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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의 슈완스 인수, 승자의 저주 벗어나 신의 한수로


입력 2021.04.28 06:00 수정 2021.04.27 16:47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슈완스 인수 2년, 미국 매출 10배 성장…글로벌 실적 견인

재무구조 개선해 2019년 매각한 영등포 공장 다시 사들여

수익성 개선에 힘입어 '그린바이오' 등 신사업 투자도

CJ제일제당 사옥ⓒ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이 최근 슈완스 인수 시너지를 본격화 하고 있다. 인수 당시엔 제당 뿐 아니라 그룹 재무구조 마저 악화되며 승자의 저주라는 지적도 제기됐지만 선제적으로 투자한 글로벌 사업부문이 큰 성과를 내면서 상황에 반전을 맞았다.


2년 전 CJ제일제당에게 슈완스 인수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지난해 CJ제일제당 식품 매출은 약 9조원으로 이중 절반에 가까운 46%가 해외에서 발생했다.


슈완스 인수 직전인 2018년 식품 매출 해외 비중이 14%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슈완스가 해외 매출 성장의 원동력이 된 셈이다.


특히 슈완스의 유통망이 견고하게 자리 잡힌 미국 시장에선 매출액이 2018년 3649억원에서 지난해 3조3286억원으로 약 10배 성장했다.


CJ제일제당의 부채비율도 낮아졌다. 2019년 말 159.4%에서 지난해 말 134.0%로 떨어졌다. 그룹 전체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며 잇따라 자산을 매각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슈완스가 미국 등 CJ제일제당 해외 사업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글로벌 전략은 2018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의 냉동식품 생산 유통업체인 슈완스컴퍼니를 1조5000억원에 인수했다. 그룹 내부에서 인수 금액이 너무 높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이재현 회장의 통근 결단으로 투자가 이뤄졌다.


그러나 슈완스 인수는 CJ그룹 전체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듬해인 2019년 CJ는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불필요한 사업은 정리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등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서울 가양동·구로공장 부지, 필동 인재원 등을 차례로 매각해 차입금을 갚아 나갔다. 가양동 부동산은 8500억원, 구로공장은 2300억원, 인재원 건물은 528억원에 매각해 총 1조원이 넘는 자금을 마련했다. 회사의 안전 자산인 부동산을 팔아 미래 먹거리에 투자했다.


투자는 놀라운 결과를 불러왔다. ‘승자의 저주’로 불렸던 슈완스는 CJ의 ‘효자’로 거듭났다. 재무구조 개선은 물론 미국 시장에서의 점유율도 높아졌다.


지난해 슈완스는 미국 내 아시안 푸드 시장에서 24%의 점유율로 기존 1위 아지노모토를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앞서 매각했던 자산도 다시 사들이고 있다. 최근 CJ제일제당은 2019년 세일 앤 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조건으로 매각했던 영등포 공장 부지를 지난달 재매입 했다. 매입가는 매각 당시 금액인 23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영등포 제분 공장에선 CJ제일제당이 유통하는 밀가루의 약 50% 가량이 생산된다. 그만큼 핵심 사업장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선 해당 부지를 다시 사들일 수 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소영 신임 사내이사ⓒCJ제일제당

전반적인 수익성이 개선되며 올해는 바이오 등 신사업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신기술과 신제품 개발 등을 통해 미래 사업성 확보와 기존 사업의 안정적 수익 강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완전한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발걸음으로 분석된다.


최은석 대표는 지난달 열린 주총에서 ‘바이오 사업’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바이오는 신기술로 미래 사업성을 확보하고 연구개발을 바탕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겠다”며 “부가가치가 높은 식품사료 솔루션, 화이트 바이오 등 신사업을 추진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 부문은 100% 해양 생분해 가능한 친환경 바이오 플라스틱 소재인 PHA(폴리하이드록시 알카노에이트)를 중장기 먹거리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 대표는 올해부터 화이트 바이오·그린 바이오 두 축으로 운영키로 했다. 그는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뉴카테고리담당을 화이트 바이오로 재편했고 그린 바이오를 신설했다.


또 김소영 CJ제일제당 BIO AN(Animal nutrition) 사업본부장을 신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부사장 대우를 받는 직급으로, 사내 여성임원이 사내이사로 선임된 첫 사례다.


회사는 김 사내이사의 선임을 통해 이사회의 다양성 강화와 동시에 전문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슈완스 인수는 외형적인 성장뿐 아니라 두 회사의 차별화된 핵심 경쟁력이 결합된 ‘윈-윈’ 사례로 의미가 깊다”며 “CJ제일제당이 보유한 최고 수준의 식품제조 R&D 역량과 노하우와 슈완스 영업력의 시너지를 극대화해 글로벌 넘버 원 식품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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