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피고, 합병 과정에서 시장교란행위 저질러"
이재용, 머뭇거리다 "공소사실 인정할 수 없다"
검찰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이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의혹을 두고 벌어진 첫 공판에서 팽팽하게 대립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박정제·박사랑·권성수 부장판사)는 20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과 삼성 전현직 관계자 10명의 첫 공판을 열었다. 이들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도움이 되도록 주가와 합병 비율을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고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삼성 그룹 내 지배력 확대와 경영권 승계를 위해 피고인들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을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주요 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자사주 집중매입을 통한 시세조정 등 회사 차원의 불법행위가 있었고 이 부회장과 미래전략실이 이에 관여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피고인들은 이 부회장의 승계를 목적으로 합병 목적, 경과 등을 주주들에게 제공하면서도 불리한 정보는 감췄다"고 말했다. 또한 제일모직 상장 이후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시점을 선택해 왜곡된 비율로 합병했고, 그 결과 삼성물산과 그 주주들에게 손해를 가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어 "경영권 승계라는 목적 자체를 문제삼는 것이 아니라, 합병 과정에서 행해진 허위 정보 제공, 투자 정보 미제공 등 시장교란행위를 문제삼는 것"이라며 "삼성물산 주주들이 의문을 가질 수 있는 기회와 검토 가능성까지 박탈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합병이 '필요에 의해 행해진 일반적인 경영활동'이었으며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성과부진·건설업게 전반 침체 등으로 경영상 삼성물산의 합병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삼성물산은 합병 이후 그룹 지분이 40% 가까이 증가해 경영권 안정화라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변호인은 "검사 측은 피고들이 합병과 회계 관련해 쉼없이 불법을 저지른 것처럼, 마치 삼성을 범죄단체로 보는 것 같다"며 "기업경영의 모든 과정이 범죄 취급되는 건 정말 답답하고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검찰과 변호인의 의견 진술이 끝난 뒤, 공소사실을 인정하냐는 재판부의 물음에 이 부회장은 잠시 머뭇거리다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최치훈·김신 전 삼성물산 대표 등도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삼성증권 직원 한모씨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기로 했다. 2차 공판은 내달 6일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위법하게 관여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지난 1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는 징역 2년 6개월을 확정받고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