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 식약처에 조건부 허가 신청… 2호 치료제 '유력'
부광약품·대웅제약 등 임상 2상 마무리 단계
약물재창출 방식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개발 레이스에 뛰어든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조건부 허가를 신청하고 한발 앞서나가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임상 실패를 인정하고 중도 포기를 선언하는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종근당은 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코로나19 치료제 후보 약물 '나파벨탄'(성분명 나파모스타트)의 조건부 허가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중증 코로나19 환자 600명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3상 계획서도 제출했다.
식약처는 신청일로부터 40일 내 검토를 마치기 때문에 다음달 중 허가 여부가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허가가 이뤄질 경우 셀트리온의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를 잇는 국산 2호 치료제가 탄생하게 된다.
조건부 허가는 코로나19와 같은 시급한 상황을 고려해 식약처가 임상 3상을 진행한다는 조건 하에 임상 2상 결과만으로 약물의 사용을 우선 허가해 주는 제도다. 셀트리온도 이 제도를 통해 허가를 받고 전국 의료기관에 렉키로나를 공급하고 있다.
종근당 관계자는 "지난해 8월부터 러시아에서 코로나19 중증 환자 104명을 대상으로 나파벨탄의 임상 2상을 진행한 결과 중증 환자의 증상 악화를 막고 치료 기간이 크게 줄어든다는 걸 확인했다"며 "나파벨탄은 변이 바이러스에도 치료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나파벨탄은 애초 급성 췌장염 치료제로 허가받은 약물인데 약물재창출 방식으로 적응증을 코로나19 치료제로 확대한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준 코로나19 치료제 관련 임상은 총 14건으로, 부광약품(레보비르)·신풍제약(피라맥스정)·종근당(나파모스타트)·대웅제약(호이스타정·니클로사마이드)·동화약품(DW2008S) 등이 약물재창출 방식으로 임상을 진행 중이거나 진행했다. 셀트리온 항체치료제(렉키로나)와 GC녹십자 혈장치료제(GC5131)를 제외하면 대부분 약물재창출 방식이다.
약물재창출 방식 선두권에는 대웅제약, 신풍제약, 부광약품 등이 있다. 대웅제약의 '호이스타정'은 올해 초 식약처로부터 중증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렘데시비르와 병용요법에 대한 임상 3상을 승인받았다.
호이스타정은 원래 만성 췌장염 등에 쓰는 의약품인데, 대웅제약은 이 약물을 먹는 형태(경구제)의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대웅제약은 올 상반기 안에 환자 투약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풍제약은 항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를 약물재창출 방식으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회사는 다음 달까지 임상 2상을 완료할 계획이다.
신풍제약은 기존 13개 병원 외에 은평성모병원, 충남대병원, 서울의료원 등 3곳을 추가해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환자 76명에게 투약을 완료한 상태다.
부광약품도 자사 B형간염 치료제인 '레보비르'를 약물재창출 방식을 통해 코로나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최근 임상 2상을 마무리하고 데이터를 정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약물재창출 방식이라 해도 성공 가능성 장담 못해
약물재창출은 이미 개발돼 사용되고 있는 치료제나 임상시험에서 안전성은 확보됐지만 효능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아 허가받지 못한 약물을 새로운 질환에 적용하는 전략이다.
이 방식은 비교적 안전성이 확보된 약물을 활용하기 때문에 초기 임상과정을 건너 뛸 수 있어 개발 기간 단축이 가능하다. 대부분 임상 1상을 통해 안전성을 확보한 약물인 경우가 많아 임상 2상에 빠르게 진입할 수 있다.
그러나 약물재창출 방식이라고 해서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최근 일양약품은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성분명 라도티닙)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3상 시험에 실패했다고 인정했다. 러시아 제약사 알팜(R-PHARM)에서 라도티닙의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임상 3상을 진행한 결과, 표준 권장 치료보다 우수한 효능을 입증하지 못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약물재창출 방식이 안전하고 개발 속도가 빠르다는 게 장점이지만, 코로나19 치료제로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는 게 쉽지 않다"면서 "지난해 초부터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을 진행 중이라고 해놓고 이후 소식이 없는 기업들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