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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공백 덮은 쌍포, 흥국생명 다시 흥하나


입력 2021.02.20 09:48 수정 2021.02.20 09:52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KGC인삼공사전 54득점 합작...4연패 탈출

위기에서 쌍포 위력 체감하며 침체 흐름 돌려

흥국생명 ⓒ 한국배구연맹

이재영·이다영(25) 학교폭력 파문으로 망가졌던 흥국생명이 모처럼 쾌재를 불렀다.


흥국생명은 19일 인천 계양체육관서 펼쳐진 ‘도드람 2020-21 V리그’ 여자부 KGC인삼공사전에서 세트스코어 3-1(25-18 22-25 25-17 25-22)로 이겼다. 2위 GS칼텍스에 추월을 허용할 위기에 직면한 흥국생명은 귀중한 승점3을 추가하며 5점 차로 달아났다.


‘불화설’ '학폭' 파문 속에 ‘핵심 전력’ 이재영-이다영이 이탈한 뒤 흥국생명은 3경기 연속 셧아웃 패배를 당했다. 지난 16일에는 올 시즌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았던 IBK기업은행에 무릎을 꿇고 4연패 수렁에 빠졌다.


어수선한 분위기에 휩쓸려 기량을 제대로 펼쳐 보이지 못했다.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까지 나서 “우리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을 정도다.


시즌 초반 라운드 전승을 달렸던 흥국생명은 5라운드 전패 위기에 몰렸다. 우승은 떼어 놓은 당상이라는 평가와 함께 ‘어우흥’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킨 흥국생명과는 사뭇 다른팀이 되어버렸다.


생명력을 잃고 죽어가던 흥국생명을 수렁에서 건져 올린 것은 역시 ‘에이스’ 김연경(24득점/공격성공률 51.21%).


학폭 파문 이후 김연경은 코트에서 특유의 포효나 강한 에너지를 분출하지 않았다. 셧아웃 패배 뒤에는 어두운 표정으로 경기장을 빠져나가기 바빴던 김연경은 마음을 다잡고 1세트부터 폭발했다. 87.50%(7득점)이라는 혀를 내두르게 하는 공격 성공률을 과시하며 모처럼 세트를 따냈다.


공격이 성공할 때마다 이다영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 세터 김다솔을 격려하며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이후 김다솔의 토스는 더 안정적으로 변했다. 그러자 외국인선수 브루나도 깨어났다.


부상으로 빠진 루시아의 대체 외국인선수로 이날 경기까지 전까지 5경기 출전한 브루나의 한 경기 최다득점은 ‘9’(1월31일 현대건설전)에 그쳤다. 적응기라고 해도 이재영이 빠진 상황에서 김연경과 쌍포 역할을 해야 할 외국인선수에게 걸었던 기대치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세터 김다솔이 살아나면서 브루나는 일약 해결사로 떠올랐다. KGC인삼공사 디우프 못지않은 파워와 결정력으로 브라질 1부리그의 라이트 공격수다운 힘을 보여줬다.


세터 염혜선이 빠진 KGC인삼공사를 상대로 맹폭을 가한 브루나는 이날 블로킹 3개, 서브 에이스 1개, 후위 공격 7개 등 30점(공격 성공률 45.61%)을 올렸다. 브루나가 접전 상황에서 결정적인 득점을 뽑자 김연경은 브루나에게 다가가 포효하며 기를 살렸다.


브루나 ⓒ 한국배구연맹

배구 인생 중 가장 힘든 시기를 걷고 있는 박미희 감독도 ‘쌍포’ 김연경-브루나 활약을 보며 모처럼 미소를 띠었다. ‘어우흥’이라는 평가까지 받았던 흥국생명은 선두 자리까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쌍포’ 위력을 체감했다. 적응 중인 브루나는 “아직 다 보여주지 못했다”며 활약을 예고했다.


경기 후 선수들은 서로를 얼싸안고 모처럼 흥을 발산했다. 개막 10연승을 달릴 때보다, 라운드 전승을 따냈을 때보다 더 감동적인 승리로 보였다. 박미희 감독은 “챔프전 보다 더 기억에 남을 승리”라고 말했고, 긴 인터뷰를 자제하고 있는 김연경은 “시즌 중 가장 감동적인 승리”라는 소감을 전했다.


여전히 헤쳐 나가야 할 길은 험난하다. 학폭 파문 속에 어떤 악재가 또 팀 내부를 강타할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위기에서 ‘쌍포’ 위력을 체감한 흥국생명은 다시 ‘흥’할 수 있는 반등의 계기는 분명 마련했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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