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대항마 디즈니+ IPTV 제휴 물밑경쟁 ‘치열’
꽃놀이패 쥔 디즈니…이통사 불리한 ‘굴욕 계약’ 우려
이동통신 3사가 월트디즈니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와의 제휴를 위해 치밀한 물밑 협상을 벌이고 있다.
유료방송 시장이 이통 3사 ‘3강 체제’로 재편된 가운데 강력한 콘텐츠를 보유한 디즈니플러스와의 제휴 여부가 향후 인터넷(IP)TV 점유율을 크게 좌우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7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월트디즈니는 최근 국내 출시를 앞두고 글로벌 구인·구직 플랫폼 ‘링크드인’에 디즈니플러스 서울 마케팅 직원 채용 공고를 올렸다. 월트디즈니 관계자는 “해당 채용 공고는 지난해 밝힌 올해 한국 론칭 준비의 연장선”이라고 말했다.
출시가 임박함에 따라 이통사들은 디즈니플러스와의 제휴를 위한 물밑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통 3사 모두 지난해 8월경부터 독점 제휴를 맺거나 서비스를 경쟁사보다 먼저 시작하기 위해 월트디즈니 측에 제휴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월트디즈니 측은 상대적으로 느긋한 입장이다. 넷플릭스의 경우 국내 시장 진입 당시 이용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적극적으로 손을 내민 LG유플러스와 독점 계약을 맺었지만, OTT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현 상황에서 디즈니플러스가 굳이 한 곳과만 손을 잡지는 않을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넷플릭스는 2016년 IPTV나 지상파TV 방송사와의 제휴 없이 단독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넷플릭스가 콘텐츠 경쟁력이 없고 가격도 비싸 국내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익 배분 구조가 지나치게 넷플릭스 측에 유리하다는 점도 이통 3사가 제휴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요인 중 하나였다.
실제 국내 시장 진출 후 넷플릭스는 약 20만~30만명의 가입자를 모으며 고전했으나, 이후 시장 상황은 급격하게 달라졌다. OTT가 급부상하면서 지난해 말 넷플릭스 국내 가입자 수는 758만명까지 급증하는 등 이용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2019년 OTT ‘웨이브’를 새롭게 선보였지만, 오리지널 콘텐츠 부족과 넷플릭스와의 경쟁 심화로 가입자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통 3사 IPTV 중 유일하게 넷플릭스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고 있는 곳도 SK텔레콤뿐이다.
KT는 유료방송 점유율 1위 사수를 위해 디즈니플러스와의 계약이 절실한 상황이다. 넷플릭스와 다년 계약을 체결하며 이미 한 번 가입자 상승효과를 맛본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초부터 가장 적극적으로 디즈니플러스와의 계약 체결을 타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미 사업자가 선정됐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모두 공식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협상 우위에 있는 디즈니플러스가 한 곳과 독점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며 “때문에 월트디즈니가 협상 과정에서 이통사에 ‘굴욕 계약’을 적용해 절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으로 계약이 맺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앞서 월트디즈니는 지난해 12월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진출을 공식화했다. 2019년 11월부터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디즈니플러스는 2024년으로 예상했던 목표 가입자 수 6000만명을 지난해 7월 조기 달성하는 등 넷플릭스의 최대 라이벌로 꼽힌다.
현재 디즈니플러스의 글로벌 누적 가입자 수는 8680만명(지난해 12월 2일 기준)에 달하며, 30개국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넷플릭스가 올해 1월에 발표한 유료 가입자 수(총 2억366만명)와 비교하면 적지만, ‘마블’과 ‘스타워즈’ 시리즈 등 인기 지적재산권(IP)을 대거 보유하고 있어 성장 잠재력이 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