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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재보선] 뭇매 맞은 '말말말'…더이상 보수정당 전유물 아니다?


입력 2021.03.27 00:00 수정 2021.03.27 05:04        이유림 기자 (lovesome@dailian.co.kr)

보수정당 입에서 막말 터졌지만 최근엔 여당이 더 잦아

'3기 암환자' '박원순 향기' '생지랄 공약' 발언에 뭇매

'치매환자' '도쿄 아줌마' '조선시대 후궁' 야당도 논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주요 선거 때마다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던 '막말'과 '실언'은 주로 보수정당 인사들의 입에서 나왔으나, 최근에는 여당 인사들의 발언이 더 거센 여론의 뭇매를 맞는 등 과거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막말과 실언은 유권자의 감정을 건드려 특히 '중도층'의 표심을 잃게 될 수 있는 만큼 여야 모두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4·7 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5일 후보와 당 구성원을 향해 "말 한마디 잘못이 많은 표를 상실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막말 금지령을 내렸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2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초등학교 앞에서 녹색어머니회 회원들과 교통안전봉사활동을 하는 도중 시민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3기 암환자' '박원순 향기' '생지랄 공약'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26일 서울 북가좌초등학교 앞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20대는 경험치가 낮다"고 말해 '청년 비하' 논란이 일었다. 전날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에 대한 20대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된 것에 대한 해석을 묻는 질문에 박 후보는 "20대는 과거의 역사 같은 것에 대해 40~50대보다 경험치가 낮지 않나"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 황규환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땅의 청년들을 얕잡아보는 발언"이라며 "2019년에도 민주당 설훈 의원은 20대 남성을 '교육을 제대로 못 받았기 때문'에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폄훼했고, 홍익표 의원 역시 '지난 정권의 반공교육 때문'이라며 상처를 주었다가 뒤늦게 사과했다. 이쯤 되면 습관성 비하"라고 비판했다.


김영춘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는 같은날 부산에서 개최한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부산은 3기 암환자 같은 신세"라고 발언해 부산시민과 암 투병 환자들을 비하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김 후보는 "말만 앞세우는 훈수꾼, 훈수 전문가가 수술을 맡으면 그 환자는 죽을 수 있다'며 "경험 있는 의사가 필요하다. 저 김영춘은 부산을 살려내는 유능한 사람"이라고 자평했다.


그러자 하태경 국민의힘 부산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은 페이스북에서 "이해찬은 부산 초라, 박재호는 부산 한심, 김영춘은 부산 암환자(라고 했다)"라며 "부산을 초라하고 한심하다고 한 것도 모자라 암환자에 비유할 수 있나. 김 후보의 망언은 부산 뿐만 아니라 암과 투병하는 환우들도 모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김영춘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의 남영희 대변인은 25일 CBS 라디오에 나와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의 재혼을 두고 "조강지처를 버렸다"는 금도를 넘어선 주장을 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23일 페이스북에서 "박원순이 그렇게몹쓸 사람이었나"라며 "(서울 곳곳에서) 박원순의 향기를 느낀다"고 썼다가 '2차 가해'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달 18일에는 박진영 민주당 부대변인이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내놓은 공약을 두고 "생지랄"이라고 원색적인 욕설을 했다가 뒤늦게 사과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26일 오전 서울 양천구 신정네거리역 앞에서 가진 유세에서 선거운동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중증 치매환자' '도쿄 아줌마' '조선시대 후궁'


지난해 총선에서 차명진 전 의원의 '세월호 텐트' 막말로 크게 데인 국민의힘도 '막말'과 '실언' 논란을 비껴가지 못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는 26일 강서구 유세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중증 치매환자'라고 표현한 자신의 과거 발언을 언급하며 "야당이 그런 말도 못하는가"라고 항변했다. 오 후보는 "국민들 집값 올라간다고 난리인데, 문 대통령은 부동산이 안정되어 있다고 말한다"며 이같은 표현을 썼다.


현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지만 대통령을 치매환자에 빗댄 것은 과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질병과 장애인에 대한 후보의 시각을 그대로 보여준다"며 "지금도 치매로 고통받는 분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규탄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2일 박영선 후보를 겨냥해 "도쿄에 아파트 가진 아줌마"라고 표현했다가 여당의 반발을 샀다. 그는 곧바로 "나는 집 없는 아저씨"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면서 신고한 재산이 1551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지며 재차 비판을 받았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월 26일 고민정 민주당 의원을 겨냥해 "(지난해 총선 직전) 이인영 여당 원내대표는 서울 광진을에서 '고민정 당선시켜주면 전국민에게 100만원씩 준다'고 했다. 조선시대 후궁이 왕자를 낳았어도 이런 대우는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빗댔다. 고 의원이 지난해 총선에서 맞붙었던 오 후보를 '광진을 주민들로부터 선택받지 못했다'고 공격하자, 맞대응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그러나 '여성 비하'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결국 조 의원은 사과했다.

이유림 기자 (loveso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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