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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영의 적바림] 집안싸움 끝낸 LG-SK, 이제 세계기업과 경쟁해야


입력 2021.04.12 10:07 수정 2021.04.12 12:44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2년 넘는 배터리 분쟁 공식 종료…양사 "건전한 경쟁·우호적 협력" 강조

배터리 산업 새 국면…'상생'과 '공존'으로 배터리 황금기 대비할 때

SK그룹(왼쪽)과 LG그룹 로고.ⓒ각사

713일. 2019년부터 불거진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법적 분쟁이 공식 종료될 때까지 걸린 시간이다. 양측은 국내외 소송은 물론 장외 공방까지 주고 받으며 치열하게도 다퉜다.


2조원. LG에너지솔루션은 3조 이상의 합의금을 요구하고, SK이노베이션은 1조원 내외에서 줄 수 없다며 평행선을 달리다 미국의 중재로 한 발씩 양보해 이 정도 선에서 다툼을 멈췄다.


지난 2월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관련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최종 판결 이후에도 양측의 신경전은 날카로웠다. 조지아주에 조 단위 투자를 진행중이었던 SK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사업 철수까지 운운하며 바이든 행정부 거부권 행사에 그야말로 '올인'했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미국에 조 단위 투자를 예고하며 거부권 '방어전'을 적극 펼쳤다. 이 과정에서 양사는 미국 행정부 고위관료 출신 인사들을 대거 영입하는 등 치열한 로비전을 벌였다.


미국 정부는 이번 극적 합의를 위해 강력한 중재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반도체·배터리 공급망을 확대하겠다고 천명한 가운데 배터리 최대 공급사 중 하나인 SK이노베이션이 발을 뺀다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거부권을 행사하면 중국을 겨냥한 바이든 정부의 지식재산권 강조 기조와 상충된다. 결국 LG-SK 둘 중 하나를 선택하기 보다는 모두가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했다.


이번 합의로 LG에너지솔루션은 지식재산권 보호라는 '명분'을,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사업 지속성이라는 '실리'를 모두 얻게 됐다. 양사 모두 대규모 투자와 수주가 정상화됨으로써 공격적으로 시장 장악력을 높여갈 전망이다.


우려되는 부분은 혹여 남아있을지 모를 갈등의 잔재들이다. 전쟁이 끝나고 포연이 걷히고 나면 승자와 패자가 갈리고 논공행상이 거론되게 마련이다. 이번 LG-SK 배터리 분쟁과 관련해서도 누가 이기고 누가 졌는지, 누가 더 유리하게 협상을 이끌어냈는지 이런저런 후일담이 나올 수 있다.


뒷얘기가 과해진다면 합의로 잠재워둔 갈등의 불씨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 713일간 서로에게 던진 독설들을 다시 되새길 우려도 있다. 그건 결코 생산적인 일이 아니다.


양사는 승패 구분은 접어두고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 및 점유율 확대에 발 빠르게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 LG-SK가 2년 넘게 다투는 동안 글로벌 배터리 산업은 새 국면을 맞았기 때문이다.


최대 수요처 중 하나인 폭스바겐이 각형 배터리 및 자체 배터리 비중을 늘리겠다고 '깜짝' 선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각형은 최대 경쟁사인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강점을 보이는 분야다.


다른 글로벌 완성차업체 역시 시장 선점을 위한 다양한 방식들을 내놓고 있다. 전기차 1위 업체인 테슬라는 작년 독일 배터리업체 ATW오토모티브를 인수하며 배터리 수직계열화 작업에 나섰고, 일본 도요타의 경우 전고체 배터리로 중흥을 꾀하고 있다.


변화하는 배터리 시장에서 K배터리가 입지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할 경우, 도태는 시간 문제다. 소송 불확실성을 털어낸 만큼 지난 앙금을 털어내고 미래를 바라봐야 하는 것이 시급한 이유다.


LG-SK가 '초격차' 전략으로 중국 기업들을 물리치고 글로벌 배터리 기업 1등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선 양사가 밝힌 '공존'과 '상생'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전기차 제조사들에게 약속한 배터리 물량을 적기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급선무다. 선진 기술로 손꼽히는 LG-SK의 파우치형 배터리 점유율을 늘려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많은 선택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 그래야 배터리 업계에서 오래 공존하며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이 걸렸지만 배터리 분쟁은 마무리됐다. 더 이상의 갑론을박은 무의미하다. 지나간 것은 지나가게 해야 한다. 어제의 고객사가 오늘의 경쟁사로 바뀌고 있다. K배터리는 이 과도기를 황금기로 만들 수 있도록 면밀히 대비해야 한다. 상생으로 글로벌시장을 선도하는 K배터리의 활약을 기대한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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