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쇼핑몰 의무휴업부터 로켓정산까지 소비자 편익 무시 지적 잇따라
대형 유통업체와 소상공인 간 갈등 구도에만 치중
“‘규제 법안’으로부터 소비자의 권리를 지켜주십시오.”
지난달 21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사연이다.
청원인은 기업의 공격적인 유통업 확장으로부터 소상공인을 보호하겠다는 명분 아래 유통산업발전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이 과정에서 소비자의 입장은 늘 소외된다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고 썼다.
소비자는 유통산업을 이루는 핵심 축이다. 사는 자의 입장에 맞춰 판매자들이 움직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비자는 유통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주체인 셈이다.
하지만 지난 10년 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등 각종 규제안을 보면 소비자는 매번 뒷전이다.
최근 유통업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복합쇼핑몰에 대한 의무휴업 내용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부터 이른바 ‘로켓정산법’으로 불리는 대규모유통업법에 이르기까지 소비자의 편의성은 무시됐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복합쇼핑몰은 단순 쇼핑의 기능보다 체험을 위한 복합공간이란 표현이 더 어울린다.
매년 반복되는 황사와 최근 들어서는 코로나19로 인해 바깥 활동이 제한되면서 복합쇼핑몰은 어린아이가 있는 가정을 중심으로 나들이 명소가 됐다. 노 키즈존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와 함께 식사를 하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소가 된 것이다.
로켓정산법에 대한 뒷말도 무성하다.
대금 정산이 빨라지면 판매자 입장에서는 자금을 좀 더 원활하게 융통할 수 있어 유리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환불이나 반품 과정이 길어지거나 복잡해질 수 있다는 단점 또한 생긴다.
대금 기간에 여유가 있는 경우엔 온라인 쇼핑몰 본사가 먼저 환불이나 반품에 대응해 소비자 요청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엔 소비자가 직접 판매자에게 요청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 소비자 편익 측면에서는 장점 보다 단점이 많을 수 있다.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배달앱 같은 배달 중개 플랫폼이나 새벽배송 등 이커머스 기업의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를 규제할 경우 가장 불편을 겪게 되는 것은 소비자들이다.
한 해 유통산업 분야에서만 수십 건의 규제 법안이 발의된다.
지난 19대와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규제 내용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만 100건이 넘는다.
이렇게 많은 법안이 발의됐지만 소비자의 권리 보호를 위한 법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 대형 유통업체를 규제하는 내용뿐이다. 일각에서는 소상공인 표심을 얻기 위한 다분히 정치적인 활동이라는 지적마저 나온다.
소상공인 보호와 상생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정책을 입안하고 기준을 세우는 과정에서 유통산업의 핵심인 소비자가 제외돼서는 안 된다. 단순히 대형 유통업체와 소상공인의 대결 구도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앞으로는 규제 법안을 입안하는 정치인들이 복합쇼핑몰이나 온라인 쇼핑을 잘 이용하지 않아 현실을 모른다는 지적이 나오지 않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