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수칙 제대로 준수해도 단계 상향과 같은 효과"
"새 단체장과 협력"…吳 '독자노선' 선언에 견제구
8개월 전엔 "서울시 요청 사항 충분히 뒷받침하라"
문재인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코로나19 방역 관련 힘겨루기가 본격화된 모양새다. 문 대통령이 12일 "지금의 방역수칙을 제대로 준수하기만 해도 방역단계를 높이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강조한 게 '방역 독자노선'을 선언한 오 시장에 대한 '우회적 경고'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코로나19 특별방역 점검회의'에서 "지금은 코로나 확산세를 막는 것이 당장의 급선무가 됐다"며 "지금 방역 상황을 안정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주변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것으로 보이는 숨은 감염자를 찾아내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최근 느슨해진 방역 긴장도를 끌어올려야 한다"면서 방역 수칙 위반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새로 취임한 단체장들과 손발을 맞추고 함께 협력해 나가는 데에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오 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이 야당 소속 단체장인데다, 임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손발을 맞추라는 의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오 시장이 정부의 규제 방역을 비판하고 '서울형 거리두기 매뉴얼'을 도입하겠다고 한 것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오 시장은 이날 오전에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일률적인 '규제방역'에서 벗어나 민생과 방역을 모두 지키는 '상생방역'으로 패러다임을 바꿔가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현재 정부 방역 지침은 업종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묶어 영업을 규제하고 있다는 게 오 시장의 비판 요지다. 이에 대해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정부의 방역 정책을 따르라는 '가이드 라인'을 내렸다고 해석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광화문 집회 직후인 지난해 8월 21일 서울시청에서 연 '코로나19 서울시 방역 강화 긴급점검' 이후 8개월 만에 관련 회의를 직접 주재한 것도 오 시장의 방식을 견제하려는 포석이 담겼다고 해석된다. 당시 문 대통령은 경찰과 중앙정부에 "서울시가 요청하는 지원 사항이 있으면 충분히 뒷받침을 해 주시기 바란다" 등의 당부를 했는데, 이날 발언과는 결이 다르다.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통상 하는 수석보좌관회의나 국무회의가 아닌, 방역회의를 따로 주재한 건 그만큼 방역 상황이 중요하다는 의미"라면서도 "중앙정부에 단체장과의 협력을 당부했지만, 사실상 기존의 방역수칙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일종의 가이드 라인을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진영에 따라 문 대통령의 지침이 다르다는 비판을 불러일으킬 여지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서울시가 독자적으로 방역 노선을 구축할 것으로 보이니 단속할 필요가 있다는 우려 하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과 오 시장은 13일 오전 문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화상으로 마주한다. 문 대통령과 오 시장이 방역 정책에 대해 입장차를 보인 만큼, 국무회의에서 어떤 대화가 오갈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앞서 배재정 정무비서관을 통해 오 시장에게 축하 난과 "오 시장의 국무회의 참석을 환영하며 화요일에 만나기를 기대한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에 오 시장은 배 비서관에게 "국무회의 배석자 중 유일한 야당 소속으로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시 현안뿐 아니라 현장 민심과 야당 입장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해 미리 양해를 구한다는 말씀도 전해 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