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홈에서 IBK기업은행과 플레이오프 3차전
해외 진출 전 세 차례 우승컵 안긴 김연경에 의지
“앞으로 한국에서 배구를 할지 어떨지 모르는 상황이다. 꼭 우승하고 싶다. 정말 간절하다.”
12년 만의 V-리그 ‘봄배구’를 앞두고 김연경(33·흥국생명)이 했던 말이다.
흥국생명은 2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시작되는 ‘도드람 2020-21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IBK기업은행과 챔피언결정전 티켓을 놓고 격돌한다. 1차전에서는 세트 스코어 3-1 승리했지만, 2차전에서 세트스코어 1-3으로 졌다.
역대 15차례 여자부 PO에서 1차전 승리팀이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지 못한 경우는 한 번도 없지만, 흥국생명은 심리적으로나 체력적으로 IBK기업은행 보다 더 큰 부담을 안고 있다.
정규리그 1경기 남겨놓고 GS칼텍스에 1위 자리를 빼앗긴 ‘2위’ 흥국생명은 시즌 막판까지 모든 것을 쏟아냈다. 일찌감치 3위를 확정하고 플레이오프를 준비한 IBK기업은행 보다 체력적인 부담이 더하다. 1차전을 따내고도 2차전에서 ‘1세트 6점’이라는 V리그 세트 최소득점의 굴욕을 뒤집어쓰고 패한 터라 마음도 무겁다.
흥국생명이 믿는 것은 역시 ‘월드 클래스’ 김연경의 존재다. 흥국생명에는 시즌 내내 강력한 리더십으로 후배들을 이끌어온 김연경이 버티고 있다.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라는 키워드도 김연경의 합류로 피어올랐다.
선수들 사이에서 불거진 불화설과 ‘쌍둥이 자매’ 이재영-이다영이 촉발한 학교 폭력 파문으로 팀 분위기가 깨진 상황에서도 후배들을 다독이고 격려한 선수가 김연경이다. 쌍둥이 자매 이탈 후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던 흥국생명을 지탱한 김연경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그런 김연경도 심신이 지친 상태다. 불화설과 학폭 파문 이후 경험해보지 못한 혼란 속에 박미희 감독 못지않게 괴로운 시간을 보내야 했고, 시즌 막판에는 허벅지 부상으로 투혼을 불살랐다.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이대로 질 수 없지 않느냐”며 후배들을 다독였던 김연경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왼손 스파이크 묘기 속에 29점을 올리며 승리를 가져왔다. 후배들을 번쩍 들어 올려 에너지를 불어넣었고, 몸을 아끼지 않는 수비로 리더의 역할을 다했다.
2차전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안나 라자레바를 앞세운 IBK기업은행의 파상공세와 높은 블로킹 앞에서 김연경은 1세트에서 2득점 밖에 올리지 못했다. 김연경이 막히자 흥국생명은 6점을 올리는데 그쳤다. 그나마 3점은 IBK기업은행 범실로 얻은 포인트다.
공격 효율이 20%대로 떨어진 김연경이 터지지 않을 때, 김연경을 향한 상대 견제를 분산시켜야 하는 외국인선수 브루나는 기복이 심해 신뢰하기 어렵다. 경기 중반 김연경이 살아나자 흥국생명은 투지를 불태우며 4세트 듀스까지 경기를 끌고 갈 수 있었다.
2009년 해외 진출 전까지 김연경은 흥국생명에 우승 트로피를 세 차례나 안겼다. 최종전을 앞둔 상황에서 지치고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은 김연경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흥국생명의 약점이다.
하지만 지금은 해결사가 김연경 뿐이다. “정말 간절하다”는 김연경 못지않게 흥국생명 또한 승리와 우승이 간절하다. 플레이오프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김연경 어깨는 더 무거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