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발전 기여에도 존재감 상실로 존폐 위기
ESG 조직 신설...기업 지원 역할로 쇄신 속도
외면 일변도의 정부 태도 변화 요구 목소리도
국내 최대 경제 단체에서 존재감이 사라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재도약을 위한 변화와 혁신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후 5년째 위기가 지속되며 존폐 기로에 섰지만 다시 일어나기 위해 쇄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과거 1980년대 5공화국 일해재단 자금, 1995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대선 비자금 모금, 1997년 세풍 사건, 2002년 불법 대선자금 의혹 등에 연루되며 정경유착의 그림자가 드리워졌었지만 이번처럼 위기감이 크게 다가온 적은 없었다.
이는 그동안 정부에 기업과 재계의 입장을 반영하며 고도 경제성장기에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했던 순기능들은 아예 잊혀지고 재벌들의 입장만 대변해 온 기관이라는 비판만 남게 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현 정부로부터 적폐로 낙인 찍히면서 경제단체로서의 존재감이 상실했고 이는 동생 뻘인 한국경영자총협회와의 통합 가능성이 제기되며 존폐 위기로 까지 내몰리는 상황이다.
이에 전경련도 변화와 혁신이 필요성을 인정하고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26일 정기총회에서 5연임에 성공하며 최장수 회장에 등극한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미래는 전경련에 과거의 익숙한 방식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요구하고 있다”며 “창립 60주년을 맞아 재창립의 마음으로 모든 것을 쇄신해 나가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허 회장은 이를 위한 첫 조치로 환경·사회·지배구조(Environment·Social·Governance, ESG)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며 변화와 혁신에 시동을 걸었다.
국제협력실 내에 팀장급 조직으로 신설되는 ESG TF는 해외 선진 사례를 보다 심층적으로 연구해 기업 경영에서 그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도 생소한 ESG의 구체적인 개념과 방향을 정립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국내 기업들이 해외 선진 사례를 학습해 국내 실정이나 각 기업 환경에 맞게 맞춤형으로 도입, 적용하는데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다.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가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조치다.
전경련 안팎에서는 ESG TF 신설 이후 추가적인 조직 개편이나 새로운 기업·인물 영입 등 변화와 혁신 행보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전경련이 보다 과감한 변화와 혁신을 꾀하고 기업 경영 현장의 목소리를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 정부에 적폐로 낙인이 찍혀서 관계 개선과 소통 확대가 어려운 점이 있겠지만 이에 대한 해법을 찾는 것도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현 정부와 여당이 일방적으로 기업규제 3법 등 반기업법들을 밀어부칠 때 기업들은 사실상 속수무책이었다”며 “국회에서 수적우위를 점해 일방통행이 가능한 점이 가장 크게 작용했지만 경제단체들도 그만큼 기업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전경련이 변화와 혁신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정부도 외면 일변도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태도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경련이 국정농단 연루되며 야기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이듬해인 2017년 3월 조직 명칭 변경과 규모 축소 등을 포함한 대대적인 혁신을 선언했지만 정부의 무관심 등으로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당시 전경련은 한국기업연합회(한기련)로의 조직 명칭 변경을 포함, 이사회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 변경, 경제정책위원회 등 분과별 위원회·협의회 활성화,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을 통한 정책연구 기능 강화 등을 내세웠다.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한 소통 기능과 민간경제외교 역할에만 집중하고 싱크탱크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의 변화를 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지만 정부는 무관심·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조직 명칭 변경도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묵묵부답으로 전혀 진척이 없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정부도 코로나19 이후 경제 재도약을 꾀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목소리를 경청할 필요가 있는 만큼 전경련을 파트너 중 하나로 인정하고 관심과 지원을 병행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