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전경련 60년-중] 위기 속 성장해 온 역사(歷史)에도 영욕의 이순(耳順)


입력 2021.03.06 06:00 수정 2021.03.05 19:22        이건엄 기자 (lku@dailian.co.kr)

국내 경제 고도 성장기 선봉장…노동문제 등 적극 대응

정부·정치권에 재계 목소리 대변…산업 발전 청사진 제시

국정농단 이후 위상 추락…변화·혁신 통해 위기 극복 총력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사진 가운데)가 지난 1961년 8월 16일 한국경제인협회 창립총회에서 초대 회장으로 추대된 후 소감을 말하고 있다.(자료사진)ⓒ전국경제인연합회

지난 1961년 민간경제단체로 설립된 전국경제인연합회에 5년째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주요 경제 5단체 중 맏형역할을 해 왔지만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며 위상이 크게 추락하며 5년째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이제는 다른 경제단체로의 통합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존폐위기로까지 내몰리고 있다.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아 향후 전경련의 위상 제고와 입지 회복이 이뤄질지에 이목이 쏠린다.[편집자주]


고(故) 이병철 초대 회장이 ‘한국경제협의회’로 시작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았다. 사람으로 치면 모든 말을 객관적으로 듣고 이해할 수 있는 ‘이순(耳順)’의 나이가 된 셈이다.


전경련은 창립 이후 지난 60년간 국내 경제단체 맏형 노릇을 하며 '한강의 기적'으로 명명되는 국내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전경련은 초창기 울산공업단지(1962년)·수출산업공단(1963년)·종합무역상사(1968년) 등의 설립을 정부에건의하며 고도 성장기에 경제·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또 은행 민영화에도 강력한 드라이브를 거는 등 금융산업 발전에도 역할을 했다.


특히 국내 경제의 고도 성장기였던 1970년대 초 석유 파동으로 혹독한 시련을 맞았을 당시 전경련은 경제계 위기 극복을 위한 산업구조 고도화를 제안했다. 덕분에 중화학공업 중심으로 산업 체계가 빠르게 전환되며 파고를 넘을 수 있었다.


이후 노동운동이 격화되기 시작한 1980년대부터는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를 구성해 급변하는 경영환경에도 적극 대응했다.


전경련은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 등 국내 5대 경제 단체 중에서도 재계의 목소리를 가장 적극적으로 대변하며 산업 발전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때로는 정치권에 쓴 소리도 주저하지 않았다.


실제 전경련은 1997년 정치권이 무노동·무임금 원칙 폐기 등을 골자로 한 노동법 개정안 입법을 추진하자 ‘노동법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신문광고를 게제하며 사안의 심각성을 알리는 홍보전을 펼친 바 있다.


전경련은 외환위기 이후 기업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지자 이미지 쇄신을 위한 활동도 적극 나섰다. 1999년 ‘사회공헌위원회’를 구성해 활동에 나섰다. 또 지난 2001년에는 경상이익 1% 이상을 사회공헌 활동에 쓰는 기업 모임 ‘1% 클럽’을 발족시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대기업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선 서울 도심 전경.(자료사진)ⓒ연합뉴스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 국민이 어려움에 처한 지난 2009년에는 상생활동에도 앞장섰다. 대표적으로 미소금융재단과 보듬이나눔이어린이집 사업에 적극 나섰다.


미소금융재단은 신용이나 담보가 부족해 금융회사와 거래할 수 없는 저소득층의 금융지원을 위해 대기업들이 출연해 만든 금융기관으로 현재까지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보육 취약 지역을 지원하기 위해 추진한 보듬이나눔이어린이집 사업도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01개소를 건립했다. 보듬이나눔이어린이집 건립 사업에는 23개 그룹 및 기업이 참여해 8년간 총 551억900만원을 투입했다.


이렇듯 지난 60년간 국내 경제 발전에 적극적인 역할을 해 온 전경련에게도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로 위기가 찾아왔다. 전경련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을 위한 기업의 후원금 모금을 주도한 것으로 드러나며 큰 홍역을 치르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전경련에서 핵심 역할을 해 온 삼성과 현대차, SK, LG등 4대 그룹이 줄줄이 탈퇴하고 회원사들이 급갑하는 등 위기를 맞았다. 전경련은 고 이병철 초대 회장과 고 정주영 회장(13-17대), 구자경 회장(18대) 등 주요 총수들이 회장을 맡으며 재계 대표라는 정체성이 확고했던 과거에 비해 위상이 크게 추락할 수 밖에 없었다.


현 정부 들어서는 '전경련 패싱'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난 4년간 대통령 해외순방 경제사절단을 비롯, 청와대 초청 행사, 여당 주최 경제단체장 간담회 등에 초대받지 못하는 등 철저히 외면 당하면서 재계의 소통 창구로서 설 자리를 완전히 잃은 상태다.


이에 재계에서는 전경련이 과거 숱한 어려움을 극복하며 성장해 온 경험을 되살려 현재의 위기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기를 기대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전경련이 오일쇼크와 IMF 외환 위기 등 숱한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해온 만큼 지금의 난관도 역시 잘 이겨낼 것”이라며 “최장수 회장에 등극한 허창수 회장이 전경련의 변화와 혁신을 강조한 만큼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건엄 기자 (lku@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이건엄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