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박철우, 경기 전 과거 폭력 피해 암시글 게재
'학폭 논란' 송명근, 심경섭 빠진 OK 금융그룹에 맹폭
피가 제대로 거꾸로 솟은 한국전력 박철우가 집중력을 발휘하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한국전력은 18일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남자부 OK금융그룹과의 경기서 세트스코어 3-1(20-25 25-21 25-15 25-19)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승점 49(15승15패)를 기록한 한국전력은 OK금융그룹(승점 48)을 제치고 4위로 올라서 포스트시즌 진출의 희망을 이어갔다. 봄 배구 진출의 마지노선인 3위 우리카드(승점 50)의 격차는 이제 1점 차다.
경기에 앞서 박철우는 자신의 SNS에 '정말 피꺼솟이네.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느낌이 이런 것인가'라고 적어 눈길을 모았다.
정황상 지난 2009년 대표팀 합류 당시 자신을 폭행한 이상열 코치(현 KB손해보험 감독)를 염두에 두고 쓴 글로 추정된다. 이상열 감독은 최근 이재영, 이다영 쌍둥이 자매의 학폭 사실이 알려지자 지난 과오를 되돌아보며 선수들에게 더욱 잘해주려 노력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피가 거꾸로 솟은 박철우는 그 어느 때보다 집중력을 발휘하는 모습이었다. 박철우는 이날 26득점을 기록한 러셀에 이어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높은 14득점을 기록했고, 공격 성공률도 시즌 평균 공격 성공률(48.33%)보다 높은 56.52%를 기록했다.
승리의 수훈갑은 외국인 선수 러셀이었다. 이날 러셀은 양 팀 최다인 26득점에 이어 후위 공격 7개, 블로킹 3개, 서브 득점 4개를 묶어 이번 시즌 자신의 5번째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
반면, 흥국생명과 마찬가지로 ‘학폭’으로 분위기가 뒤숭숭한 OK 금융그룹은 1세트를 따내며 승리를 잡는 듯 했으나 한국전력의 투지에 밀리며 역전패를 허용하고 말았다.
무엇보다 경기 전부터 팀 상황이 말이 아니었다. OK 금융그룹은 주전 레프트 송명근에 이어 심경섭이 학폭 논란으로 잔여 경기 불출전 의사를 밝히면서 전력에 구멍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석진욱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서 "팀의 감독이면서 나도 체육인이라 안타깝다. 책임감이 느껴진다. 선수들이 어릴 때부터 좋은 교육을 받으면서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이어 "선수 본인들이 경기에 못 나갈 것 같다고 이야기 했기에 받아들였다. 선수들이 스스로 자숙한다고 했다"면서 "그런 이슈가 터졌는데 뛴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무기력하게 지면 오히려 모든 사람들에게 안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뿐이 안 된다. 선수들에게 최선을 다 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역전패를 하게 됨으로써 석진욱 감독의 간절한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