중립이 중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사실 속내는 그렇지 않았음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며 "편향적이고 입맛에 맞는 수사를 해달라고 노골적인 투정을 부리는 태도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태훈 한반도 인권과 평화를 위한 변호사모임(한변) 회장은 "이 검사와 조 교육감은 당연히 고위공직자고 공수처법상 수사 대상이 맞다"며 "공수처에 엄정한 수사를 주문해 놓고 이제와서 불만을 표출하는 것은 명백한 이율배반이자 일구이언(一口二言)"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3월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김 변호사는 이어 "수사기관이 정권의 비리를 들추자 추 전 장관 등 여권 인사들이 발끈하고 나서는 '윤석열 사태' 시즌2가 재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2019년 문재인 정권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검찰개혁 적임자'라고 추켜세우며 야당의 반발을 뿌리치고 임명을 강행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윤 전 총장 임명식에서 "살아있는 권력도 눈치 보지 마라.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엄정하게 수사 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정권 인사들의 비리 수사에 박차를 가하자 여권은 뒤늦게 윤 전 총장을 쳐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현 공수처와 정권의 갈등도 이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호선 교수는 "정권이 아무리 기관과 제도를 자신들 입맛에 맞게 설계해도 100% 의향에 따라줄 것이라고 기대한 것은 오판"이라며 "자유시장경제 체제에서 누구나 권력을 지향하는 측면이 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전문성과 윤리의식을 관철하려는 정신도 살아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공수처는 정권을 겨냥한 수사 중단을 촉구하는 여당과, 정치적 편향성 및 미흡한 수사력을 지적하는 야당 등 양쪽으로부터 강한 압박을 받는 상황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공수처가 야권의 불만을 불식시키면서도 여권의 피해는 덜기 위한 묘수로 '보여주기식 수사'에 치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조 교육감 특혜 수사는 이미 감사원이 사안을 다 정리해서 압수수색이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며 "조 교육감을 소환해 조사하면 간단히 끝날 사안을 두고 보여주기식 요란한 수사를 펼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수처는 국민이 보는 눈을 고려해 조 교육감 건은 엄정 처리하고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킨다는 구상일 수 있다"며 "하지만 이성윤 황제조사 등 정치적으로 편향된 모습을 드러낸 전례를 고려하면 이규원 검사 수사는 차일피일 시간만 끌다 용두사미로 끝낼 가능성이 있다"고 경계했다.


김태훈 변호사는 "조 교육감 건뿐만 아니라 울산시장 선거 청와대 개입, 라임·옵티머스 사태 등 공수처가 파헤쳐야 할 사안이 산적해 있다"며 "공수처가 정권 비리 수사를 물 흐르듯 넘기는 일이 없도록 온 국민과 언론이 감시의 눈을 번뜩이고 엄정한 수사를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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