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정기 주총은 1차전 불과…경영 성과·지분 방어 '과제'
올해 초부터 불거진 금호석화 '조카의 난'이 물고 뜯는 싸움 끝에 박찬구 회장의 '완승'으로 끝났다. 양측은 26일 주총 직전까지 여론전은 물론, 법적 분쟁까지 벌이며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양측에 대한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견이 엇갈렸고, 일부 주주들은 고배당을 강력하게 요구하면서 주총 향방은 안갯속으로 흘러가는 듯 했다.
주총을 2주 앞두고 30%에 달하는 외국인 의결권의 키를 쥔 의결권 자문사 ISS가 박 회장을 지지하면서 판세는 금호석화로 기울었다. 8.25%를 들고 있는 국민연금마저 회사측 안건에 대부분을 손을 들어주면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박 회장에 도전한 박철완 상무는 총 3000여 억원의 고배당안이 주주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오히려 "재무적 부담이 우려된다"는 역풍을 맞아야 했다.
주총 전쟁에 승리한 금호석화는 겉보기엔 경영권 방어라는 실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이슈로 금호가(家) 내분이 대내외에 공개되면서 그룹 지배구조가 취약하다는 점이 드러났으니 손해가 더 크다.
더욱이 박 상무는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언급하며 다음 주총을 기약하기까지 했다. 박 상무 뿐 아니라 그의 가족까지 금호석화 지분 매입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상황으로, 이번 주총은 겨우 1차전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승기를 잡은 금호석화에게는 강력한 모순(矛盾)이 필요해 보인다. 앞뒤가 안맞는 언행을 하라는 게 아니라 날카로운 창(矛)과 단단한 방패(盾)를 각각 준비해야된다는 의미다.
먼저 주주제안 득표율을 겸허히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사내이사 안건의 경우 박 상무는 의결권이 있는 주식 총수의 52.7%를 얻었다. 사측이 내세운 백종훈 전무와 11.3%p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배당 안건 역시 주주제안은 35.6%라는 적지 않은 득표율을 보였다. ISS와 국민연금이 회사안을 지지했음에도 이 수치를 기록했다는 건 금호석화 경영 정책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적지 않음을 대변한다.
금호석화는 외형 확대에 칼을 빼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수익성 확보에 좀 더 공격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신뢰 확보를 위해 금호 리조트 인수가 잘못된 결정이라는 박 상무의 주장이 오판이었음을 실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2025년까지 매출 1079억원, 영업이익 172억원이라는 중장기 목표 이행에도 힘써야 한다.
안정적인 경영권을 위해선 튼튼한 방패가 요구된다. 박 회장은 작년 말 기준으로 자녀 지분까지 14.8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박 상무와 비교하면 4.84%p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반대 세력의 칼날을 방어하려면 충분치 않다.
흔들리는 지배구조를 안정화하고 탄탄한 경영 성과를 내기 위해서라도 오너가의 지분 확대는 필수적이다. 이 과정에서 주주친화정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주주와 고객들과의 소통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금호석화의 경영권 분쟁은 이제 막 1차전이 끝났을 뿐이다. 박 회장이 어떤 모순을 내세우느냐에 따라 회사의 명운이 달려있다. 무딘 칼과 방패로는 영속성을 보장할 수 없다. 금호석화의 미래를 책임질 박 회장의 묘안(妙案)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