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손보사 위협하는 장기보험 성과 '주목'
업계 트렌드 변화 선도하며 '스포트라이트'
김용범 메리츠화재 대표이사 부회장이 세 번째 연임에 사실상 성공했다. 수익성이 뛰어난 장기보험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손해가 큰 상품은 털어내는 과감한 도전이 눈부신 성과로 이어지면서 김 부회장의 입지는 더욱 굳건해진 모습이다. 대형 손해보험사들까지 긴장하게 만드는 김 부회장의 남다른 실험은 이번 연임을 통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화재는 4일 이사회를 열고 김 부회장에 대한 재선임 안건을 정기주주총회에서 의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김 부회장은 오는 26일로 예정된 정기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추가 임기 3년의 연임이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
김 부회장은 1963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2001년 삼성투신운용, 2005년 삼성증권을 거쳐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메리츠종금증권 사장을 역임했다. 그리고 2015년 자리를 옮겨 메리츠화재 사장으로 재직해왔다.
김 부회장이 메리츠화재의 수장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역시 눈부신 실적이었다. 메리츠화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4318억원으로 전년(3013억원) 대비 43.3%(1305억원)나 늘었다.
이는 메리츠화재보다 업계 순위에서 앞서 있는 빅4 손보사들에 비해 두 배 이상 빠른 성장 속도다.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의 총 당기순이익은 같은 기간 1조5313억원에서 1조8168억원으로 18.6%(2855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렇게 메리츠화재가 남다른 성장세를 보일 수 있었던 배경에는 김 부회장이 전략적으로 사업을 확대해 온 장기보험의 약진이 자리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메리츠화재의 대표가 된 이후 장기보험 강화 청사진을 구축하고 관련 시장을 주도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메리츠화재가 장기보험에서 올린 원수보험료는 3분기까지 5조7735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9504억원) 대비 16.6%(8231억원)나 확대됐다. 10대 손보사 전체의 장기보험 원수보험가 같은 기간 38조8118억원에서 40조8458억원으로 5.2%(2조340억원) 늘어난 것에 비하면 세 배가 넘는 증가율이다.
김 부회장은 장기보험이 가진 수익성에 주목했다. 질병보험과 상해보험, 운전자보험, 어린이보험 등과 같은 장기보험은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자동차보험이나 실손의료보험보다 보험료 수입을 훨씬 키울 수 있다. 한 번 가입하면 보험료 납입 기간이 10년 이상으로 길다는 점은 손보사 입장에서 큰 메리트다.
이처럼 김 부회장은 장기보험에 힘을 주는 대신, 손실이 쌓여가는 자동차보험 사업에 메스를 대고 있다. 손보업계의 상징과도 같은 상품인 자동차보험을 수술대에 올리면서 경쟁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메리츠화재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자동차보험 원수보험료는 5197억원으로 전년 동기(4851억원) 대비 7.1%(346억원) 확대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손보업계 전체 자동차보험 원수보험료가 13조44억원에서 14조6016억원으로 12.3%(1조5972억원) 늘어난 것에 비하면 훨씬 낮은 증가율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김 부회장 선임 이후 이뤄진 메리츠화재의 상품 포트폴리오 개선 작업은 이제 손보업계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며 "대형사들을 제치고 메리츠화재가 업계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김 부회장은 더욱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