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83만6000가구 공급…역대 최대
“상당히 파격적인 수치이나, 단기적 안정 어려워”
“의미 없는 숫자 놀음, 공공만 강조하는 공급책 한계”
정부가 2025년까지 서울 32만가구를 포함해 전국에 83만6000가구의 신규 주택을 공급한다. 전국의 역세권, 준공업 지역에 각종 재개발·재건축 물량까지 모두 싹 긁어모아 만든 물량 발표에 전문가들은 상당히 파격적인 수치라고 평가하면서도, 현 주택 시장의 집값과 전셋값 상승을 단기에 잡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4일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을 통해 2025년까지 서울에 32만가구, 수도권 61만6000가구, 지방 5대 광역시 22만가구 등 총 83만6000가구를 신규 공급한다고 밝혔다. 서울에 공급되는 물량은 분당신도시의 3개 규모, 강남 3구 아파트 가구 수를 합한 것과 맞먹는다는 게 국토교통부의 설명이다.
이번 대책의 공급규모는 지난 2018년 9.21대책의 수도권 3기신도시 30만가구 공급책을 발표한 이후 최대다. 또 5년간 한해 16만7200가구의 신규택지가 추가 공급되는 셈으로, 현 정부 단일 공급대책으로는 역대 급 공급량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제시한 주택 공급 물량이 향후 주택 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규모라고 평가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지난 2015~2020년 6년 동안 서울 아파트 한해 평균 준공물량이 3만8687가구, 전국이 37만4941가구였음을 고려하면 상당한 공급량”이라며 “강력한 공급시그널을 통해 시장의 불안감을 낮추고 공급확대란 정책 의지를 강력히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지영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정부가 서울 32만가구 공급, 분양주택중심(70~80%) 청약제도 개편, 건설기간 단축, 재초환 등 현재 주택시장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대책에 반영하려고 했다”며 “서울 도심 공급물량과 분양주택 공급 등으로 청약대기자로 인한 집값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서울과 수도권, 지방광역시의 매매가격 상승세와 전국적인 전세난 등을 당장 해소하기는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함 랩장은 “이번 대책이 정비사업 전반을 포괄하는 규제완화가 아닌 공공정비사업 위주의 인센티브에 선별 집중된 데다 부동산 및 건설업 공급 특성상 착공과 준공까지 시간적 간극이 불가피해 단기적 안정보다는 집값 상승폭을 둔화시키는 정도로 효과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규제완화로 사업의 속도와 사업성이 개선되면 해당 사업지에선 호재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아 가격안정에 대한 공급확대 효과는 단기보다 중장기적으로 주택시장에 반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 소장은 “전세시장 대책에 대한 문제가 빠져 있다”며 “청약 대기자가 발생하면서 전세수요가 늘어나고, 재건축에 따른 이주 수요 발생으로 전셋값 불안을 가져 올 수 있다. 앞으로 전세시장 안정화를 위한 추가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급량에 너무 집중하다보니 ‘의미 없는 숫자놀음’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공공이 주도하는 정비사업에 민간 참여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시했지만, 이 사업에 얼마나 참여할지도 미지수다.
실제로 이번 대책 역시 공공위주의 공급방식이다 보니 민간자발의 공급의지에 따라 향후 주택 공급량은 변할 가능성이 높다. 공공택지 신규지정(26만3000가구)를 제외한 대부분은 민간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함 랩장은 “공공정비사업의 장점이 크긴 하나, 여전히 공공대행 수수료와 임대주택 유형 및 배치, 분양가 산정, 건축설계와 기부채납 시설개방 등의 운영과 관련해 민간과 공공이 조율해야할 사안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제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은 사업의 신속성의 매력이 크지만 사실상 조합은 시공브랜드 선정 외 대부분의 기능을 공기업에 양도(주민대표회의 구성)해야 하므로 조합의 자율성과 사업의 고급화를 중요시하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참여률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실제 건축심의 등에 참여해보면 문제소지가 있는 안건들이 존재하는 만큼 대책과 사업성이 상충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이런 부분에 대한 사례 예시의 축적과 제시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정비사업에 대한 다양한 인센티브를 약속했지만, 실질적으로 세제와 어떻게 연계 시킬 것인지도 관건”이라며 “민간 물량이 많이 줄어들고 위축된 상황에서 계속해서 공공만을 강조하는 공급 책은 여전히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