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저' 0.5% 금리, 5회 연속 유지 결정
부동산·주식 시장 둘러싼 빚투 우려에 '발목'
한국은행이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또 다시 현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다섯 번째 동결 결정이다. 유래 없는 제로금리 정책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 국면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금리를 더 내리자니 폭증하고 있는 가계 빚을 더욱 부채질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 만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15일 서울 세종대로 본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0.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금통위를 앞두고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동결이 기정사실로 여겨져 왔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100명 전원이 이번 금통위에선 기준금리가 동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로써 한은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치를 반 년 넘게 유지하게 됐다. 한은은 지난해 3월 코로나19 여파가 본격 확대되자 임시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한 번에 0.50%포인트 인하하는 이른바 빅 컷을 단행했다. 국내 기준금리가 0%대로 떨어진 건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이어 같은 해 5월에도 0.25%포인트의 추가 인하가 단행되면서 한은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치를 다시 한 번 경신한 상태다.
이 같은 저금리 정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성장률이 크게 추락할 것이란 관측에 따른 경기 부양 조치였다. 하지만 우리 경제는 끝내 마이너스 성장에 직면한 실정이다. 한은이 예상한 지난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1%다. 우리나라의 연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건 외환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웠던 1998년(-5.5%)이 마지막이었다.
이러면서 내부의 경제 활력도 크게 위축됐다. 한은은 민간소비 성장률이 지난해 -4.3%에 그치며 전체 경제성장률을 대폭 하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의 확산 지속으로 가계의 소득 여건 개선이 지연되면서 민간소비 회복세가 더딜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이런 경기 악화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논하기 어려운 이유는 빠르게 불어나고 있는 가계부채 때문이다. 지난해 말 국내 은행들의 가계대출 잔액은 988조9000억원으로 1년 새 100조5000억원 급증했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연간 기준으로 가장 큰 증가액이다.
문제는 이렇게 풀린 시장의 유동성이 실물경기 회복을 위한 생산적 영역으로 흘러가지 못하고 부동산과 증시에만 쏠리고 있다는 점이다. 대출을 받아 투자에 나서는 이른바 빚투 열풍이다. 이런 와중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경우 가계 빚을 더욱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하기에는 부담이 만만치 않은 현실이다.
실제로 한은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 결정 배경에 대해 설명하면서 "가계 대출이 높은 증가세를 이어갔다"며 "주택 가격은 수도권과 지방 모두에서 오름세가 확대됐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국내 경제 전반에 대해서는 "완만한 회복 흐름을 지속했다"며 "민간소비가 코로나19 재확산 심화의 영향으로 위축됐으나, IT 부문을 중심으로 수출 증가세가 확대되고 설비투자도 개선 흐름을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용 상황은 큰 폭의 취업자수 감소세가 이어지는 등 계속 부진했다"며 "앞으로 국내 경제는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이나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은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이어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도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가겠다"며 "이 과정에서 코로나19의 전개상황, 그간 정책대응의 파급효과 등을 면밀히 점검하는 한편 자산시장으로의 자금흐름,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안정 상황의 변화에 유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