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VO "아마추어 시절 벌어진 일, 징계 어렵다"
무기한 출장 정지 효력 예상보다 길어질 수도
예상했던 대로 이재영, 이다영 쌍둥이 자매를 비롯한 학교 폭력(이하 학폭) 가해 선수들에 대한 한국배구연맹(KOVO)의 징계는 이뤄지지 않았다.
KOVO는 16일 서울 마포구 KOVO 회의실에서 '배구계 학교 폭력 근절 및 예방을 위한 비상대책회의'를 연 뒤 학교 폭력 연루자에 관해 최고 영구 징계를 내릴 수 있는 규정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다만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학폭 연루 선수들에 대해서는 “징계가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날 신무철 KOVO 사무총장은 "리그를 관장하고 운영하는 기관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피해자와 배구 팬들에게 사죄한다"며 "신인 드래프트 시 학교 폭력과 관련한 서약서를 받고, 향후 서약서 내용이 허위사실로 확인될 경우 영구제명 등 중징계를 내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는 학교 폭력을 저지른 선수를 프로 무대에서 완전히 퇴출하겠다는 강한 의지"라며 "관련 규정은 추후 이사회를 통해 신설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향후 신인 선수들은 드래프트에 참가할 때 해당 학교장 확인을 받은 학교폭력 관련 서약서를 제출해야 한다. 해당 내용이 허위로 확인될 경우 선수에게는 영구제명, 해당 학교는 학교 지원금 회수 등 관련 조치가 이뤄진다.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학폭 연루 선수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신 사무총장은 "관련 규정은 신설 후 효력을 가진다. 이미 가해 사실이 밝혀진 선수들에겐 관련 징계를 내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책회의에 앞서 KOVO는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선수들의 학폭 전력이 프로 입단 후 이뤄진 일이 아닌, 아마추어(초, 중, 고교 재학) 시절 일어난 일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재영, 이재영 자매를 비롯해 남자배구 OK금융그룹의 송명근, 심경섭 등 학폭 사실이 밝혀진 선수들은 과오 대한 뼈저린 대가를 치르게 됐다. 흥국생명 측은 쌍둥이 자매에게 무기한 출전 정지를 내렸고, OK금융그룹 역시 잔여 경기 출전을 막아둔 상황이다.
여기에 국가대표팀을 관장하는 대한배구협회는 15일 긴급 성명을 통해 “학폭 연루 선수에 대해서는 국가대표 발탁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못을 박아둔 상황이다. 게다가 이들은 향후 지도자 생활의 길도 막혀 버리고 말았다.
KOVO는 향후 발생하는 학폭에 대해 엄중하게 다스리겠다고 밝히면서 쌍둥이 자매 등에 대해 해당 구단과 협력해 추가 조치를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이제 공은 다시 구단으로 넘어왔다. 무기한 출장 정지의 중징계로 선을 그었으나 이는 여론이 잠잠해질 경우 슬그머니 복귀시킬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만 사회적 이슈로까지 부각된 상황에서 쌍둥이 자매를 비롯한 학폭 가해 선수들에 대한 복귀가 이른 시점에 이뤄질 가능성은 제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뼈저린 반성과 이에 걸맞은 조치가 이뤄져야만 학폭의 악습 고리를 끊을 수 있다는 것을 구단과 선수들 모두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