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도쿄올림픽 불참 의사 밝혀
'코로나 봉쇄'로 인도지원 어려워졌다는
유엔 보고서에 강하게 반발하기도
향후 국제사회 인도지원 거부 가능성
북한이 오는 7월 개최 예정인 도쿄올림픽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한편, 향후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거부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문재인 정부가 도쿄올림픽과 대북 인도적 지원을 매개로 좁게는 남북 접점 마련, 넓게는 남북미일 관계개선까지 기대해온 상황에서 북한이 관련 입장 표명을 통해 찬물을 끼얹은 모양새다.
북한 체육성이 운영하는 '조선체육' 홈페이지는 6일 "북한 올림픽위원회는 총회에서 악성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의한 세계적인 보건 위기 상황으로부터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위원들의 제의에 따라 제32차 올림픽 경기대회에 참가하지 않기로 토의 결정했다"고 밝혔다. 제32차 올림픽 경기대회는 도쿄올림픽을 뜻한다.
통일부 당국자는 "한반도 평화와 남북 간 화해·협력을 진전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왔지만 코로나19 상황으로 그러지 못하게 된 데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당 당국자는 "그동안 남북이 국제경기대회 공동진출 등 스포츠 교류를 통해 한반도 평화와 협력을 진전시킨 경험이 있다"며 "정부는 앞으로도 스포츠 등 여러 분야에서 이런 계기를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북한은 올림픽위원회 총회를 지난달 25일 화상으로 개최했다고 밝히면서도 올림픽 불참 결정에 대해선 보도하지 않은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로이터·AFP통신 등 외신은 북한의 올림픽 불참 결정으로 "올림픽이 대화를 되살리는 촉매제가 되길 바랐던 문재인 정부의 희망이 내동댕이쳐졌다"고 평가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올해 열리게 될 도쿄올림픽은 한일 간, 남북 간, 북일 간 그리고 북미 간 대화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이 올림픽 불참을 공식 선언함에 따라 문 정부 대북구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지적이다. 다만 북한이 코로나19 상황을 이유로 올림픽 불참을 결정한 만큼, 향후 여건 개선 여부에 따라 결정을 번복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관련 가능성에 대해 "향후 북한 태도 변화를 예단해서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북한 스스로 선수단 보호를 위한 결정이라고 얘기했다. 코로나 상황 등이 앞으로의 판단에 중요한 고려 요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 내용에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특히 북한의 코로나19 방역조치로 인도적 지원이 지체되고 있다는 국제 구호단체들의 의견을 '불순한 적대행위'로 규정함에 따라 향후 인도적 지원을 거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 내보건성 산하 의학연구원 어린이영양관리연구소 소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유엔의 어느 한 전문가 그루빠(그룹)가 발표한 '보고서'에 신형코로나비루스(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한 우리의 국가적인 비상방역 조치로 하여 수많은 영양실조 어린이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황당한 날조 자료가 버젓이 언급되어있다고 한다"고 밝혔다.
앞서 유엔 전문가패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복수의 국제 구호단체들은 코로나19로 인한 북한의 국경봉쇄·여행금지 조치로 대부분의 지원 물량이 목표 지점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연구소장은 "우리 어린이들의 건강과 미래는 우리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진다"며 "유엔의 모자를 쓰고 전문가 행세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심각한 '어린이 영양실조' 문제가 존재하는 것처럼 현실을 왜곡하고 있는 것은 우리 국가의 영상(얼굴)에 먹칠을 하려는 불순한 적대행위라고밖에 달리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재개 조건으로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국제사회가 관련 문제를 지속 제기할 경우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대북 인도적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힌 문 정부 대북구상 역시 북한의 지속적인 외면에 직면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 구상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그동안 유엔과 유엔의 여러 구호기구는 북한 내 어린이 등 도움이 필요한 계층의 인도적 상황을 개선하는 데 기여해왔다"며 "이런 인도주의 활동이 목적에 맞게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여건이 보장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담화가 연구소장의 개인적 의견 형식으로 발표됐다는 점에서 향후 북한의 대응방향을 예단하지 않고, 관련 상황을 지켜볼 계획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