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TC, 10일(현지시간) 배터리 기술 도용 여부 최종 결론
양사 중장기 전략 위해 막판 합의 가능성…합의금액 '관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간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이 오랜 다툼 끝에 10일(현지시간) 최종 결론을 앞두고 있다. 햇수로만 3년째인 이번 법적 다툼 결과로 배터리 산업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판결을 앞두고 양사가 합의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합의금 규모에 대한 이견이 워낙 커 결국 현재 상황에 이르게 됐다. 우선 소송 결과를 받은 뒤 구체적인 액수와 방식을 두고 추후 합의를 시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전 LG화학 전지사업부)과 SK이노베이션간 배터리 기술 도용 여부와 관련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판단이 이날 나온다. 한국시간으로는 11일 새벽이 유력하다.
배터리 소송은 2019년 4월 SK이노베이션이 자사의 배터리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LG에너지솔루션이 ITC와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의 핵심 인력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배터리 핵심 영업비밀이 유출됐다고 주장한다. ITC는 지난해 2월 SK 조기패소 결정(예비결정)을 내렸으나 SK의 요청으로 두 달 뒤인 4월 전면 재검토 결정을 내렸다. ITC는 세 번의 연기 끝에 10일(현지시간) 최종 결론을 내린다.
소송비용만 수 천억원이 투입됐고, 합의금은 수 조원으로 추산되면서 업계는 양사가 ITC 발표 이전 합의를 도모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양사의 합의금 편차가 심해 현재까지도 진척은 없는 상태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에 2조8000억원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수 천억원대를 제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조원 이상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양사는 상대방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까지 SK이노베이션의 제안이 협상 의지가 전혀 없는 것인데 논의할만한 제안이 있기를 기대한다"면서 "현재 SK가 제시한 배상금과 배상방식은 기본적으로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어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LG가 정확히 어떤 영업비밀을 얼마만큼 침해했는지에 대해 명확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높은 배상금을 요구한다"고 주장한다.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명확한 규명이 없는 상황에서 거액의 합의금을 일방적으로 내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양사의 공방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이날 최종 판결 전까지 극적 합의를 도모할 가능성은 낮다. 특히 양사는 ITC 판결이 자사에게 유리하게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어 ITC 발표가 나온 뒤에야 후속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ITC 최종 판결 시나리오는 크게 3가지다. SK이노베이션의 △최종 패소 확정 △공청회 등을 통한 추가 조사△조기패소 판결 수정(Remand) 지시등이다.
먼저 LG에너지솔루션이 최종 승소할 경우 원칙적으로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소재를 원칙적으로 미국에 수출할 수 없다.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역시 가동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 SK가 연방법원에 즉각 항소하더라도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수출이 불가하다.
다만 이 때 주어지는 60일간의 심의 기간 동안 SK이노베이션이 공탁금을 걸고 LG와 합의를 시도할 수 있다. 소송 결과 발표 후 60일 이후에는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가급적 이 기간 안에 합의를 하는 것이 SK이노베이션에게 유리하다.
조기패소 판결과 관련해 ITC가 SK이노베이션의 조기 패소를 인정하되 수입금지 여부를 별도로 결정하도록 하는 추가 조사 개시 명령이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미국 주·시정부, 협력기업 등 이해관계자들이 공청회를 열고 SK 제품의 수입금지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공청회 등의 결과에 따라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수입금지 조치가 내려지지 않을 수 있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ITC가 예비결정을 뒤집고 수정 지시를 내릴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예비결정을 내린 행정판사가 사건을 다시 조사해야 한다. 소송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되고 최종 결정까지는 6개월 가량 소요된다.
이 때는 수입금지 효력이 발생하지 않아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사업을 지속할 수 있다. SK에게 가장 유리한 시나리오로, 양사의 합의 가능성은 더욱 줄어들게 된다.
LG에너지솔루션이 최종 승소하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대통령은 ITC의 최종 결정에 대해 60일 이내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양사 모두 미국 사업장을 두고 있고 조 단위 투자가 걸려 있어 쉽게 개입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양사는 최종 결과 전후로 소송과 여론전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두 회사 모두 글로벌 시장 지배력이 막강한데다 중장기 투자가 필요한 만큼 한쪽이 치명타를 입는 시나리오 보다는 결국엔 합의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SK이노베이션으로서는 한창 키워야 할 사업이 이번 소송으로 전면 차단되는 걸 용납하기 힘들다. 미국내 수입금지 조치로 치명상을 입는 것 보다는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의를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기업공개(IPO)와 함께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있는 만큼 소송 리스크를 줄이고 가급적 빨리 투자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낫다.
최근 들어 정세균 국무총리가 공개적으로 화해를 촉구하는 등 정치권에서도 압박을 가하고 있어 끝내 합의를 도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만일 합의금이 수 조원대라면 한 번에 감당하기에는 SK에게 부담이다. 따라서 일시금 지급 보다는 일정 기간을 두고 나눠 지불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증권가에선 SK측이 상장을 앞둔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주식 절반을 LG가 투자하는 형식으로 LG측에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