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치료에 이어 후원 끊기는 등 피해 주장
올림픽 당시 '왕따 주행'은 감사 결과 사실 무근
지난 2년간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봤다는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 김보름이 노선영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SBS 8시 뉴스는 19일, 단독 보도를 통해 김보름이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노선영을 상대로 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김보름은 소장을 통해 노선영의 허위 주장으로 엄청난 지탄을 받아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후원마저 중단돼 경제적 피해도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른 피해 보상 금액이 2억원이다.
시간을 되돌릴 필요가 있다.
김보름과 노선영은 박지우까지 팀을 이뤄 2018년 2월 19일 평창 올림픽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전에 출전한 바 있다.
스피드 스케이팅 팀추월 경기는 3명의 선수가 레이스를 펼치며 마지막에 들어온 주자의 기록을 기준으로 순위를 결정한다. 물론 한 선수가 치고 나가 반대편에서 주행하는 상대팀의 꼬리를 붙잡아도 되지만 링크 한 바퀴의 길이가 400m나 되는 점을 고려하면 좀처럼 나오기 힘든 장면이다.
팀 추월의 핵심은 다름 아닌 공기 저항이다. 맨 앞에서 달리는 선수가 바람을 오롯이 맞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클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3명의 선수들이 위치를 바꿔가며 쏟는 힘을 분담하게 된다.
당시 경기를 되돌아보면, 마지막 2바퀴를 남긴 시점에서 노선영이 처졌고, 김보름과 박지우가 그대로 달려 나가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따라서 노선영의 기록에 따라 한국은 7위에 머물며 준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논란은 이후부터 불거졌다. 밥 데용 대표팀 코치가 레이스 후 실망에 빠진 노선영을 위로한 사이, 김보름과 박지우가 방송 인터뷰에 나섰다. 크게 문제가 됐던 김보름의 인터뷰 전문은 이렇다.
“저희가 다시 이렇게 올림픽에 출전하게 되면서 팀추월 연습을 많이 해왔었어요. 시합을 출전하게 됐는데 중간에 라포(상호 신뢰관계 즉 호흡)도 그렇고 잘 타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네 쫌(웃음). 뒤에 저희랑 격차가 벌어지면서 기록이 조금 아쉽게 나온 거 같아요.”
동료를 이끌어주지 못한 점과 선배를 비웃는 듯한 태도로 인해 김보름은 곧바로 여론의 지탄을 받게 됐다. 당시 포털사이트는 물론 인터넷 커뮤니티는 김보름에 대한 비난으로 가득 찼고,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대표팀은 백철기 감독과 김보름이 사과 기자회견에 나서야 했다.
기자회견 이튿날인 21일, 김보름과 노선영, 박지우는 팀추월 7~8위전에 나섰고 8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이후 김보름은 24일, 자신의 주종목인 매스스타트에 출전해 은메달을 획득한 뒤 빙판에 엎드려 다시 한 번 사과했다.
논란은 계속됐다. 노선영은 한 방송 인터뷰를 통해 좋지 않았던 팀 분위기와 선수단 내 차별과 특혜에 대해 폭로하며 다시 한 번 파문이 일었다.
결국 문화체육관광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 특별감사를 진행했다. 논란의 중심이었던 ‘왕따 주행’에 대해 문체부는 “특정 선수가 고의로 마지막 바퀴에서 속도를 높이거나 또는 특정 선수가 일부러 늦게 주행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발표하며 일단락됐다.
김보름은 올림픽이 끝난 이듬해 인터뷰서 다시 한 번 ‘왕따 주행’은 사실이 아님을 강조했고 오히려 노선영으로부터 폭언 등 괴롭힘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선영 측은 별다른 대응에 나서지 않았고 다시 2년의 시간이 흘러 법정 소송에 이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