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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모두에 '협력' 요구 받은 문대통령…외교적 딜레마


입력 2021.02.05 04:00 수정 2021.02.05 05:30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바이든 통화서 "포괄적 전략동맹 발전"

'미얀마 사태' 해결에 韓 동참 요구도

시진핑도 "새로운 단계로 발전하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자료사진) ⓒAP/뉴시스

패권 경쟁 중인 미국과 중국 양 정상이 9일 간격을 두고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공통으로 내세운 의제는 '협력'이다. 이는 곧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해 온 우리 정부를 향해 "누구 편에 설 것이냐"는 압박 메시지로 읽힌다. 이 때문에 임기를 1년여 남겨 둔 문 대통령의 부담이 커졌다는 관측이다.


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4일 통화에서 기존 한미동맹을 인도·태평양을 뛰어넘는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해결의 주된 당사국인 한국 측 노력을 평가한다"며 "한국과 같은 입장을 공유하고, 한국과 같은 공통 목표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했다.


양 정상은 미얀마의 쿠데타 사태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하며 '민주적인 방식'을 통한 문제 해결에 공감했다. 이는 중국이 미국 등의 미얀마 사태 개입을 반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이 '반중 연대' 동참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백악관이 한미 정상 통화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두 정상은 버마(미얀마)의 즉각적인 민주주의 회복 필요성에 동의했다"고 논의 사실을 부각한 것도 한미 동맹의 범위를 넓히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미·일 협력'을 거론한 것도 같은 의도로 읽힌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3일(현지시간) "중국에 관한 (바이든) 대통령과 행정부의 견해는 우리가 중국과의 관계에 어떻게 접근할지 조정하기 위해 동맹· 파트너들과 함께 일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한반도 정세를 대화 하다 자연스럽게 한·미·일 협력에 대한 얘기가 나왔고, 두 정상이 같이 공감을 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또 중국과 관련해서는 "협의해 나가자는 정도다.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다"고만 했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이 알려지면서, 지난달 26일 한중 정상통화 내용이 주목된다. 문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를 앞둔 시기에 시 주석이 먼저 문 대통령에게 통화를 요청한 건, 한국이 '반중 연대'가 아닌 '반미 전선' 구축에 힘을 보태달라는 노골적인 메시지로 해석돼 왔다.


실제 시 주석은 통화에서 "한국과 국제적 사안 등을 협조하고 함께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 외교부도 시 주석이 문 대통령과 통화에서 한중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발전시키기를 희망했다고 밝혔다. 양국이 외교·안보·경제 등 전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중 관계를 더 심화시키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한국을 민주국가들의 반중(反中) 연합에 끌어들이려는 바이든 미 행정부의 계획을 좌절시키려는 중국의 매력 공세"라고 분석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등 대북 문제와 관련해 성과를 내야하는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미국과 중국 모두의 손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이 미중 택일 압박이 있을 때마다 '전략적 모호성'을 취해 온 이유다. 하지만 한국이 원칙을 기반으로 한 일관성 있는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면서, 미국과 중국 양측으로부터 '협력'을 요구받은 문 대통령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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