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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 뷰⑧] 에바 "여성들의 일상이 조금 더 편안하고 즐거울 수 있도록"


입력 2021.05.05 12:53 수정 2021.05.06 10:29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비영리단체 WNC 운영

2015년부터 시작해 70만 구독자 보유

<편집자 주> 유튜브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MZ 세대의 새로운 워너비로 떠오른 직업이 크리에이터다. 콘텐츠 기획, 촬영, 편집까지 해내며 저마다의 개성 있는 영상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는 크리에이터를 만나봤다.


ⓒ레페리

대학교만 가면 모든 게 다 해결 될 것 같았던 2015년 스무 살 여름, 에바(김혜원)는 방학이 오자 공허함에 휩싸였다. 모두가 스무 살은 특별하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그의 일상은 어제와 다를 것 없는 오늘의 연속이었다. 대외활동,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새로운 경험을 쌓으려해봤지만 감흥이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SNS에 레페리에서 크리에이터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게 됐고, 호기심에 지원을 하게 됐다. 그렇게 크리에이터 길을 걷게 되는 그는 2021년 70만 구독자들과 함께 울고 웃는 에바가 됐다.


처음에는 뷰티 콘텐츠로 시작했다. 국내에 크리에이터가 많지 않았고 스무 살의 에바가 선택할 수 있는 콘텐츠의 폭은 넓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며 경험치가 늘어나고 채널이 성장하며 현재는 뷰티 콘텐츠 뿐 아니라 일상, 생각도 공유하고 있다.


"뷰티로 시작했지만 저보다 메이크업을 전문적으로 잘 하시는 분들이 많으셔서 차별점을 만들어야겠단 생각을 했어요. 뷰티 콘텐츠를 하더라도, 뷰티보단 이야기를 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겟 레디 위드 미'(Get get ready with me)가 정말 반응이 좋았어요. 그래서 그걸 주력으로 가기 시작했죠. 지금도 이야기하는 콘텐츠나 일상을 함께하는 콘텐츠들이 반응이 더 좋아요."


일상을 공유하는 콘텐츠를 만들다보니 개인 정보가 노출된 경우도 있었다. 사생활 침해가 피부로 느껴져서 움츠러들기도 했지만 현재는 구독자들의 배려로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임할 수 있게됐다.


"한 번은 집에서 영상을 찍다가 창 밖의 전경이 노출 된 적이 있는데 그걸 보고 제가 어디에 사는지 알아보는 분이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개인정보를 오픈하는 것에 민감했었어요. 꽤 보수적으로 채널을 운영했었죠. 그런데 이제 구독자 분들과 오래되기도 했고, 저를 더 많이 알기를 원하셔서 범위를 넓혔어요. 그리고 제가 영상에서 혹시 저의 집 위치나 제 개인 정보를 알게 되더라도 댓글로 쓰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드렸더니 그 이후로는 절 배려해주시는 게 느껴져요."


그가 주력하고 있는 콘텐츠는 '필로우 토크'다. 에바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과 선택에 대한 후회', '나는 더 이상 행복해지려고 노력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사람에게 기대하지 않기로 결심한 이유' 등 불안한 청춘들의 고민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전하는 콘텐츠다.


"제 이야기나 생각을 전달하는 과정을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필로우 토크는 딱 이야기만 하는 영상이고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요. 심도 깊은 주제를 다루기 때문에 자주 하진 않아요. 주제는 구독자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고민을 보내주신 것들을 펼쳐놓으면 어떤 고민이 있는지 한 지점으로 모여요. 그것에서 어떤 이야기를 할지 파생시켜요."


에바는 현재 크리에이터 활동 외 비영리단체 WNC를 만들어 여성들의 일상이 조금 더 편안하고 즐거울 수 있도록 활동하고 있다. ‘와이 낫, 와이 캔트(Why not, Why can't)’라는 문구의 첫 글자를 따왔다.


