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김정은의 절망 : 노동당 전원회의 들여다보기


입력 2021.02.16 08:00 수정 2021.02.16 07:38        데스크 (desk@dailian.co.kr)

독재 관료체제의 민낯이 드러나다

외화 부족을 메우기 위한 안간힘

믿고 맡길 데 없는 김정은의 속 타는 심정

북한이 지난 8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개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2월 8일부터 설 전날까지 나흘간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2차 전원회의가 있었다. 이번 전원회의는 방식이 독특했다. 300여 명은 현장 회의에 참석하고, 북한 경제발전계획과 관련된 행정 책임일꾼, 도급 지도기관 책임일꾼, 기업소와 주요 공장 책임일꾼 등은 화상으로 방청하도록 했다.


독재 관료체제의 민낯이 드러나다


노동당 총비서 김정은은 보고를 통해 내각에서 제출한 경제계획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 비판내용은 독재 관료체제의 민낯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경제발전계획 작성을 내각이 주도적으로 하지 않고 하부단위에서 기안한 숫자들을 기계적으로 반영해서 현실성이 없다거나, 상황 핑계를 대며 당대회에서 제시한 목표를 낮춰서 계획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한술 더 떠서 “이렇게 목표를 낮추고 나중에 초과 달성했다고 평가받으려 한 것이 아니냐”고 다그치는 장면은 북한 독재체제 관료들의 역대급 복지부동에 대한 김정은의 분노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정치국 상무위원, 조직담당 당비서, 당중앙군사위원회 위원 그리고 국가기구인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당, 정, 군 주요 요직을 차지하게 된 조용원은 3일 차 토론에서 각 부문의 소극적 자세를 보인 대표적인 분야로 경공업, 건설, 전력공업 그리고 수산 부문을 지적하며, “이는 총비서의 사상과 의도를 반대하는 반당적, 반인민적 행위”라고 살벌하게 몰아붙이며 군기반장 역할을 톡톡히 했다.


외화 부족을 메우기 위한 안간힘


북한은 현재 유엔경제제재와 코로나19로 인한 국경폐쇄로 대외무역이 단절돼 외화난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북한은 이 외화난에 대응해 두 가지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하나는 불법적으로 외화를 획득하는 것이다. 유엔안보리 전문가패널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간 북한은 해킹을 통해 암호화폐 8억8640만 불 어치를 절취했다. 또 법정화폐도 해킹으로 2017~8년 2년 동안 약 15억 불을 빼돌렸다. 유엔안보리와 미 재무부는 이 돈들이 북한의 핵 프로그램과 탄도미사일 개발 비용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하나는 내핍이다. 이번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은 “북한 주민들의 생필품을 최대한 생산하되, 원자재는 국산화·재자원화하고, 설비들은 성능을 회복시켜서 목표를 달성하라”고 지시했다. 목표를 낮추어 계획을 세웠다가 진땀을 뺀 경공업 일꾼들은 원료 조달이 어려운 상황에서 북한 주민들의 생필품들을 풍족하게 생산해 내야 하는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을 행해야 할 판이다.


믿고 맡길 데 없는 김정은의 속 타는 심정


김정은을 가장 절망스럽게 만드는 것은 이 난국 상황에서 든든하게 일을 맡길 곳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김정은은 80일 전투, 국가 최고 수준의 방역 등을 추진하면서, 당 일꾼들이 솔선수범하라고 다그쳤다. 당이 움직이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각에 힘을 실어주었다. 경제발전 5개년 계획에 성공을 위해 ‘내각책임제’를 실시하겠다며, 전원회의 둘째 날까지 줄기차게 강조했다.


그런데 전원회의 마지막 날 보도에는 내각책임제라는 표현이 사라졌다. 독재체제 관료들의 보신주의 행태가 극에 달한 것이다. 그래서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다시 당적 지도를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심복 중에 심복인 조용원 조직담당 비서를 앞세우고, 당중앙검사위원회를 만들어 검열기능을 강화해서 당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이렇게 김정은은 어떻게 해서든 1990년대 말 고난의 행군을 능가하는 내부 위기를 돌파해 보려 하지만, 활용할 자원도, 조직도 마땅치 않으니 절망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듯하다. 그런데 그 절망의 근원이 ‘국가핵무력건설대업’에 있다는 것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도와주고 싶어 안달이 난 남한 정부도 이제 1년 남았다. 김정은은 이 기회도 아깝지 않은가보다.


글/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