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 하노이 회담조차 '역사적 회담'
3차례 남북 정상회담, 일절 소개 안 해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외교 성과를 홍보하기 위해 화보를 발간하면서도 세 차례 이뤄진 남북정상회담 내용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 당시 사진에선 문재인 대통령을 의도적으로 잘라내기도 했다.
북한 외국문출판사는 12일 김 위원장이 2018년 3월부터 2019년 6월까지 각국 정상과 만나 공식 회담을 벌인 사진을 망라한 '대외관계 발전의 새 시대를 펼치시어'를 12일 공개했다.
이번 화보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전통 우방국 정상과의 회담뿐만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나란히 자리한 모습도 담겼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과 처음을 마주했던 싱가포르 회담(2018년 6월)에 대해선 "조미(북미)관계의 새 역사를 개척한 세기적 만남"이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이 빈손으로 3박 4일 동안 기차를 타고 평양으로 돌아가야 했던 하노이 회담(2019년 2월)에 대해서도 '역사적인 제2차 조미수뇌상봉과 회담'이라고 홍보했다.
'하노이 노딜' 이후 판문점에서 성사된 남북미 정상 회동(2019년 6월)과 관련해선 문 대통령을 일절 언급하지 않고 '판문점에서의 역사적인 상봉'이라고만 소개했다.
또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 국무위원장이 군사분계선(MDL)을 넘는 사진에 대해선 "역사적인 순간" "놀라운 사변"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화보에는 판문점 남북미 정상 회동과 관련한 사진이 10장 담겼지만, 문 대통령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아울러 2018년 4월·5월·9월에 개최됐던 남북 정상회담 관련 사진도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한편 이번에 발간된 화보에선 북중·북러 정상회담 장면도 확인할 수 있다. 북한은 김 위원장이 시 주석·푸틴 대통령과 함께 촬영한 사진을 소개하며 '형제적 우정' '동지적 신뢰' '뿌리 깊은 친선' '전통적 조러(북러) 관계' 등의 수식어를 붙여 전통 우방관계를 과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