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중국 배터리 투자로 글로벌 시장 초격차 지위 확보
NCC·NBL 등 석화 외에 CNT·양극재 등 배터리 소재 투자도 확대
LG화학이 2025년까지 석유화학, 배터리, 첨단소재 등 주력 사업에 총 18조원을 투자하며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특히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을 통한 배터리 분야에만 15조원을 투입해 초격차 지위를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2021년 1분기 보고서를 통해 오는 2025년까지 석유화학·전지·첨단소재 사업 부문에 총 18조4024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중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을 통한 배터리 사업에만 15조원을 투자한다. 이는 전체 투자 규모의 80%에 해당한다.
지난해 말 LG화학으로부터 물적분할한 LG에너지솔루션은 한국, 미국, 중국, 유럽(폴란드) 등 각 지역에 글로벌 배터리 생산거점을 두고 있다. 미국과 폴란드에서는 주로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며, 중국에서는 전기차 배터리를 비롯해 소형 배터리 ESS(에너지저장장치) 등을 만든다.
미국의 경우 오는 2023년까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법인인 '얼티엄 셀즈'에 총 2조5874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현재 양사는 미국 오하이오주에 35GWh(기가와트아워) 규모의 배터리 제1 합작공장을 건설중으로, 동일 규모의 배터리 제2 합작공장을 테네시주에 추가로 설립할 예정이다.
2개의 합작공장을 통해 2024년까지 총 70GWh 이상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갖추겠다는 목표다. 이는 1회 충전 시 5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한 고성능 순수 전기차를 100만대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의 합작공장 이외에도 2025년까지 5조원 이상을 단독 투자해 미국에만 독자적으로 70GWh 이상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추가 확보한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에 조 단위 투자에 나서는 것은 그만큼 미국 전기차 시장 성장 속도가 가팔라졌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전기차 시장은 올해 110만대에서 2023년 250만대, 2025년 420만대로 늘어나는 등 연평균 40% 증가라는 초고속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에 이어 유럽의 배터리 생산능력도 대폭 확대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까지 폴란드 공장에 총 6조7514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 2016년부터 현재까지 총 4조909억원을 투입했으며 앞으로 4년간 2조6605억원을 추가로 투자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유럽 내 수주물량 확대에 따른 규모의 경제성 확보, 유럽 완성차 업체와 인접한 지리적 이점 등으로 폴란드 배터리 공장 생산능력을 꾸준히 확대해왔다.
3대 전기차 시장 중 하나인 중국 배터리 투자도 강화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남경(신강)에 서는 전기차 배터리와 소형 배터리, ESS를 생산하고 있으며 빈강(강녕)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ESS를 만든다. 특히 배터리 1공장이 자리한 신강과 배터리 2공장이 있는 빈강과의 거리는 45km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지정학적 이점이 크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까지 중국 남경엔 총 3조3834억원을, 빈강엔 2조2859억원을 투자한다. 앞서 투자한 금액은 각각 2조5251억원, 1조4739억원으로 앞으로 4년 동안 8583억원, 8120억원을 추가로 투입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각 대륙별 공급 거점 생산능력을 대대적으로 확보함으로써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배터리 생산능력을 작년 120GWh에서 올해 155GWh로, 2023년에는 260GWh까지 늘릴 계획이다. 260GWh는 고성능 순수 전기차를 370만대 이상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배터리 외에도 LG화학은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첨단소재 사업에도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석화 부문은 에틸렌을 만드는 여수나프타 분해설비(NCC)생산능력을 다음달까지 80만t 확충할 계획이다.
완공 시 여수 NCC 생산능력은 총 200만t 규모로 늘어나며, 다른 NCC 설비를 갖춘 대산공장(130만t)과 합산할 경우 총 330만t의 생산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2018년부터 올해까지 투입된 총 투자금액은 2조6060억원이다.
창호, 바닥재 등 건축 내외장재로 쓰이는 글로벌 PVC(폴리염화비닐)도 생산능력을 늘린다. LG화학은 지난해부터 여수 PVC공장 증설을 단행중으로 내년까지 총 84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니트릴(의료·위생용) 장갑 소재로 사용되는 NB라텍스 투자도 대대적으로 늘린다. LG화학은 올해 완공을 목표로 중국 닝보(용싱)에 연산 10만t 규모의 NB라텍스 설비를 증설하고 있다.
완공 시 국내 생산능력(여수 17만t)과 더해 연산 27만t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현재 말레이시아에도 연산 20만t 규모의 NB라텍스 투자를 진행중으로, 2023년 완공 시 총 생산능력은 47만t으로 확대된다.
LG화학은 "최대 시장인 말레이시아 생산능력을 증설 중이며, 올해에는 중국에서 신규 공장을 가동한다"면서 "국내에서도 증설을 추진해 3개 국가 내 생산능력을 2025년까지 100만t 이상으로 늘려 사업 리더십을 공고히 하겠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양극재 소재로 쓰이는 탄소나노튜브(CNT)는 지난달 1200t을 증설을 완료해 생산 규모가 총 1700t으로 늘었다. 총 투자금액은 650억원이다.
첨단소재 부문 투자에도 대대적으로 나선다. 배터리 소재인 양극재의 경우 한국과 중국에 2023년까지 단계적으로 생산능력을 확충한다. LG화학은 장쑤성 우시에 양극재 공장을 연간 4만t 규모로 설립했으며, 지난해 10월 말부터 가동하고 있다.
청주 양극재 공장(연산 3만t 규모)도 2022년까지 생산능력을 2배 확충할 계획이다. 아울러 연산 6만t 규모의 구미 양극재 공장도 올해부터 착공한다. LG화학은 "2025년까지 26만t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해 작년 말(4만t) 대비 6~7배 규모로 육성하겠다"면서 "내재화율은 30%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투자 확대, 외형 성장 등에 힘입어 LG화학은 올해 최대 매출을 시현하겠다는 방침이다. LG화학은 올해 연결 매출 목표액을 37조3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지난해 30조1000억원 보다 23.9% 증가한 수치다.
구체적으로 배터리 사업을 영위하는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매출 목표는 LG화학 전체 목표의 절반 수준인 18조9000억원이며, 석화 14조8000억원, 첨단소재 4조4000억원이다. 생명과학과 팜한농은 각각 8000억원, 7000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