"WNC는 사회가 말하는 여성의 삶에 대해 한 번이라도 의문을 품어본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지지하며, 보다 편안하고 즐거운 일상을 만들어가는 비영리단체입니다. 여성들이 꺼내기 힘든 경험이나 가치관, 생각을 WNC를 통해 발화하고, 안전하게 느끼게 해주는 걸 지향하고 있어요. 여기서 표현했을 땐 아무도 비난을 하지 않거든요. 그런 지점들이 제 채널과도 맥을 같이 하고요. 지난 1월에는 여성 작가님들과 '검열'이란 주제로 전시를 했어요."


에바 채널이나 WNC 안에서 그가 가장 조심하는 건 '아무도 상처받지 않기'다.


"문제를 느끼고 있는 콘텐츠를 꺼내 이야기 해보면, 나 뿐만 아니고 옆사람, 더 나아가 모두의 문제라는 걸 느껴요. 하지만 이 방향이 맞는 건가, 콘텐츠가 발행됐을 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거나, 상처를 상기시키는 걸 가장 지양해요. 신중하게 접근하기 때문에 콘텐츠가 빨리 나오진 않아요. 인스타그램에 올라가는 카드 뉴스는 2주에 1개씩 올라가고 있어요."


그가 여성의 인권이나 안전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자신이 공격 대상이 됐던 경험 때문이었다.


"제가 여성이니까 유튜브에 여성 인권과 관련한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그 때마다 혐오성 발언, 공격을 많이 받았고요. 그러면서 날 세우고, 꺼려하게 되면서 인권 이야기가 음지로 들어가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WNC를 통해 본격적으로 여성의 이야기를 풀어놓으려 했던 겁니다."


ⓒ레페리

에바는 지난 2월 스톤핸지와 컬래버레이션 한 '에바 워치'를 선보이기도 했다. 해외에서 홀로 청소년기를 보내던 시절부터 현재 크리에이터로서의 삶까지 인생의 모든 전환점에서 그의 모토가 되어온 ‘모든 것은 기다리는 자에게 온다’는 ‘Everything comes to those who wait’를 시계 뒷판에 새겼다. 스페셜 에디션 제품에는 에바가 직접 디자인에 참여했다.


"제가 혼자 떨어져 '모든 것은 기다리는 자에게 온다'란 말을 되새겼어요. 이 시기를 잘 버티면 좋은 바탕이 돼 나중에 뭐라도 할 수 있겠지란 생각이었죠. 취업난과 코로나 19로 어려운 사회, 경제적 상황들을 보내고 있는 청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어요."


MZ 세대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만큼 그에게 화장품이나 의류를 브랜드화 하자는 러브콜도 많이 들어온다. 그는 언젠가 정체성 가치관을 담은 브랜드를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다. 관심있는 분야는 언더웨어다.


"평소 의류 쪽에도 관심이 많은데, 만약 추후 제작쪽으로 콜라보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면 의류 카테고리로도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외출복도 좋지만 제가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서 그런지 홈웨어나 언더웨어 쪽으로 더 마음이 기울더라고요. 특히 여름이 되면 옷이 얇고 가벼워지면서 속옷 라인이 드러나거나, 습기나 열기때문에 두드러기가 생기거나 하는 등 불편함이 많아서 평소 니플패치, 패드, 드로즈나 트렁크 등 다양한 종류의 언더웨어를 시도해보는 편인데 그때마다 조금씩 아쉬운 부분이 있었거든요. 요즘은 언더웨어의 종류도, 그 선택지도 많이 다양해지긴 했지만 아직도 속옷 카테고리가 외출복만큼의 다양한 선택지를 갖고 있진 않은 것 같아요. 제가 정말 편하게 입을 수 있고, 또 제가 평소에 피부처럼 입을 수 있는, 편안함이라는 키워드에 충실한 언더웨어를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그는 자신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 막연하고 어려운 일이라는 것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오늘도 고민하고 나아간다.


"콘텐츠 제작할때 사람들에게 미칠 영향을 항상 고민해요. 일상적이나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도 마찬가지고요. 크리에이터가 아니더라도, 이 일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사람'이고 싶어요."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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