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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수 캐스터의 헤드셋] 랜드마크, 그리고 KBO사거리


입력 2021.03.14 10:00 수정 2021.03.14 10:03        데스크 (desk@dailian.co.kr)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 스퀘어. ⓒ 뉴시스

TAKE #1

뉴욕 맨해튼 타임 스퀘어. 브로드웨이 7번가와 42번가가 교차하는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뉴욕의 심장부이자 미국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이곳은 크리스마스와 12월 31일이 되면 새해 카운트다운을 위해 많은 인파가 모입니다. 미국 여행을 하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관광지이자 세계 모든 인종과 다양한 피부색을 가진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타임 스퀘어에는 의자와 탁자가 있어 커피를 마시며 사람 구경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대형 간판의 맥도널드, 2층 시티투어 버스, 초콜렛과 기념상품을 판매하는 M&M 매장, 뮤지컬로 유명한 거리 Broadway,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센트럴파크 등 거론하기 벅찰 만큼 명소들이 즐비하다. 타임 스퀘어에 있으면 내가 돈을 얼마나 쓰고 있는지,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잊습니다. 수 없이 많은 볼거리와 먹을거리는 물론 걷고 보는 재미에도 푹 빠져 들게 됩니다. 생각만 해도 즐거운 것은 맨해튼만의 특별한 분위기 때문 아닐까요.



TAKE #2

과천 서울대공원, 잠실 롯데월드 어드벤처, 용인 에버랜드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테마파크입니다. 어린이날, 날씨 좋은 봄날, 그리고 가을날 자연을 느끼고, 친구들과 혹은 가족, 연인과의 즐거운 추억을 만들기 위해 찾는 곳입니다. 각종 놀이기구를 타면서 소리도 지르고, 깔깔거리며 한바탕 웃기도 합니다. 햇살, 바람, 흐드러지게 핀 계절의 꽃들을 보며 자연과 온전히 하나가 되며 서로의 웃음이 한데 어우러져 즐거움과 행복을 만끽하는 곳입니다.


나이도 잊고, 사회적 위치도 잊고, 회사의 직급도 잊고, 산더미 같이 쌓여있는 업무도 잠시 잊고, 학업의 스트레스도 잠시 잊고. 나를 억누르고 있던 모든 것을 잠시나마 잊고 온전히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될 수 있던 이유는 그곳만이 갖고 있는 특징과 분위기 때문 아닐까요.


TAKE #3


조선의 5대 궁궐 중 하나인 경복궁. 지난 1963년 1월 21일 사적 제117호로 지정된 경복궁은 조선을 건국한 태조가 한양에 도읍을 정하면서 지은 궁궐입니다. 경복궁에는 왕의 정무시설, 세자의 동궁, 왕실 가족들의 생활공간과 함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후원이 있습니다.


역사적 가치와 궁의 아름다움까지 더해 그곳에 있노라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 걸음걸이도 느려지고, 나지막한 소리로 말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고개를 들어 시선을 멀리 가져가보면 세종로 정부 종합청사가 보입니다. 마치 과거 조선과 현재를 넘나드는 시간여행을 떠난 듯 신비로움마저 느끼곤 합니다. 현실에서 체험할 수 있는 타임머신이 분명합니다. 한없이 여유롭고 느긋한 마음을 갖게 만드는 한마디로 유유자적하게 만드는 마법 같은 공간 경복궁. 그 또한 공간과 분위기가 가져다주는 느낌 때문 아닐까요.



