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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구자열호 출범…경제단체 판도 바뀐다


입력 2021.02.22 11:02 수정 2021.02.22 11:07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대한상의, 첫 4대그룹 총수 수장 맞아 명실상부 재계 대표단체 위상

무협, 관료출신→기업인 수장 교체로 회원사 목소리 적극 대변 기대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구자열 LS그룹 회장. ⓒ각사

이번 주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무역협회 수장이 새로 선출되며 주요 경제단체들의 역할과 위상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대한상의는 오는 23일 의원총회를 열고 최태원 회장을 차기 서울상의 회장으로 최종 선출할 예정이며, 무협은 24일 정기총회를 열어 구자열 LS그룹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한다.


서울상의 회장으로 선출되는 최 회장은 관례에 따라 대한상의 회장도 겸한다. 그는 내달 24일로 예정된 대한상의 의원총회를 거쳐 대한상의의 새 수장으로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최 회장의 대한상의 회장 취임은 실질적으로 재계를 이끄는 4대그룹 총수 중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한상의는 73개 지역 상공회의소를 대표하는 단체로, 대기업 뿐 아니라 중견, 중소기업까지 18만개의 회원사가 속해 있다. 이런 특성상 대한상의는 상공인 전체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대기업들의 입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대변하는 방식으로 역할 분담이 이뤄졌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을 전후해 전경련이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려 위상이 급격히 축소되면서 대한상의의 역할이 보다 확대됐다. 특히 정부가 전경련을 ‘패싱’하고 주요 행사에서의 재계 대표나 정부-재계간 대화 창구로 대한상의를 택하면서 두 단체의 위상도 크게 변했다.


대한상의가 최 회장을 차기 수장으로 택한 것도 이같은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대기업 총수이긴 하지만 그동안 ‘사회적 가치’ 경영이념을 바탕으로 대-중소기업 상생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대·중소기업을 아우르는 경제단체인 대한상의를 이끌기에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최 회장이 평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조해온 만큼 현 정부 정책과 ‘궁합’이 잘 맞는다는 평가도 있다.


국내 산업구조가 전통 제조, 유통 분야에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로 중심 이동하는 추세도 최 회장이 국내 최대 경제단체를 이끌어야 할 당위성의 하나로 지목된다.


최 회장이 이끄는 SK그룹 산하에는 전통 제조업 분야인 정유·화학기업도 있지만 반도체, 이동통신 등 ICT 분야도 아우른다.


최 회장은 서울상의 부회장단에 합류할 새 인물로 카카오톡 김범수 의장과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 게임업체 크래프톤 장병규 의장 등 ICT 기업의 젊은 창업주들을 추천하기도 했다.


다만, 두산그룹 총수 자리에서 내려와 대한상의 회장을 맡았던 박용만 회장과는 달리 최 회장은 현직 SK그룹 총수라는 점에서 기업규제 등의 이슈와 관련해 강경한 입장을 내놓는 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한국무역협회도 퇴직 관료 출신 회장 체제에서 벗어나 15년 만에 민간 기업인을 수장으로 맞는다. 무협은 24일 정기총회에서 구자열 LS그룹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한다.


그동안 무협은 관료 출신 회장들이 이끌어오면서 회원사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전·현 정부와 인연이 있는 인사들이 무협의 수장을 맡으면서 정부와의 협조 체제는 원활했지만 반대 의견 제시에는 소극적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잇단 기업규제 법안을 추진할 때도 무협은 개별적인 반대 입장을 내기 보다는 공동 성명에 이름을 걸치는 선에서 그쳤다.


하지만 민간 기업인인 구 회장이 무협을 이끌게 되면서 앞으로는 좀 더 적극적으로 회원사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구 회장은 앞으로 무협 회장직에 전념할 여건도 마련돼 있다. 2013년부터 LS그룹의 회장을 맡아온 구 회장은 형제 가족이 9년씩 돌아가며 공동 경영을 이어온 전통에 따라 올해 말 구자은 회장에게 그룹 회장직을 넘길 예정이다.


이처럼 대한상의와 무협의 역할 강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전경련의 위상은 계속해서 추락하는 모습이다.


전경련은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삼성과 현대차 등 4대 기업이 탈퇴하면서 사실상 ‘대기업 대표단체’의 지위가 유명무실해진 상태다. 특히 현 정부로부터는 주요 행사 등에서 외면을 받으면서 경제단체로서의 대표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허창수 회장의 임기 만료가 다가왔지만 마땅한 후임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경련의 위상 추락은 물론, 현 정부와의 껄끄러운 관계를 감안하면 회장을 맡겠다고 선뜻 나설 인사가 있겠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허 회장이 6회 연속 연임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2011년부터 전경련을 이끌어온 허 회장은 이번에도 연임된다면 10년 이상 자리를 유지하게 된다.


허 회장은 특유의 온화한 인품으로 각종 풍파 속에서도 파장을 최소화하며 전경련을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지만 허 회장의 유임이 결정될 경우 획기적인 위상 변화의 계기 마련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특히, 본인의 의지보다는 후임자를 찾지 못해 마지못해 유임하는 모양새가 된다면 앞으로 전경련의 역할은 더욱 위축될 우려가 크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내외적인 요인들로 인해 경제단체들의 역할과 위상이 과거와는 크게 달라졌다”면서 “앞으로는 대한상의를 중심으로 대기업들을 포함한 재계 전체의 의견을 모으는 구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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