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완 상무, 주주명부 열람 가처분 신청…경영권 분쟁 본격화
양측 주총 전 우호세력 확보 '총력' 기울일 듯
금호석유화학 오너일가 분란이 일촉즉발로 치닫고 있다. 박철완 상무가 박찬구 회장을 상대로 주주명부 열람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조카의 난'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지난달 박 회장과의 특수 관계를 청산하며 독자 노선을 선언한 박 상무는 자신의 세력을 키우기 위한 우호 지분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박 회장측은 박 상무의 도전을 최대한 저지하겠다는 방침으로, 3월 주총이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17일 금호석화에 따르면 박 상무는 지난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금호석화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냈다.
주주명부엔 주주 이름, 주소 등 신상 정보와 보유 주식 수 등이 담겨있다. 소액주주 파악이 가능해 박 상무가 박 회장의 우호세력을 확인함과 동시에 자신의 의결권을 사전 확보하는 데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과 박 상무의 갈등은 지난달 박 상무가 박찬구 회장과의 공동보유관계를 해소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금호석화그룹은 박 회장과 아들인 박준경 전무, 조카인 박철완 상무가 경영에 참여해왔다. 박찬구 회장 지분은 6.7%, 박 전무는 7.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개인 최대주주로 변경된 박 상무의 지분은 10%다.
이들의 불편한 기류는 지난해부터 감지돼왔다. 지난해 7월 그룹 인사에서 박준경 상무가 전무로 승진한 반면 박 상무는 누락됐다. 재계 안팎에선 박철완 상무가 이 때부터 독자 행보를 준비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업계는 칼을 빼든 박 상무가 사모펀드(PEF) 등과 연합해 금호석화 경영권을 흔들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달 말 박 상무가 금호석화에 배당 확대와 사내·외이사 교체 요구 등을 담은 주주제안서를 발송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박 상무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사내이사 1인, 사외이사 4인 자리에 본인(사내이사) 및 지인(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을 추천하겠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보통주 배당금을 주당 1500원에서 1만1000원으로, 우선주는 1550원에서 1만1100원으로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이 같은 제안은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대주주 제안인만큼 주총 안건으로 상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주주제안에 필요한 절차가 미흡하거나 회사 경영에 해를 끼치는 경우가 아닌 이상 대부분 주총 안건으로 상정된다.
이 때 박 상무는 '3%룰'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3%룰이란 감사위원 선출 시 최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것으로 올해 주총부터 적용된다.
박 회장과 아들 박준경 전무를 비롯해 박철완 상무의 의결권까지 3%로 줄어든다. 다만 박 상무가 우호세력을 얼마나 확보했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특히 기존 보다 7배 늘어난 배당 요구는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 펀드와 기관 투자가들은 이번 분쟁을 통해 주가 상승하는 것은 물론 배당금도 대거 챙길 수 있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소액주주들이 박 상무의 편에 설 경우, 박 상무는 이들의 우호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 금호석화 이사회 입성을 노릴 수 있다.
다만 박 회장측에서 이 같은 '조카의 난'을 그냥 둘리 없다. 박 회장 역시 소액주주들을 달래기 위한 주주친화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우호지분 추가 확보를 위해 박 회장 측의 재계 인맥을 총동원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경영진을 제외한 금호석화 지분은 국민연금 8.16%, 자사주 18.36%, 소액주주 48.62%로, 이들은 박 회장과 박 상무의 움직임을 보며 판단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국민연금 등이 지난해 최고 실적을 달성한 박 회장을 반대하면서까지 박 상무의 손을 들어줄 명분은 희박하다.
작년 금호석화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7422억원으로 전년 대비 103.1% 급증했다. 합성고무 부문에선 NB라텍스가, 합성수지 부문에선 ABS(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가 수익성 확대에 기여했다.
이 같은 실적 개선은 박 회장이 과거 타이어용 합성고무 등에 주력하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기업으로 체질을 변모시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금호석화는 조만간 이사회를 열고 박 상무의 주주제안을 주총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금호석화는 "주주제안을 명분으로 사전협의 없이 갑작스럽게 현재 경영진의 변경과 과다배당을 요구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며 "주주제안의 내용 및 최근 상황을 면밀히 검토한 다음 관계 법령에 따라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