ⓒ뉴시스

TAKE #4

어떤 지역을 대표하거나 다른 지역과 구별되는 지형이나 시설물을 가리키는 곳은 자연스럽게 랜드마크가 됩니다. 오늘날에는 그 의미가 더욱 확대되어 건물, 조형물, 문화재, 지형 등과 같이 상징적으로 대표하는 의미를 가질 때 그곳을 랜드마크라고 부릅니다. 예컨대 프랑스의 에펠탑, 미국의 자유의 여신상, 영국의 타워 브릿지,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 이집트의 피라미드, 이탈리아의 피사의 사탑, 인도의 타지마할, 중국의 만리장성, 호주의 오페라 하우스. 이렇듯 각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랜드마크가 있습니다. 여행을 가든 출장을 가든 우리는 그 지역 혹은 그 나라의 랜드마크를 방문합니다. 반드시 인증샷도 찍지요.


야구팬에게 랜드마크는 어디일까요. 잠실, 고척, 수원, 인천, 대전, 대구, 광주, 창원, 사직까지 어디든 좋습니다. 그럼 야구장이 위치한 곳 말고 떠오르는 곳이 있습니까. 아마도 딱히 떠오르는 곳이 없을 겁니다. 제가 주로 활동하는 곳은 강남, 서초 일대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양재동 KBO 사옥을 지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높다란 건물이 빼곡하게 들어 있는 사이에 주변 건물에 비해 그리 크지 않은 건물. 그리고 그 위쪽과 1층 외벽에 붙어있는 ‘KBO’. 특별히 신경 쓰지 않는다면 한 은행의 건물로 착각하기 딱 좋지요. 그리고 강남역 방향으로 가는 아래쪽 사거리는 ‘뱅뱅 사거리’ 라고 부릅니다.


제안합니다.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KBO 건물을 누가 봐도 야구와 관련된 건물임을 연상하도록 꾸미면 어떨까요. 일반회사나 기업, 자영업자들은 자신을 더 많이 알리려고 CI나 앰블럼도 눈에 띄게 만들고,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좋은 위치에 간판을 달려고 각고의 노력을 합니다. 홍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라 생각합니다.


KBO 앞을 지나는 순간만이라도 잠시나마 야구 세상에 빠져들도록 하면 어떨까요. 야구팬이 많기는 하지만 야구에 별 관심 없는 사람도 많습니다. 새로운 야구팬을 늘리고, 더 많은 관중을 야구장으로 유입하려는 노력에는 만족이 없어야 하지 않을까요. 경기시간을 단축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관중을 유치하는 것이야 말로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맨해튼에 있으면 미국의 중심부에 있는 느낌이 드는 것처럼, 테마파크에 가면 모두가 동심으로 돌아가듯, 경복궁에 가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의 여행을 떠난 듯이 말이죠. 그런데 지금의 KBO 외관은 그저 그런 평범한 건물처럼 보이는 게 많이 아쉽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KBO 건물 내 10개 구단의 굿즈를 한자리에서 구경하고, 구매할 수 있는 공간이 함께 만들어지기를 바랍니다. 시즌, 비시즌 할 것 없이 야구팬이 모여서 야구를 이야기하고, 야구를 소비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말이죠. 야구장이 있는데 굳이 그럴 필요까지 있겠느냐고 할 수 있겠으나 아주 가까운 우리의 생활 속에 야구가 늘 함께 한다면 더 좋지 않을까요.


그리고 뱅뱅 사거리가 아니고 KBO 사거리라 불리기를 바랍니다. 야구라는 단어를 더 많은 사람들이 자주 언급하며, 더 잦은 노출로 인해 야구와 친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더욱 친근한 스포츠로 자리매김 한다면 시장을 확대하고 산업으로써의 기능을 발휘하는데 큰 힘이 되지 않을까요.


KBO와 그 주변이 대한민국 야구의 메카, 랜드마크로 자리매김 하기 바라는 마음을 갖는 것이 큰 욕심은 아니겠지요. 야구팬은 야구배트만 봐도, 공과 글러브만 봐도 가슴이 뛰거든요. 어디 그뿐입니까. 팬들은 좋아하는 야구에 시간과 돈을 소비할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관계자 여러분은 반드시 기억하기 바랍니다.


글/임용수 캐스터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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