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바이든, 21일 첫 한미정상회담
'백신 스와프' 성사 여부가 최대 관심사
文, 글로벌 공급망 재편 참여 의사 밝힐 듯
바이든 대북 메시지·양국 공동성명 주목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첫 한미정상회담을 갖는다. 문 대통령은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에 이어 바이든 대통령이 맞이하는 두 번째 정상이다. 이 때문에 대화 테이블에 어떤 의제가 올라갈지 관심이 집중된다. 19일 현재까지 알려진 건 코로나19 백신 협력과 반도체·배터리 산업 협력, 대중 견제 및 대북 정책 등이 주요 의제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국 입장에서 최우선 의제는 단연 코로나 백신이다. 문 대통령은 백신 개발·생산국인 미국과의 백신 파트너십을 구축, 미국 백신의 위탁 생산과 기술 이전을 통한 직접 생산 방식 등을 구상 중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번 방미를 백신 협력을 강화하고 백신 생산의 글로벌 허브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도 지난 12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미국은 백신에 대한 원천기술과 원부자재를 가지고 있고, 한국은 세계 2위 수준의 바이오 생산 능력을 가지고 있다"며 "두개를 결합하면 한국이 백신생산 글로벌 허브가 될 수 있다는 비전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을 조금 더 구체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겠나"라고 시사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백신 수급 문제 해결을 위한 '백신 스와프'가 성사될 지가 관심사다. 백신 스와프는 미국 보유 백신 물량을 상반기에 빌려온 후, 하반기에 국내 도입 물량을 돌려주는 방식이다. 때마침 바이든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화이자와 모더나, 얀센 등 자국민 접종에 활용한 3종 백신 2000만회 접종분을 해외 지원에 활용하겠다고 밝히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이와 함께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 11일 '한국계' 앤디 김 민주당 하원의원과 만나 "한국 백신 지원을 우선순위에 놓고 논의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8일 "양국 간 백신 협력과 관련된 다양한 방안들이 논의될 것"이라며 "거기에서 어떤 형태로 어떤 내용이 오갈지는 지금 조율 중이기 때문에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美 백신 협력·韓 대규모 대미 투자 '주고 받기' 예상
반도체 및 배터리 산업의 전략적 협력은 한미 간 공통 관심사다. 문 대통령은 백신 협력을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반도체·배터리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동시에 한국 기업의 미국 내 공장 증설 등 40조원이 넘는 우리 기업의 대미 투자 계획을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 방미 일정에 삼성·SK·LG 등 각 부문의 핵심 인사들이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하는 것도 이와 연관돼 있다.
이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공장 설립에 약 20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도 조 단위 투자 계획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고, 현대차와 기아차도 미국 현지에 약 8조원의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오는 22일(현지시각) 애틀랜타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 공장 방문을 추진 중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대중국 견제 성격의 협의체인 '쿼드(Quad)'에 한국의 참여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쿼드'의 3대 협력 분야는 백신과 신기술, 기후변화라는 점에서 한국의 관심 사안과도 맞물려있다.
아울러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한반도 현안에 대해서도 머리를 맞댈 예정이다.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은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가동하는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다.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기회가 온다면 흔들리지 않는 한반도 평화를 만들어내는 일에도 진력해야 한다"고 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북미 비핵화 협상의 조속한 재개를 위해 바이든 행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싱가포르 선언'을 계승해야 한다고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청와대는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유인하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이 발표할 성명에 '싱가포르 북미 합의를 계승한다'라는 취지의 명시적 표현을 담기 위해 막판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을 열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안보와 체제보장을 제공하기로 약속했고, 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확고하고 흔들림 없는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합의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구상하는 '종전선언'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의 호응이 있을지도 주목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반도 비핵화는 한반도의 비핵화 평화 정착을 위해서 양국이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미 미국이 북한과 접촉을 했고, 또 북한에 내용을 알려 주겠다고 한 사실이 있다"며 "그리고 미국에서 지난번 발표를 통해서 외교를 통해서 해결하겠다, 북미 간 양자 대화를 추진하고, 북한이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하는 경우 상응 조치도 검토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발표가 나온 적이 있다. 대단히 실용적이고 유연한 접근으로 본다"고 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대북 논의의 '변수'로 꼽힌다. 만약 바이든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직접적으로 거론할 경우 북측의 반발이 예상된다.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를 지낸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은 지난 17일 한 심포지엄에서 "지금 제일 걱정되는 부분은 미국이 북한 인권문제를 들고 나올 경우 비핵화 진전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미측은 북핵 해결을 위해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양보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최근 "미국은 인권을 외교정책 중심에 두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인권 유린에 목소리를 높이는 파트너들과 함께 힘을 합치고 있다"고 말했다.
19~21일 美 공식 실무 방문…SK이노베이션 공장 찾는다
한편 문 대통령은 19일 오후에 서울을 출발해 같은 날(현지시간) 오후 워싱턴에 도착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20일 오전 알링턴 국립묘지를 방문해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하는 것으로 방미 공식 일정을 시작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에는 미 의회를 방문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을 및 하원 지도부와 간담회를 한다.
문 대통령은 다음 날인 21일 오전에는 백악관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만난 뒤 오후에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회담 직후에는 공동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다. 이후 문 대통령은 한국전쟁 기념공원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 착공식에 참석할 계획이다.
방미 마지막 날인 22일에는 미국 워싱턴대교구장인 윌튼 그레고리 추기경과 면담한다. 이후 애틀란타로 이동, SK이노베이션 공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이 서울에 도착하는 시각은 한국 시간으로 23일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