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인사 포섭에 공들이는 이재명
적자(嫡子) 못 찾은 친문은 이낙연으로
정세균 측, 계파색 옅은 범친문 포진
분화된 친노·친문, 경선 연기론 일촉즉발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이 본격화 되면서 소속 의원들의 이합집산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당내 최대 주류인 친노·친문의 분화다. 문재인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하나처럼 움직였지만, 차기 대선을 앞두고 각자 지지하는 대선주자를 따라 흩어지는 모양새다. 특히 친노·친문 직계라고 할 수 있는 후보자가 없는 상황이어서 이들의 분화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여권 '빅3' 후보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 중 비문으로 분류되며 친문과 가장 거리감이 있었던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친노' 인사 포섭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12일 발족한 외곽조직 '민주평화광장'은 원조친노 이해찬 전 대표의 싱크탱크 '광장'에서 이름을 따왔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 변호사 등 친노 상징성을 띤 인물이 다수 소속돼 있다. 이해찬계 인사로 통하는 조정식·김성환·이해식 의원도 참여했다.
20일 출범하는 이 지사 지지의원 모임 '성장과 공정' 포럼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당내 유력 주자인 만큼, 정성호 의원과 김병욱 의원 등 기존 친이재명계 외에 친노·친문 인사들의 지원도 예상된다. 이재명계 한 의원은 통화에서 "참여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30여 명의 의원들 외에도, 당직 수행 등을 여러 이유로 공개하진 못하지만 지지하겠다는 뜻을 전해온 의원을 포함하면 50명이 넘는다"고 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칼로 자르듯 경계를 나눌 순 없지만 친문은 크게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 그룹과 친노, 운동권이 하나로 뭉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정권재창출 가능성, 의리와 친분, 이념과 성향, 정책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해 분화가 이뤄지고 있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 계승'을 내세웠던 이낙연 전 대표 주위에는 친문 인사들이 상당수 포진했다. 이 전 대표의 싱크탱크 '연대와 공생' 첫 심포지엄에는 이 전 대표 측근 의원들과 함께 김진표·홍영표·박광온·정태호·윤영찬 의원 등이 참석해 이목을 끌었다. 이들 대부분은 문 대통령 수호를 기치로 내세웠던 '부엉이 모임' 출신들이며 사단법인 민주주의4.0의 주축들이다.
조직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친노·친문 인사 포섭에 나서고 있다. 계파색이 강하지 않다는 점이 세력 확장에 강점으로 꼽힌다. 최근 호남지역 의원들과 잇따라 간담회를 열고 공개지지를 받으며 보폭을 넓히는 중이다. 안규백·김영주 의원 등 기존 정세균계에 더해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 한병도·신영대 의원 등 범친문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지지그룹에 합류했다.
41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맞춰 호남 구애 경쟁을 벌였던 이들 후보들은 오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12주기 추도식을 계기로 친노 표심 쟁탈전에 나선다. 이 지사와 정 전 총리는 19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추모 사진전에 참석해 고인의 뜻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각 진영으로 분화된 친노·친문 인사들의 대립은 '대선 경선 연기론'을 두고 나타날 전망이다. 이 지사 측은 경선 연기론에 대해 판세가 불리한 친문 진영의 '꼼수'라고 의심한다. 일단 시간을 벌어 새로운 친문 후보를 띄우거나, 최소한 이 지사의 상승세를 꺾으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이 지사는 "당헌에 따라 경선을 치르는 방식이 바람직하고 내부 잡음도 없다"며 반대의견을 공개적으로 표출한 바 있다.
이 지사를 제외한 나머지 진영에서는 연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는 '원칙론'에 가까운 입장이나, 주위에서는 "정권 재창출에 도움이 된다면 연기도 고려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김두관·박용진·이광재 등 대선 도전의 뜻을 굳힌 후보들도 연기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당 지도부는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예비경선 후보 등록 마감시한이 내달 22일인 만큼, 늦어도 5월에는 당 지도부가 경선 연기에 대한 명확한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요구가 적지 않다. 하지만 송영길 대표는 "당헌·당규상 룰은 이미 정해져 있다"며 원론적 입장만 내놓을 뿐, 논란을 회피하려는 모습이다.
지도부가 외면하는 사이 각 후보자는 물론이고 주요 인물들 사이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이광재 의원은 "당 지도부와 1등인 이 지사가 결단을 내릴 문제"라고 했고, 당의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범하게 나가면 지지율이 많이 올라갈 것"이라며 이 지사의 결단을 공개적으로 촉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