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政敵)으로 꼽히는 알렉세이 나발니(44)가 독극물 테러를 당했을 때 중독 치료를 담당했던 50대 의사가 돌연 숨졌다.
4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옴스크 응급병원은 이날 성명을 통해 막시미신 세르게이 발렌티노비치 박사가 55세 나이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됐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사망 원인은 따로 언급되지 않았다.
나발니는 작년 8월 국내선 항공편으로 시베리아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향하던 비행기 안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뒤 혼수상태에 빠졌다.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이던 나발니는 독일 베를린에 있는 병원으로 옮겨져 5달 동안 치료를 받았다.
독일 정부는 나발니의 몸에서 독극물 가운데 하나인 노비촉 계열의 물질이 발견됐다고 밝혔지만 러시아 정부는 부인했다. 당시 옴스크 병원 측은 나발니에게서 독극물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당시 나발니의 치료를 맡았던 막시미신 박사는 나발니의 상태와 관련해 단 한차례도 언론 브리핑에 나서지 않았다. 현지에서는 나발니의 독살 의혹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원인 불명의 이유로 사망하자 정권 차원의 암살 의혹을 쏟아내고 있다.
나발니의 수석 보좌관인 레오니드 볼코프는 "막시미신 박사는 나발니를 치료한 부서의 책임자이자 치료를 담당했던 사람"이라면서 "당시 나발니의 상태에 대해 누구보다 많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살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러시아 의료 시스템은 매우 열악하고, 그 나이대 의사가 급사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CNN은 "내부고발자들의 사망은 러시아에서 정치적 쟁점"이라면서도 "살인이라는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했다.
나발니는 작년 9월 가까스로 의식을 회복하고 지난달 17일 러시아로 귀국했지만, 러시아 당국에 의해 곧바로 체포됐다. 나발니는 구속 직후 유튜브를 통해 러시아 남부 흑해 연안에 있는 대호화 저택이 푸틴 대통령의 "부패한 자금으로 만든 성(城)"이라고 폭로했다.
푸틴 대통령은 니발니 측의 의혹에 대해 즉각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푸틴과 유도를 하는 매우 가까운 친구이자 러시아 대형 건설사의 사주인 아르카디 로텐버그가 30일 해당 리조트가 자신의 소유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한편 러시아에서는 나발니의 석방을 촉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2주 연속 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