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전 먼발치서 관망만 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
산업부 "양사, 정부에 중재 요청 없어 관여 안해"
배터리업계 "정부 외면하면 우리경제 장기적 악재"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소송전에 '한국 정부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국내 간판 배터리기업들간 분쟁과 반목이 K배터리의 실질적인 경쟁력을 저하시킬 것이란 우려에도 우리 정부는 "기업들끼리 분쟁이니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방관만 하는 모양새다.
최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최종 판결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양사 배터리 분쟁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이 원하는 배상액은 3조원 이상인 반면 SK이노베이션은 1조원 안팎을 제시하며 좀처럼 간극을 좁히기 어려운 흐름이다.
다급해진 K배터리 기업은 미국으로 날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은 최근 워싱턴 D.C를 방문해 ITC의 배터리 영업비밀 분쟁 최종 결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필요하다고 미국 행정부와 정치권에 거듭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장은 ITC 결정대로 미국 수입금지 10년 조치가 확정되면 조지아주(州) 배터리 공장을 사실상 가동할 수 없는 건 물론 배터리 공급 부족 심화, 현지 일자리 문제 등의 우려가 발생할 수 있다며 반복해서 관계자 설득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조지아주도 ITC의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수입금지 조처로 지역 일자리 감소 위기에 처하자 즉각 대처에 나섰다. 조지아주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수천 개의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 ITC의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수입금지 조처에 거부권을 행사해달라"고 요청했다.
해외 기업 간 갈등임에도 불구하고 자국 산업·경제에 큰 여파를 줄 것으로 예상되자 미국은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는 모습이다.
SK-LG 분쟁 방관하는 정부…K배터리 경쟁력 악화 불러온다
반면 한국 정부는 K배터리 기업 간 갈등에도 먼 발치서 관망만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부 전자전기과 관계자는 "당사 기업이 정부에 공식적으로 제안이 온 것도 아니어서 딱히 관여하기 어렵다"고 일관한 뒤 "양사가 상황 해소를 위해 노력을 하고 있으니 정부는 중간중간 이야기를 들으며 상황 파악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이어 "민간기업 간 분쟁이라 기본적으로 기업 간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라면서 "다만 우리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필요한 선에서는 역할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라고 해서 뾰족한 묘수를 찾을 수는 없다. 다만 최소한 중재 노력을 한다거나 합의금 이외 양사 모두에 선순환적인 대안을 모색해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관점이나 시도도 없는 점이 정부가 지적을 받는 이유다.
산업부와 배터리 업계 의견을 종합한 바에 따르면, ITC 판결 이후 정세균 총리가 양사 경영진과 접촉해 "분쟁을 중단하고 빠른 합의를 하라"고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한 것이 전부다. 정부 차원에서 시스템이나 협상테이블을 만들려는 노력은 전무한 셈이다.
정 총리 합의 촉구 역시 미국 정치인들 분쟁 갈등 요청 이후 뒤늦은 대응에 불과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근 정 총리는 "당시에는 미국 정치인들이 한국에 연락했었는데 지금은 양사가 백악관을 상대로 주장을 펼치고 있어 이런 사태는 국익에 도움이 안된다"고 발언했다. 이번 사태 관련, 일찍이 미국에서 연락을 받았음에도 아무런 대응 마련에 나서지 않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 총리가 산업부에 본 사안과 관련해 별도로 지시한 사항이 있냐고 묻자 산업부 전자전기과 관계자는 "총리님 의도는 양사가 원만한 합의가 이끌어냈으면 좋겠다는 선에서 말씀하신 것"이라며 "정부에 특정한 역할을 주문한 것은 아니다"고 일축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9월 한국판 뉴딜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K배터리'를 친환경 경제 한 축을 담당할 대안으로 치켜세웠다. 정부가 양사 간 갈등을 나몰라라 하면서 K배터리를 외치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크다. 배터리 강국이 되려면 국내 배터리사 간 건전한 경쟁과 협력을 통한 기술력 제고가 관건이다.
양사의 끊임없는 분쟁과 반목을 정부가 외면할수록 한국경제에 장기적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게 배터리업계의 충고다. 단기적으로 LG와 SK 각 사에 악재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배터리 기술 중심축이 한국에서 다른 국가로 이동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배터리사 한 관계자는 "K배터리는 중국에 밀려 아직 글로벌 1위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LG와 SK가 다투는 사이 자칫 완성차들의 배터리 자체 생산으로 K배터리가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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