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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인간의 선한 심성이 보여주는 가치


입력 2021.05.20 13:00 수정 2021.05.20 11:28        데스크 (desk@dailian.co.kr)

영화 ‘자기 앞의 생‘

이탈리아가 낳은 최고의 배우 소피아 로렌은 1951년 16세의 나이로 영화 ‘쿼바디스’에 출연했고 1960년에는 ‘두 여인’을 통해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또한 그녀는 네오리얼리즘으로 전쟁의 실상을 조명한 이탈리아의 명감독 비토리오 데시카의 ‘두 여인’, ‘어제 오늘 내일’, ‘이탈리아식 결혼’, ‘해바라기’ 등에 출연해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며 이탈리아인들의 가슴 속에 자리 잡았다. 최근 소피아 로렌은 영화 ‘자기 앞의 생’을 통해 11년 만에 복귀해 여전히 독특한 외모와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매춘부의 아이들을 돌보는 로사(소피아 로렌 분)는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유대인이며 매춘부 출신이다. 어느 날 알고 지내던 의사로부터 부모가 없는 12세의 모모를 억지로 떠맡게 된다. 모모는 처음에는 마약을 운반하며 불량기 있고 삐뚤어진 행동을 일삼지만 로사의 따뜻한 보살핌으로 차츰 변화하게 된다. 점점 쇠약해지고 정신을 잃어가는 로사는 모모에게 죽음에 대한 그녀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영화 ‘자기 앞의 생’은 1975년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의 작가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그는 이 작품을 통해 프랑스 문학의 최고 권위 있는 콩쿠르트 상을 받았다. 그리고 이 영화를 감독한 에도아르도 폰티는 소피아 로렌과 ‘해바라기’과 ‘닥터지바고’를 제작한 카를로 폰티 사이의 아들이다. 소피아 로렌은 고인이 된 남편에게 이 영화를 헌정했다.


영화는 소통과 공감의 중요성을 전한다. 고아인 모모와 매춘부의 아이들을 돌봐주며 살아가는 로사, 이들의 만남은 처음부터 껄끄러웠다. 모모는 시장에서 로사의 가방을 훔쳐 달아났고 모모의 후견인인 의사 코헨의 부탁으로 모모는 로사와 함께 하게 된다. 이들은 나이, 세대, 성별, 인종, 종교 등 서로 맞는 게 하나도 없지만 서로 상처와 결핍을 지닌 존재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함께 생활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의지하며 힘이 되어준다. 영화를 통해 우리네 삶에 가장 중요한 소통과 공감, 믿음과 사랑에 대한 의미를 느낄 수 있다.


소외된 사람들의 연대를 통해 희망과 사랑을 이야기한다. 영화 속 인물들은 불법 체류자, 마약, 성소수자, 매춘 등으로 가난하고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주류사회에 편입되기 힘든 인물들이지만 이들은 서로에게 힘이 되어준다. 영화는 서로에게 염려와 보살핌 속에서 삶을 살아가는 인생의 모습들을 담담하게 담아낸다. 이들은 서로의 상처를 알아보고 보듬어 주며 부족함을 채워주는 가족과 같은 감정을 주고받는다. 그리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유일한 희망인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인간의 선한 심성을 강조하며 삶의 가치를 일깨운다. 코헨 의사는 모모의 후견인이며 빈민가의 사람들을 밤낮없이 치료해 주며, 잡화상을 하는 하밀 아저씨는 가족도 없이 혼자 살지만 따뜻한 마음씨를 가졌다. 아래층 롤라는 트렌스젠더로 매춘생활을 하지만 떳떳하게 자기 삶을 꾸려나간다. 이들이 지닌 선한 영향력은 모모가 바른 인성을 가질 수 있는 데에 큰 역할을 한다. 모모 내면에 존재한 불안감과 불신 그리고 충분히 나쁜 길로 빠질 수 있는 환경에 있었지만 주변의 좋은 사람들로 하여 올바른 가치관을 지닐 수 있게 만든다.


양극화와 경기침체로 어려워지는 생활 때문에 우리 사회는 점점 더 이기적이 돼 가고 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주변의 외롭고 힘든 소외된 이웃과 소통하고 관심을 보임으로써 힘을 보태야 한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혼자서만 살아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영화 ‘자기 앞의 생’은 각박한 우리 사회에서 서로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되짚어주는 작품이다.


양경미 /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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