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 7월까지 하루 석유생산량 218만배럴 늘리기로
7월 이후 추가 증산가능성 염두…“VLCC 시황 상승 긍정적 요소”
국내 조선업체들의 VLCC(초대형 원유운반선) 수주 낭보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OPEC+(오펙플러스)의 원유 증산이 VLCC 시황에 더욱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위축됐던 선박 수요가 풀리며 시황 개선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또 다른 호재를 만난 셈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4월 말까지 국내 조선 3사 수주한 VLCC 척수는 28척에 달한다. 이 기간 전체 수주 척수인 152척 중 컨테이너선(62척), LPG선(37척)에 이어 세번째로 높은 수치다.
업체별 VLCC 수주 척수를 살펴보면 한국조선해양이 지난해 1~4월 1척에서 올해 1~4월 13척, 같은 기간 대우조선해양이 1척에서 11척, 삼성중공업이 2척에서 4척으로 늘었다. 코로나19 영향을 직격타로 맞았던 전년 동월과 달리 올해 경기가 회복세를 띠면서다.
VLCC 가격도 상승세다. 지난해 12월 8500만달러였던 VLCC 선가는 1월부터 3월까지 8800만달러, 8950 달러, 9050만달러로 매달 오르고 있다. KMI주간해운시장 포커스에 따르면 4월 평균가는 9100만달러로 1척 당 1000억원이 넘는다.
이처럼 이미 VLCC 시황이 개선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OPEC+의 원유 증산 카드는 업계에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는 지난달 말 원유 증산에 합의했다. 이달부터 7월까지 3개월 간 순차적으로 원유 생산량을 늘리기로 한 것이다. 세계 경기가 회복됨에 따라 원유 수요가 되살아날 것이란 예측에서다. 하루 증산 규모는 218만 배럴이다.
원유 증산이 즉각적인 VLCC 발주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산유국들이 석유 수요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은 중장기적으로 선주들의 발주 심리를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는 단기간 발주 기대보다는 유가 흐름과 물동량, 운임지수 등 조선업의 여러 지표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원유 증산이 조선업에 긍정적 요소임은 분명히 밝혔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VLCC는 1척당 1000억원 이상의 높은 가격으로 단기간 발주심리를 이끌긴 어렵지만 결국은 선주들도 유가 흐름과 세계경기, 물동량을 살펴보고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유가 상승이나 원유 증산을 알리는 계획 등의 인프라 변화는 조선업계 측면에서 나쁜 시그널은 아닌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7월 이후 추가 원유 증산 가능성도 점쳐진다. 류희영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연구원은 원유 추가 증산 가능성이 향후 원유운반선 시황 상승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류 연구원은 “현재 코로나19 이후 지속된 원유 감산 기조가 완화된 점, 시장 예상을 상회한 증산 결정 등을 근거로 7월 이후 추가 증산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증산으로 늘어나는 운송 수요 대비 최근 탱커(원유운반선) 폐선의 증가 현상이 향후 탱커 시황 상승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