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1대 국회서 발의된 유통산업발전법만 110여건, 대부분 규제안
규제 이면에선 소비자 불편↑…유통산업 주인공이지만 프레임 싸움에 매번 뒷전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살리겠다며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가 본격화된 지 10년이 넘었다.
19대부터 20대 국회에 발의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만 100여건, 작년부터 시작된 21대 국회 들어서도 16건이 발의됐다.
지난 22일 진행된 제2차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에 올라온 총 26개 안건 중 절반인 13개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었다.
백화점‧아울렛‧복합쇼핑몰 영업제한, 대규모 점포 허가제 도입, 대형마트 명절 영업시간 제한, 전통산업보존구역 범위 확대 등 대부분 골목 상권과 전통시장 보호를 위해 대규모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10년 간 규제 결과는 어떤가. 대형마트를 규제하면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으로 달려갈 것이라 장담했던 정부‧여당의 당초 기대와는 달리 대부분은 온라인 쇼핑으로 발길을 돌렸다.
작년 코로나 사태를 기점으로 온라인이 전체 유통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오프라인 유통시장을 뛰어넘었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유통환경 변화의 흐름은 무시한 채 여전히 규제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에는 복합쇼핑몰이 주요 타깃이 됐다. 중심 상권에 위치한 백화점, 대형마트에 비해 주로 외곽지역에 위치하지만 규제 근거는 여전히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보호다.
일각에서는 지난 10년간 규제로 대형마트 시장이 몰락하자 새롭게 떠오르는 복합쇼핑몰로 규제 대상을 바꿨다는 주장도 나온다.
복합쇼핑몰 입점 업체의 70%가량은 소상공인이다.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또 다른 소상공인을 규제하겠다는 꼴이다. 점포 위치에 따라 보호받아야 할 소상공인과 그렇지 못한 소상공인이 나뉘는 셈이다.
규제 이면에서 발생하는 소비자 편익 침해도 문제다. 국내 유통산업을 지탱하는 것은 대형 유통업체와 소상공인 뿐만이 아니다.
지난 10년간 규제를 논의하면서 소비자 편익이 주제가 된 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갑을 프레임에만 갇혀 한 쪽을 규제해 다른 한 쪽을 살리겠다는 논의만 있었을 뿐이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시장조사 전문기관을 통해 조사한 설문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7.4%가 복합쇼핑몰에 대한 의무휴업 제도가 도입돼도 골목상권 소비자 유입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효과가 있을 것이란 응답은 34.4%에 그쳤다.
특히 복합쇼핑몰 의무휴업이 실제 도입될 경우 전통시장을 찾겠다는 응답은 12.0%에 불과했다.
뒤집어 얘기하면 규제에 따른 소비자들의 불편함만 커질 뿐 전통시장이나 소상공인 매출 확대에는 그다지 도움이 안 된다는 의미다.
지난 10년간 규제가 그랬다. 제대로 된 효과 없이 소비자들의 불편함만 양산하고 풍선효과로 오히려 전통시장과 소상공인들의 삶은 더 팍팍해졌다. 대형마트를 규제하면서 사각지대에 있는 기업형 식자재마트가 우후죽순 들어섰고 이제는 이를 규제할 법안도 논의되고 있다.
언제까지 땜질식 규제만 만들다 말 것인가. 유통환경이 급변하고 소비자 트렌드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뒷북식 규제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그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불편함만 증폭될 뿐이다.
실패는 10년이면 족하다. 이제라도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한다. 대형마트가 혹은 복합쇼핑몰이 문을 닫아 전통시장을 찾기를 바라지 말고, 소비자들이 먼저 시장을 찾을 수 있도록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