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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하는 데 돈 필요해”…의사·교수 사칭 외국인들, 중년을 노린다 ‘로맨스 스캠’ 주의보


입력 2021.05.20 05:00 수정 2021.05.20 08:05        김수민 기자 (sum@dailian.co.kr)

“심리적으로 외로움을 타거나 개인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타깃"

"어떻게 그런 뻔한 속임수와 접근에 속을 수 있느냐고 피해자들 나무라지만…한 번 믿게 되면 얼마든지 가능"

전문가 "개인 스스로 금융정보 등 개인정보 관리 철저히 해야"

"타인의 믿음과 감정을 이용한 지능 범죄…처벌 강화 및 국제 공조 시스템 필수"

채팅 앱 범죄(PG) ⓒ연합뉴스

이른바 '로맨스 스캠'(연애 신용 사기·Romance Scam) 범죄가 또다시 발생했다. 로맨스 스캠 범죄가 주기적으로 반복됨에 따라 범죄주의 홍보의 필요성과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로맨스 스캠이란 연애를 뜻하는 ‘로맨스(romance)’와 신용 사기를 뜻하는 ‘스캠(scam)’이 합쳐진 말이다. 사회관계망(SNS) 등을 통해 호감을 나타내며 신뢰를 쌓은 뒤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며 돈을 받아 가로채는 신종 사기 범죄다.


현재 국내에선 로맨스 스캠을 ‘기타 범죄’로 분류해 정확한 범죄 발생 통계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피해 사례는 해마다 계속 늘고 있는 추세다.


로맨스 스캠 사기범들은 타인의 사진을 도용한 후 의사, 대학교수, 재력가 등 피해자들이 혹할만한 직업을 사칭해 피해자들에게 접근해 충분히 환심을 산다. 이후 퇴직금을 옮기는 데 통장이 필요하다며 통장 계좌번호를 요구하거나 몸이 아파 수술을 하는 데 돈이 필요하다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범행을 저지른다.


지난 17일 SNS상에서 미군이나 해외에 거주하는 변호사·의사 등을 사칭해 호감을 산 뒤 십수억원을 뜯어낸 조직원 4명이 구속됐다. 이들은 아프리카 지역에 국적을 둔 외국인들로 알려졌다. 이 조직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SNS상에서 외국인 연인 행세를 하며 돈을 뜯어내는 수법(로맨스 스캠)으로 피해자 26명으로부터 총 16억5천1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로맨스 스캠을 시도하는 범죄자들이 주로 심리적으로 외로움을 타거나 개인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삼는다고 지적한다. 이들 중에서도 특히 중년층은 경제적 여유는 있지만 사회적 단절로 인해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범죄의 대상이 될 확률이 높다.


이웅혁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로맨스 스캠 사기범은 주로 중년층을 표적으로 삼는다”며 “SNS상에 그들이 올린 외로움이나 어려움 등 개인 신상 정보들을 파악한 후 접근하기 때문에 그들은 쉽게 범죄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개인 스스로 개인정보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고,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상대에게는 자신의 금융 정보 등 정보 제공을 절대 하지 말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사기범들의 그런 뻔한 속임수와 접근에 어떻게 속을 수 있느냐고 사기 피해자들을 오히려 나무라는 경우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관계가 굉장히 오랫동안 지속되고 그 사람을 한 번 믿게 되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교류가 쉬운 온라인 공간의 특성상 빈번하게 연락을 하고 나면 친근감이 생긴다”며 “친근감은 신뢰가 되고, 이는 낯선 이에 대한 경계를 허물어버린다”고 분석했다.


이어 곽 교수는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피해 사례를 알려야 한다”며 “보이스피싱 사례가 많이 알려진 것처럼 로맨스 스캠 피해 사례도 널리 홍보해 다른 사람들도 이를 예방하고 조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종 사기범죄, 로맨스 스캠은 개인이 주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피해 이후 피해자들을 구제할 법적 제도적 보호장치 마련도 시급히 요청되고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 교수는 ”타인의 믿음과 감정을 이용해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지능적이면서도 비겁한 방법“이라며 ”처벌 강화도 물론이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의 수사기관 또는 정보기관이 상습적 범죄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 법적 처벌을 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하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수민 기자 (su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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