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부터 시작된 비연예인 예능 전성기
유튜버부터 셰프, 스타강사까지...다양한 직업군 품어
MBC ‘놀면 뭐하니?’는 개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트렌디한 기획력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이들의 새로운 프로젝트인 예능 유망주 찾기도 그런 면에서 매우 똑똑한 기획이라는 평이다. 그간 예능에서 활약하지 않았던 새로운 얼굴을 찾아 신선한 재미를 찾으면서, 동시에 설 곳을 잃은 예능인들까지 폭넓게 아우른다는 ‘의미’까지 더했다.
‘놀면 뭐하니?’의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호평은, 방송가에 ‘새로운 얼굴을 찾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시사한다. 기존의 연예인을 배제하고, 새로운 얼굴을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방송가가 선택한 것이 바로 ‘비연예인 출연자’의 등장이었다.
처음 비연예인이 방송가에 등장한 건 ‘시청자 참여’ 형태였다. 1990년대 말부터 시작된 시청자 참여는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 리얼리티TV 열풍이 불었고, 본격적으로 비연예인을 출연자로 내세운 프로그램이 줄이어 방송됐다.
리얼리티TV는 크게 서바이벌 게임, 사생활 관찰예능, 연애 주선 프로그램, 오디션 프로그램 등의 형태로 제작됐다. 과거와 달리 비연예인도 카메라에 노출되는 걸 크게 꺼리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도 이들의 방송 출연을 부추겼다. ‘바보상자’로 분류되던 TV가 친근한 매체로 인식되면서다.
시청자들은 브라운관에서 완벽한 미모와 자신의 처지와 동떨어져 있는 듯한 스타들에 비해 자신들과 비슷한 입장에 있는 친근한 사람들을 보는 것에 부담이 덜하고, 공통분모가 많이 때문에 비연예인 출연자에 더 공감했다.
방송가가 비연예인 출연자 섭외에 열을 올린 것도 이런 시청자들의 반응이 시청률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또 방송사 입장에서도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이 ‘시청자 주권’이라는 대의를 살리면서 TV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인물, 다양한 이야기 속에서 오는 신선한 흥미를 더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프로그램의 활성화를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비연예인 출연의 전성기라 불리던 당시, 무작위 섭외 방식을 취했다면, 최근 예능프로그램은 ‘전문성’이 더해지면서 각 분야에서 전문가로 불리는 이들을 내세우고 있다. 물론 연예인의 친구, 평범한 시청자, SNS유튜브 스타 등도 꾸준히 소비되고 있고, 전문성을 띈 출연자까지 출연시키면서 일종의 ‘확장’이 이뤄진 셈이다.
대표적인 예로 ‘먹방’이 ‘쿡방’으로 진화하면서 백종원 요리연구가를 비롯해 미카엘·강레오·여경래·정호영·이연복·이원일·최현석 등의 셰프들, 교양 예능의 인기로 설민석·최진기·최태성 등의 스타 강사들, 반려 예능의 등장으로 강형욱·설채현 등의 훈련사 혹은 수의사가 ‘방송인’의 타이틀까지 얻었다. 또 유튜브를 통해 인기를 얻은 쯔양·이근·대도서관·입짧은햇님·감스트 등 유튜버들도 방송가의 섭외 1순위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들의 수명은 그리 길지 못하다. 실제로 단기간 일약 스타덤에 오른 비연예인은 많지만 꾸준히 방송활동을 이어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방송이 아닌 자신의 본래 직업에 집중하면서 자연스럽게 잊혀 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제작진이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사생활이 발목을 잡았다. 또 시청자들의 시선을 쉽게 사로잡을 수 있는 자극적인 콘텐츠를 다루면서 제작진과 출연자의 마찰이 빚어지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다. 이 같은 비연예인 출연자를 둘러싼 문제점들은 2000년 초반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언급됐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