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사태, 국민 신뢰성 흔들리는 사안...‘주택공급’ 영향
전문가 “기존 주택 가격에 직접적 영향 미치는 것 아냐”
전세가 하락 아닌 ‘하락폭’ 줄어든 것...계절적 영향도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가 생각보다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서울 아파트 매물이 증가하고 전세가 ‘하락폭’이 줄어드는 것을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LH 투기 사태는 공공사업에 대한 국민의 신뢰성이 흔들리는 사안으로 2·4대책 후속조치 등 ‘주택 공급’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지, 기존 주택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과는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아파트 매물이 쌓이는 것은 계절적 비수기·서울시장 보궐선거·오를대로 오른 집값 등의 상황에서 나온 것으로 역시 LH 사태와 큰 관련성이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세가 하락세도 비슷한 이유라는 분석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8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부동산시장에서도 가격 상승폭이 조금씩 줄어드는 흐름을 지속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매도매물이 증가하고 강남 등 선호 입지를 중심으로 전세가 하락세도 나타나는 등 긍정적 신호가 포착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LH사태가 부동산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으나 불확실성이 확대되지 않은 점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LH사태와 현 서울 부동산 시장 변화는 큰 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LH 투기 사태는 공공에 대한 신뢰성이 흔들리는 사안으로, 이에 대한 영향은 공공재개발이나 신규택지 등 향후 국가의 주택공급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며 “아파트 매물 증가와 전세가격 하락세와는 큰 관련이 없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매물이 쌓이는 이유를 다르게 분석했다. 이 책임연구원은 계절적 비수기와 과거와 달리 집값과 세금이 올라 이사가기 힘든 시대가 된 것을 꼽았다.
그는 “일반적으로 이사는 살던 곳보다 좋은 지역으로 가거나 평수를 늘려가는 이유가 컸다”며 “현재는 집값이 오르고 이에 따라 취득세도 높아져 이사가기 힘든 시대가 됐기에 매물이 쌓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5년 전 시세 5억원의 서울 A아파트(전용 85㎡ 이하 기준) 취득세(1%)와 지방교육세율(0.1%)은 약 500만원이었다.
현재는 같은 아파트 값이 두배가량 뛰어 10억원이 됐고, 취득세와 지방교육세율로 약 3300만원을 납부해야한다. 이는 조정대상지역 1주택·일시적 2주택, 취득세율 3%와 지방교육세율 0.3%를 적용한 것이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그동안 집값이 많이 올라 주춤해지는 상황으로 보고 있다”며 “여름·겨울 비수기도 없이 계속 오르기만 하다보니 시장에 피로감이 쌓인 영향도 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전세가격은 상승폭이 둔화한 것일 뿐, 하락한 것은 아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4주(22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0.24% 상승, 전세가격은 0.14% 상승했다. 특히 서울 전세가격은 0.04% 올랐는데, 이는 전주(0.05%) 대비 상승폭이 축소된 것이다.
전셋값 상승폭 축소가 앞으로 부동산 시장 안정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는 의견도 있다. 선거철에 따른 관망세, 오는 6월부터 시행되는 전월세신고제, 임대차법 전월세상한제에 따라 기존 전세 재계약시 5%밖에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영향 등 변수가 많다는 것이다.
누리꾼들 역시 LH사태와 현 서울 부동산 시장 변화가 무슨 관계가 있냐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와 부동산 기사 댓글에는 ‘선거때는 항상 관망세’, ‘2배 오르고 5% 빠지면서 자화자찬’, ‘얄미운 정부 억지로 엮을 것을 엮어라’ 등의 글이 올라왔다.
한편, LH 사태에 ‘3기 신도시 사업’에 대한 민심은 악화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3기 신도시 철회를 요청하는 청원에 동의자가 11만명을 넘어섰다.
홍 부총리는 관계장관회의에서 “지금의 부동산정책이 흔들릴 경우, 그래서 시장 불안정성이 다시 높아진다면 이는 우리 모두의 피해이고, 우리 미래 입직세대들의 피해”라며 “부동산시장동향을 보다 면밀히 점검하며, 부동산정책을 좌고우면없이 일관성있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